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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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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444g | 150*210*30mm
ISBN13 9788984315952
ISBN10 89843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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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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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회에 나와 깨달은 것들 중 하나는 이 세상에는 정말로 많은 질문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고 또 질문 받아야 한다.
면접을 보러 가면 왜 이 회사를 지원했느냐는 질문을 받아야 하고, 식당에서는 이 쇠고기가 미국산인지 아닌지 질문해야 하고, 번화가를 혼자 걷노라면 도를 믿으시냐는 질문을 받아야 하며, 소개팅을 할 때는 그 여자가 예쁜지 그 남자의 ‘스펙’이 좋은지 주선자에게 미리 질문해야 하는 것이다. 하기야 쪽지시험을 포함해 중간고사니 기말고사니 학창 시절에 우리가 치른 모든 시험에는 아예 질문밖에 없었으니, 사회에 나오기 전에도 이 세상이 수많은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영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능수능란하게 받아치던 친구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주눅 들지 않고 무엇이든 잘 받아친다는 것을 목격했으니 삶에서 질문에 대처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가끔은 이 세상이 아직 무너지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질문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묻고 답하고 다시 묻는 그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가 사람을 살아가게 하고 세상을 지탱해주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pp.17---18) ---〈질문들〉, 김미월

중요한 것은 이렇게 모여 있는 우리들이 아무것도 나누지 않는다는 것 서로가 서로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거리를 유지한다 손잡지 않는다 껴안지 않는다 각자의 춤에 몰두한다 그렇게 우리들은 개인주의자들의 천국으로 간다 예의 바르고 겸손한 개인주의자들의 천국으로 간다 그곳엔 아무도 아무것도 없다 텅 비어 있다 나 자신조차 없다(p.59) ---〈더 나쁜 쪽으로〉, 김사과

어쩌면 오늘 내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인지도 몰랐다. 이런저런 곁눈질과 시행착오 끝에 가까스로 얻게 된 한 줌의 취향. 안도할 만한 기준을 얻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던지. 상품 사이를 산책할 때 나는 엄격한 동시에 부드러운 사람이 됐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있다는 데서 오는 여유. 그러나 원하지 않는 것 역시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식의 까다로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의심을 버리자 쇼핑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원하는 게 많아졌다. 변화는 단순했다. 과거, 장식이나 색상 위주로 물건을 골랐다면 이제는 질감이나 선(線)을 보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선, 흔히 ‘잘 빠졌다’고 말하는 상품의 전체적인 맵시를. 좋은 옷을 입는 건 그것의 가격이나 옷감뿐 아니라 좋은 실루엣을 소유하는 것과 같다는 걸 깨달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명품은 아니어도 상품(上品)을 알아보는 눈이 생겼다할까.(p.72) ---〈큐티클〉, 김애란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문학을 전공하는 젊은 학생들이라면 추와 정의 개인사 따위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다. 어렵사리 문학이 뿌리내린 현실의 구질구질함을 들쑤셔 얻을게 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하지는 못하겠다. 객관적인, 공식적인, 점잖은, 이런 표현들은 비슷한 어법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말해두고 싶다. 인물이 곧 역사인 이 작은 판에서 일어난 투쟁과 반목이 객관적인, 공식적인, 점잖은 기록으로 축소되는 게 바람직한 일인지,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려 한다.(p.110) ---〈문학의 새로운 세대〉, 손아람

그는 고가도로 아래를 떠나지 않았다. 시위대의 후미마저 그에게서 멀어졌다. 시위대가 빠져나간 자리를 재빠르게 자동차들이 채웠다. 그는 중앙분리대가 없는 횡단보도 가운데 쭈그리고 앉았다. 마르께스라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묘사했을까. 그는 ㄱ에서 ㅅ까지의 낱말들 가운데 적당한 걸 찾아보려 애썼다. 머릿속 낱말들은 뒤엉킨 채로 그의 사고의 촉수를 피해 달아났다. 고가도로를 지붕으로 이고 앉은 그는 평온하다고 느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다락방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었다.((pp.150---151)
---〈마르께스주의자의 사전〉, 손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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