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제는 행복공동체다. 내가 1년 전부터 실제로 추진해왔고 앞으로 남은 생애 동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바로 행복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행복공동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본문에서 하겠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인생 후반기를 맞은 사람들끼리 농촌에서 자족하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를 밀어내는 이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새로운 삶의 형태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p. 6
이제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시점에도 여전히 아무런 대책 없이 인생 후반부를 맞으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 책이 그들을 부추겨 나의 반란에 참여하게 해주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 인생 후반부에 대해 나름대로 여러 면에서 완벽한 준비를 마쳤거나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어찌할 줄을 몰라 손을 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 … 부디 그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가 힘을 합하면 인생 후반부가 결코 낙담의 시기가 아니라 행복해질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임을 깨닫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p. 8
평생 공장이나 연구소에서 그런대로 열심히 일하다 보면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됐고, 정년퇴직 후에는 몇 년 동안 놀다가 식구들로부터 눈총을 받을 때가 되면 저 세상으로 가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과거에는 직장생활이 곧 인생이라고 생각해도 별 문제가 없었다. 별도로 인생 후반전을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제는 은퇴하는 나이는 낮아졌는데 수명은 주책없이 길어졌다. 그러다보니 직장생활을 하는 기간은 30년이 안 되는데 직장을 은퇴한 다음에 보내야 하는 기간은 30년이 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p. 27
정부나 사회가 나이든 사람들의 문제를 도맡아 해결해 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정부나 사회가 나이든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전철을 무료로 타게 해주는 정도일 것이다. 도시생활 위주로 돌아가는 이 사회에서 나이든 사람들이 일거리를 찾고 생존을 해나가기가 너무나 힘들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나이든 사람들끼리 농촌에서 자족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스스로 일거리를 만들어내고 자존감을 찾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이든 사람들이 스스로 힘을 합쳐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공동체가 바로 행복공동체다. ---p. 56-57
1년에 100만 명 가깝게 쏟아져 나오는 직장 은퇴자들이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그동안과 같은 삶의 방식 그대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직장 은퇴자들의 경우에 이제까지 살아오던 도시생활의 방식으로 살아가려면 퇴물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농촌으로 가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것도 어려움이 많다. 행복공동체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삶의 방식이다. 도시생활과 농촌생활을 융합해 농촌에서 도시적인 삶을 살자는 게 바로 행복공동체다. ---p. 129
행복공동체의 입촌 자격은 ‘자발적 가난을 통한 행복 추구’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다른 특별한 자격은 없다. 물론 행복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과 잘 협력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단순히 자발적 가난만을 택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공동체를 구성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삶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행복공동체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공동체를 형성하여 자족하는 삶을 살고, 소속감을 갖고 공동체 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p. 152
젊은이들은 간접적으로 행복공동체에 참여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것을 권한다. 즉 행복공동체에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젊은이들만의 별도의 공동체 네트워크를 만들어 행복공동체와 연계된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행복공동체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다. 이런 공동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 행복공동체에서 대안학교를 세워 운영하는 경우에 그들이 지원해주고 도움을 주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p. 167
과거와 같이 은퇴한 사람들 모두가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존재로 대접받는다면 각 개인도 불행한 일이지만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인생 후반부에 접어든 사람들은 정말로 이 세상에 살아있을 필요가 없는 존재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생 후반부의 긴 시간은 인생의 자투리 시간이 아니라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인생 후반부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인생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