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아마도 내 인생에 있어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올해는 유난히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섰었고, 이상하리만치 내가 선택한 길은 대부분 누군가에게 상처가 됐거나 나에게 상처가 되어 지금 돌이켜 보면 너무나도 경솔하기만 한 선택들이었다. 하지만 딱 하나, 많은 유혹과 난관들을 뿌리치고 출발한 국토대장정만은 내 살아온 스물일곱 해와 얼마일지 모를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의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자신한다.
국토대장정을 가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한 달을 넘게 준비하고 합격 통지까지 받은 유수의 디자인 회사를 포기해야만 했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해야 했다. 얼굴과 몸은 검게 그을렸으며, 발바닥 물집으로 한참을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국토대장정만큼은 내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대자연을 보며 나란 존재가 얼마나 초라한지 느꼈으며, 바람과 태양 그리고 땅들이 이야기하는 침묵의 언어를 알게 됐고, 목표를 향한 인내와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를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정말 큰 가르침과 깨달음을 준 것은 광활한 대자연도 아니요, 많은 지식과 학식 그리고 권위를 가진 도인을 통해서도 아니었다. 내가 밟은 땅의 평범한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였다. 낯선 이방인에게 따뜻한 미소를 건네시는 어르신을 보며, 혼자 여행하느라 고생한다며 밥 한 그릇을 더 주시며 따뜻하게 바라보시는 아주머니들 그리고 누군지 모를 나에게 선뜻 잠자리를 내주던 많은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의 따뜻한 인정과 사랑을 느꼈다.
30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나의 가슴속에만 안고 있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웠던 우리 땅의 모습과 우리 땅의 사람들이었기에 부족한 솜씨지만 책으로 옮기게 되었다.
국토 종단을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옛 추억을 되살려 볼 수 있는 계기가, 아직 떠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촉매제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욕심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서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땅과 우리 땅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국토 종단이 어느 단체의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자신을 수양할 수 있는 교육의 일환으로 많은 젊은이들에게 장려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