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Barr는 저널리스트이며 19세기 말 가장 재기 넘치는 작가로 손꼽힌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네 살 때 캐나다로 이민했고, 토론토 사범학교에서 교수 자격을 취득해 윈저 센트럴 스쿨의 교장을 역임한 교육가이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했던 로버트 바는 1870년대부터 루크 샤프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다. 풍자지 '그립'에 기고하면서부터 이름을 알렸으며, 1876년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의 기자로 일하게 되면서 거처를 미국으로 옮긴다. 이후 '프리 프레스'의 영국판 창간을 위해 영국에 정착했고 그곳에서 여생을 보냈다.
1892년, 로버트 바는 영국에서 친구 제롬 K. 제롬과 함께 풍자 가득한 문화지 '아이들러'를 창간했다. 아서 코난 도일, 러디어드 키플링, 마크 트웨인 등이 참여했고, 루크 샤프라는 이름으로 게재된 '잘못된 탐정 소설 - 셜로 콤즈의 모험'은 세계 최초로 셜록 홈즈 시리즈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로버트 바는 세계 최초의 셜로키언(셜록 홈즈 시리즈의 열성적인 팬을 이르는 말)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셜록 홈즈의 창조자인 아서 코난 도일과 평생 동안 우정을 나눴다.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서 셜록 홈즈의 죽음('마지막 사건'에서 셜록 홈즈는 라이엔바흐 폭포에서 죽는다)을 두고 논쟁을 벌인 일화는 유명하다.
이 책은 로버트 바의 대표작으로 발랄한 풍자와 다채로운 서술, 곳곳에 숨어 있는 유머 감각 등, 장르 자체를 비트는 작가의 천부적인 재능이 잘 발휘된 작품이다. 엘러리 퀸과 하워드 헤이크라프트가 뽑은 ‘미스터리의 초석 100선’에 포함됐으며, 단편 '건망증 클럽'은 엘러리 퀸을 비롯한 전문가 열한 명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미스터리 단편 열두 편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명함을 받았을 때 나는 심란한 눈빛으로 그걸 바라보았다. 상업적인 냄새를 맡았기 때문인데, 이런 사건의 수입이 좋기는 하지만 프랑스 정부의 고위 관리였던 나, 외젠 발몽은 그런 일에 연루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그런 사건에는 천박한 상거래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서 나 외젠 발몽의 관심사가 될 수 없었다. 전성기 때는 한 나라의 운명을 뒤바꿀 수도 있는 외교상의 미묘한 문제를 해결했던 내가 아닌가. ---「은숟가락에 담긴 단서」중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의 그런 자세한 사항들을 무슨 수로 아셨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원래 그런 설명은 잘 하지 않습니다." 콤즈는 태연자약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관찰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선생의 직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또 신문이 덜 지루해져서 미약하게나마 나에게 이득이 될 테니 알려드리죠. 엄지와 집게손가락에 잉크 자국이 있는 것을 보면 선생은 글을 많이 쓰는 직업입니다. 이런 식으로 손에 잉크 자국을 묻히는 계층은 다시 두 개의 하위 계층으로 나뉘는데, 서기 아니면 회계사 그리고 기자죠. 서기들은 깔끔하게 일을 해야 합니다. 잉크 자국도 살짝 남는 수준이고요. 그런데 선생의 손가락에는 잉크 자국이 닥치는 대로 심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자인 거죠. 선생의 주머니에는 석간신문이 들어 있습니다. 누구나 석간신문을 들고 다닐 수 있지만, 선생의 주머니에 든 것은 앞으로 30분이 지나야 배포되는 특별판입니다. 신문사에서 나오는 길에 챙긴 신문일 테고, 그러려면 신문사에 근무하는 직원이라야죠. 그런데 서평 기사에 파란색 연필로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기자들은 자기 글이 아니면 일하는 신문에 실린 모든 기사를 무시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표시를 한 그 기사를 쓴 사람이 선생이고, 선생은 그 기사를 문제의 책을 쓴 저자에게 부치려던 참이죠. 외부 인사들이 쓴 책은 혹평하는 게 선생이 일하는 신문의 특징 아닙니까? 저자가 선생의 친구라는 사실은 단순히 추측한 겁니다. 모두 다 일상적인 관찰의 하찮은 본보기죠." "콤즈 씨, 대단하십니다. 경찰청의 그레고리에 버금가는 분이네요. 정말로요." 내 친구는 눈썹을 찌푸리며 파이프를 찬장에 내려놓고 6연발 자동 권총을 꺼냈다. "지금 나를 모욕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저……절대로 아닙니다. 내일 당장 런던 경찰청을 맡으셔도……. 진심으로 드린 말씀입니다. 정말입니다." "그럼 신의 가호가 있길 바라겠소." 콤즈는 이렇게 외치며 천천히 오른팔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