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일러바치지 않니?"
그렇게 물었을 때 아람이는 다시 주위를 살피고 나서 말했다.
"늑댄 칼을 가지고 있어."
늑댄 칼을 가지고 있어...... 이 말을 들은 다음부터 가위눌리는 꿈이 나를 괴롭혔다. 늑대가 내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날부터였다.
"아니야, 내가 말하지 않았어. ...... 잘못했어, 아냐, 아냐, 정말 아니야......"
눈을 번쩍 뜨면 답답한 내 마음처럼 캄캄한 밤이었다. ......
나는 조금씩 변해 가고 있었다. 키가 훤칠하고 얼굴이 준수한 아이가 아니라,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초라하고 비굴한 아이로 변해 가고 있었다. 나는 늑대의 마술에 걸린 것이다. 늘 그의 눈빛을 살펴야 하는 그의 마술 도구가 되어 버렸다. 나는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싫었다.
--- pp.18-20
"어이, 헬로! 너 오래."
늑대의 부하 하나가 나를 불렀다. 아이들이 우르르 방으로 들어와서 만화책을 집어들엇다. 아람이 얼굴도 빛나 보였다.
나는 쭈빗거리며 기태 누나 방문을 열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넓은 방에서 기태 혼자 게임을 하고 있었다.
"너, 돈 있니? 천 원만 꿔 줘."
매일 천 원...... 나는 뜻밖의 공격을 받은 것처럼 쩔쩔매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주머니엔 생일 선물을 사고 남은 이천이백 원이 있었다.
'천 원만 꺼내야 해, 나쁜 자식.'
그러나 나는 너무 긴장했다. 아무리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려 해도 두 장이 그대로 손에 붙어 나왔다.
"이천 원이네. 고마워. 나중에 줄게."
내가 미처 천 원을 떼어 내기 전에 늑대는 두 장 모두 낚아채고는 일어섰다.
"누구에게 말하면 죽여 버릴 거야."
늑대는 날카로운 칼을 입에서 내뱉듯 말하고 나서 전혀 다른 목소리로 또 말했다.
"이제 니가 해. 아주 재미있어."
늑대는 선심을 베풀 듯 말하고 일어섰다.
나는 허물어지듯 컴퓨터 앞에 앉았다. 뭐라고 하나, 집에 가서 뭐라고 하나......컴퓨터 모니터에는 태권도복을 입은 사내 아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또각또각 걸어가고 있었다.
아까부터 참았던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게임보다 눈물을 이겨 내야 했다.
--- pp.84-87
"왜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일러바치지 않니?"
그렇게 물었을 때 아람이는 다시 주위를 살피고 나서 말했다.
"늑댄 칼을 가지고 있어."
늑댄 칼을 가지고 있어...... 이 말을 들은 다음부터 가위눌리는 꿈이 나를 괴롭혔다. 늑대가 내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날부터였다.
"아니야, 내가 말하지 않았어. ...... 잘못했어, 아냐, 아냐, 정말 아니야......"
눈을 번쩍 뜨면 답답한 내 마음처럼 캄캄한 밤이었다. ......
나는 조금씩 변해 가고 있었다. 키가 훤칠하고 얼굴이 준수한 아이가 아니라,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초라하고 비굴한 아이로 변해 가고 있었다. 나는 늑대의 마술에 걸린 것이다. 늘 그의 눈빛을 살펴야 하는 그의 마술 도구가 되어 버렸다. 나는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싫었다.
--- pp.18-20
"어이, 헬로! 너 오래."
늑대의 부하 하나가 나를 불렀다. 아이들이 우르르 방으로 들어와서 만화책을 집어들엇다. 아람이 얼굴도 빛나 보였다.
나는 쭈빗거리며 기태 누나 방문을 열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넓은 방에서 기태 혼자 게임을 하고 있었다.
"너, 돈 있니? 천 원만 꿔 줘."
매일 천 원...... 나는 뜻밖의 공격을 받은 것처럼 쩔쩔매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주머니엔 생일 선물을 사고 남은 이천이백 원이 있었다.
'천 원만 꺼내야 해, 나쁜 자식.'
그러나 나는 너무 긴장했다. 아무리 천 원짜리 한 장을 꺼내려 해도 두 장이 그대로 손에 붙어 나왔다.
"이천 원이네. 고마워. 나중에 줄게."
내가 미처 천 원을 떼어 내기 전에 늑대는 두 장 모두 낚아채고는 일어섰다.
"누구에게 말하면 죽여 버릴 거야."
늑대는 날카로운 칼을 입에서 내뱉듯 말하고 나서 전혀 다른 목소리로 또 말했다.
"이제 니가 해. 아주 재미있어."
늑대는 선심을 베풀 듯 말하고 일어섰다.
나는 허물어지듯 컴퓨터 앞에 앉았다. 뭐라고 하나, 집에 가서 뭐라고 하나......컴퓨터 모니터에는 태권도복을 입은 사내 아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또각또각 걸어가고 있었다.
아까부터 참았던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게임보다 눈물을 이겨 내야 했다.
--- pp.8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