제인 오스틴은 18세기부터 현대까지 200여 년 동안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류작가로 꼽힌다. 특히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설득’은 한 번 헤어졌던 연인을 8년 후 다시 만나면서 겪게 되는 복잡다단한 감정의 곡선을, 얽히고설킨 남녀의 미묘한 감정선의 파장을 꼼꼼하면서도 클래식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그녀의 거의 모든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고,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는데 손색이 없다. 영국 BBC의 ‘지난 천 년간 최고의 문학가’ 조사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만 봐도 더 이상의 미사여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역자 : 조희수
1960년 서울 출생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수료 역서:『죄와 벌』, 『이성과 감성』 등 다수 현재 번역 전문 프리랜서로 활동 중
“저는 당신이나 당신 같은 분들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할 것 같아요. 어느 인간의 것이든 따뜻하고 충실한 감정을 제가 낮게 평가한다면 저는 신으로부터 벌을 받을 거예요. 진정한 애정과 정절이 오직 여자들에게만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면 그것은 경멸받아 마땅한 거죠. 사실 남자들은 결혼 생활에서 위대하고 선량한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이건 세상 모든 남자들에게 해당되는 말이죠. 다만 이러한 남자들에 비해서 여자들이 특권처럼 주장하고 싶은 것은 오직 한 가지입니다. 남자들은 분명히 사랑하는 사람이 있거나 소중한 대상이 있을 때 자기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키고 보호하고자 하겠지만 여자들은 그 대상이 사라진 후에도 사뭇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가슴속에 간직해 둔다는 거죠. 물론 이건 결코 부러워하거나 탐낼 만한 일은 못 되는 겁니다.”
앤은 그들의 진실한 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을 보면 세상에 더 없이 매력적인 행복의 축소판처럼 생각되었다. 그리고 항상 그 부부의 뒷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바라보고는 했다.
클레이 부인이 엘리엇 씨의 뒷바라지를 위해 런던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소문에 의해 그러한 짐작은 더한층 신빙성을 가지게 되었다. 클레이 부인은 물욕을 애욕으로 극복했고 월터 경에게 걸었던 장기적인 계획의 가능성을 젊은 엘리엇 씨를 위해 희생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애욕뿐만 아니라 수완에 있어서도 뛰어났다. 그래서 엘리엇 씨와 그녀 중 나중에 누가 승리를 얻게 될 것인지는 확실히 말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막상 지금으로서야 엘리엇 씨가, 그녀가 월터 경의 부인이 되는 것을 막았다고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그녀가 윌리엄 부인이 되는 것은 누가 또 막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