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질을 하고 난 직후에 오렌지 주스를 마시는 실수를 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 효과는 결코 즐거운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오렌지 주스의 감미로운 맛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쓴맛만 강하게 날 뿐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효과는 치약을 사용하고 나서 최대 30분까지 지속되며, 또 정도는 약하지만 다른 식품에도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이 효과의 원인은 치약의 한 성분에 있다. 로릴황산나트륨은 치약, 샴푸, 샤워 젤을 비롯해 개인 위생용품에 많이 쓰이는 화합물이다. (…) 이유야 무엇이건, 치약의 이런 불쾌한 효과를 피하고 싶다면(양치질을 하지 않는 방법을 제외하고), 로릴황산나트륨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치약을 쓰면 된다. 이런 치약은 거품을 내는 용도로 감초 뿌리에서 추출한 화합물인 글리시리진 성분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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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비린내를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생선 냄새 증후군 환자의 불운한 처지를 생각해보라. 이 희귀 질환에 걸린 사람은 체내의 특정 효소에 결함이 생긴다. 이 효소에 결함이 있는 사람은 몸속에서 트라이메틸아민을 산화시켜 산화트라이메틸아민으로 돌아가게 하는 과정이 일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트라이메틸아민이 몸속에 축적되었다가 땀과 소변과 숨으로 배출되는데, 이 때문에 불행한 환자의 몸에서는 문자 그대로 생선 비린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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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에 독성을 나타내는 용의자는 바로 테오브로민이다. 사람의 반수 치사량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테오브로민 중독으로 죽을 만큼 초콜릿을 많이 먹은 사람은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정치는 연구자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테오브로민 중독이 나타나려면 밀크초콜릿을 적어도 5kg은 먹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이것을 개의 반수 치사량과 비교해보면, 초콜릿이 왜 개에게 더 독이 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개의 반수 치사량은 체중 1kg당 300mg이다. 체중 10kg 정도인 비교적 작은 개라면, 테오브로민을 3g만 섭취해도 이 양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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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음식은 바로 온 가족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칠면조이다. 어린 시절에는 피했을지 몰라도, 나이가 들수록 칠면조로 배불리 식사를 한 뒤에는 잠이 쏟아지는 것을 견디기 어려운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갑작스런 졸음의 원인은 칠면조 고기에 들어 있는(고기 100g당 약 0.3g) 트립토판이라는 화합물 때문이라고 흔히 이야기한다. 과연 이것은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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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에 관해 흔히 하는 충고 중 하나는 잠자기 직전에 먹으면 악몽을, 혹은 적어도 생생한 꿈을 꾸기 쉽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너무나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영국 치즈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영국치즈협회는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어떤 사실을 발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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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도 커피와 마찬가지로 카페인이 들어 있다. 차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나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나 모두 똑같은 분자이므로, 뇌에 미치는 효과도 정확하게 똑같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피의 자극 효과가 차보다 훨씬 크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이것은 단지 차의 카페인 함량이 낮아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화학적으로 다른 일이 일어나는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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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프프루트 주스 효과’란 말을 들어보았는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으니 그레이프프루트(그리고 그레이프프루트 주스)와 함께 먹지 말라는 약이 많다. 그 부작용은 그레이프프루트에 들어 있는 특정 화합물들 때문에 일어난다.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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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식품에는 견과를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를 분명히 표시해야 한다. 만약 그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경우, 그 사실을 포장지에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식품에 포함된 견과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화학적 과정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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