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설에 가까운 많은 독자들의 항의성 댓글과 전화에도 불구하고, 소설가 고사리의 작품 세계는 대부분 반탐미주의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정녕 아름답고 선한 것을 목표로 삼으며 하루하루를 대부분 열심히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과욕에 눈이 먼 교활한 기회주의자들이 더 잘 먹고 잘살고 빌딩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마다 더 쑥쑥 높아만 가기 때문이다.
2) 그래서 작가는 일찍이 광주일보 신춘문예와 ≪현대문학≫에 단편 <이른 비 늦은 비> <바보들의 나라>가 발표되어 문단에 나오자마자 단편이건 장편이건 선과 악의 대결을 즐겨 다루는 작품을 많이 발표하고 있는데, 언제나 쇼킹하고 특이한 반전과 반전 장치로써 악한 자가 승리하는 패러독스적 결말을 맺는 괴짜 작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3) 방송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안양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전자책으로 잘 팔리고 있는 책이 ≪바보들의 사랑≫ ≪나는 세종대왕의 아버지다≫ 그리고 판타지 계열의 희한한 3권짜리 장편소설 ≪악마의 소설≫이고, 과거의 군대 생활을 빗댄 삼청교육대 이야기 ≪빠삐용군단≫도 점점 잘 팔리는 추세이며, 종이책으론 최근에 펴낸 창작 동화집 ≪내일의 여자 대통령≫이 있다.
● 작가가 말하는 이 책의 중심 사상
⎯⎯ 한 바구니의 소라 껍데기는 까먹어도 한 바구니 안 까먹어도 한 바구니다. 어떤 일에 손을 댔으나 자취가 안 보일 때 쓰는 말이다. 이 말을 나는 선과 악의 혼동으로 비유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비록 성자일지라도 마음속에 태생적으로 선과 악의 양면성을 지니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선한 인간이, 특히 지성을 갖춘 여자가 어떤 때 독니가 나고 살인도 불사할 정도로 악녀가 되는지를 악마파 기법으로 천착한 심리주의 소설이며, 주제는 “법률은 방심하지 않는 사람을 구제하며 잠자는 자를 구제하지 않는다.”라는 법률 격언의 모순을 정면에서 반박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어떤 범죄는 법률적 사형도 그 처벌이 너무 가볍기 때문에 피해자가 직접 나서서 범인을 잡아 칼이든 총이든 가리지 않고 잔인한 복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아이러니를 도그마적 소재로써 역설하고, 아울러 세계적 추세인 사형 제도의 폐지를 정면에서 반박하는 이 소설의 메시지가 짜장 옳은지 그른지를 독자들에게 질문을 한 번 던져 본 것이다.
놈들이 처음 나타난 곳은 차가 겨우 다닐 수 있는 별장 부근의 으슥한 길이었다. 놈들은 모두 세 놈이었다. 등산객들인지 모두가 등산복에 배낭을 짊어지고 있었는데, 한낮의 쨍쨍 내리쬐는 7월의 폭염 아래 반짝거리는 통기타를 든 놈도 있었고 등산모를 쓴 놈도 있었으며 길에서 주웠는지 막대기 같은 지팡이를 짚은 놈도 있었다. 얼핏 보아 놈들은 겁이 없는 20세 전후의 새파란 젊은 녀석들 같았다.
놈들이 갑자기 차 앞을 가로막으며 애교스럽게 소릴 질렀다. “스톱! 스톱!” “아가씨, 같이 좀 타고 갑시다!” “다리가 아파 죽겠어요! 인심 좀 쓰세용!” 성은지는 하는 수 없이 차를 세웠다. 갑자기 브레이크를 콱 밟는 바람에 관성의 법칙에 의해 차체가 조금 앞으로 쭉 미끄러져 나갔으나 다행히도 차에 충돌해서 다친 놈은 없었다. 그만큼 놈들은 수풀 속에서 갑자기 불쑥 나타났던 것이다. 길옆의 약간 비탈진 덤부렁듬쑥한 수풀이었다. 차가 멎자 놈들이 헤벌쭉 웃으며 차 쪽으로 다가들었다. 콧수염에 안경을 낀 놈도 있었고 짙은 갈색의 선글라스를 낀 놈도 있었으며 특이하게도 꼭 여자같이 생긴 놈도 있었다. 여자같이 생긴 놈은 흰 피부에 쌍꺼풀진 큰 눈, 선홍색의 양 뺨, 유난히도 붉어 보이는 입술 등 아주 예쁘게 생긴 놈이었다. 놈은 여성적인 외모에 걸맞게 귀에 귀고리까지 붙어 있었다. 그것도 한쪽 귀에서만 작은 방울 귀고리가 샛별같이 반짝거렸다. 녀석을 제외하곤 다른 두 놈은 첫인상이 험상궂고 주먹깨나 쓰는 불량배 같아 보였다. 게다가 가까이서 보니 나이도 제법 들어 보였다. 스물대여섯 정도는 될 듯싶었다. 귀고리 놈만 한두 살 정도 조금 어려 보일 뿐이었다. “아가씨, 저기 고개까지만 태워다 주슈!” “거기가 바로 등산 코스라서 그러니 신세 좀 집시당!” “부탁 좀 하자구요, 예쁘게 생긴 아가씨! 흐흐흐.” 놈들이 잠긴 차 문을 열려고 잡아당기며 한마디씩 능갈쳤다. 순간 은지는 재빨리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으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놈들이 뭐라고 고함치며 한동안 뒤쫓는 것 같았으나 미안하다거나 너무했다는 생각은 조금도 가지지 않았다. 갑자기 그들이 무서워졌기 때문이었다. 차에는 그녀 혼자뿐이다. 그런데 사내는 세 놈이나 된다. 그렇다면 차를 타고 가다가 놈들이 갑자기 흉악한 강도로 돌변할 수도 있고 그녀를 결박하여 차의 트렁크 속에다 처박아 넣은 다음 차를 탈취할 수도 있다. 그런 다음 어디론가 끌고 간다. 그 어딘가에서 마음 놓고 금품을 강탈한다. 그리고 끝내는……. 끝내는 그녀를 발가벗겨 강간을 한다. 세 놈이 번갈아 가며 개처럼 더러운 윤간을 한다. 이윽고 무자비한 윤간이 끝난다. 막상 윤간을 하고 나니 겁이 난다. 살려서 돌려보내면 틀림없이 경찰에 신고를 할 것이다. 수치스럽고 창피해서 신고를 못 할 수도 있겠으나 그런 년들은 병신이다. 하지만 이 아가씨는 콧대 높게 생긴 상판대기로 보아 수치심이고 뭐고 당장 신고를 하고도 남을 년이다. 그렇다면 죽이자! 살해를 해서 감쪽같이 숲 속에다 암매장을 해버리자! 가끔씩 세상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그런 끔찍하고 엽기적인 사건들이 번쩍 떠올라 은지는 처음엔 인간적으로 태워주려고 차를 세웠다가 갑자기 도망을 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의식적으로 백미러로 시선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