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송동윤이 소설가로서 내놓은 첫 번째 작품이다. 『흔들리면서, 그래도 사랑한다』는 우리의 내면에 조용히 존재하고 있는 삶의 원형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첨단의 시대에 놓치고 있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도처에 널려 있는 말 사랑, 믿음, 깨달음의 의미를 진정으로 체화했을 때라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저자는 독일의 보훔대학교에서 연극영화TV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일장신대학교 연극영화학 교수를 지냈다. 또한 〈서울이 보이냐〉, 〈바다 위의 피아노〉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HID 북파 공작원〉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현재는 『흔들리면서, 그래도 사랑한다』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저자의 영화 관련 저서로는 『송동윤의 영화 이야기』, 『영화로 치유하기』가 있다.
하지만 이번 꿈은 달랐다. 그것이 내가 꿈을 보내지 못하고 붙잡는 이유일 것이다. 현실의 저편, 갇힌 자유와 무한의 자유, 의식과 무의식, 현실 그 다음의 세상…, 상념들은 나의 추측일 뿐 답을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꿈은 때로 수학 문제와도 같아 언젠가는 풀리기도 했다. 나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첫 번째 꿈 中
침묵이 안개처럼 깔려 있는 방 안에서 나는 오직 불행만을 생각했다.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싶던 그때의 나에게 희망이란 라디오 소리였다. 나를 세상과 소통시키는 유일한 소리. 그 라디오 소리가 없었다면, 나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처럼 한 마리 벌레로 변했을지도 모른다. 라디오에서 진정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이 흘러나왔다. ---두 번째 꿈 中
내 꿈이 예언처럼 현실이 되었을 때, 난 섬칫했다. 나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으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런 꿈에는 조금도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다시, 하루가 저물 무렵이면 사라지는 그런 꿈이 아니라 나를 계속 따라 다니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세 번째 꿈 中
이러다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영화라는 가상 세계를 연기하는 일이 내 직업이었지만, 스물여섯의 보통 여자가 겪고 느끼는 현실을 착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난 내 현실을 잘 살아 가고 싶었다. 하지만 뭐가 현실이고 뭐가 꿈이란 말인가.---네 번째 꿈 中
내가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특별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를 통해 처음으로 느꼈다. 나에게 나 자신은 그저 보통의 여자아이였을 뿐인데 말이다. 내가 출연한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할 때도 이런 기분은 느껴 보지 못했다.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판타지 가득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됨은, 우리 안에 깃든 로망 때문일 것이다. 서연과 정우의 삶에 담긴 진심을 발견하면서 어느 새 공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그들이 사랑과 이상이라는 꿈,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무너질 때가 많은 우리들을 위로해 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7년 동안 견뎠을 정우의 삶이,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서연이 이후 견뎌야 할 삶이 떠올라 안쓰러웠다. 황보라 (영화배우)
나는 송 감독님의 글 곳곳에서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배경의 이미지들을 그려보았다. 때로는 남의 일처럼 무덤덤하게, 때로는 옛 기억이 떠올라 추억에 잠겨, 때로는 세상의 여린 영혼들에 안타까워하며. 우리들은 항상 꿈을 꾼다.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 하늘도 결국 감동하고 허락할 사랑에 대해서. 『흔들리면서, 그래도 사랑한다』를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 같은 말은 잠시 뒤로 밀어두고, 그저 사람의 순수한 마음과 감동에 젖어 보기로 했다. 최경화 (피아니스트)
청년 시절 낯선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그의 눈에 비친 조국은 자본에 갈취당한 인문의 뼈다귀였다. 절대 자본의 물량주의 영화 산업과 매일 헤드라인 뉴스를 장식하는 자살은 초등학생에서 노인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이 소설은 일그러진 인간성 상실 시대의 자화상이 못마땅해 송동윤 감독 자신의 세상에 대한 사랑을 몽환적 소설로 던지는 메시지다. 조재형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H-AMP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