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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숲으로 가는 길
2. 강물로 가는 길 3. 바다로 가는 길 4. 오지 마을로 가는 길 5. 길에서 길로 이어지는 길 6. 전통을 찾아가는 길 7. 절집으로 가는 길 8. 건강으로 가는 길 |
전북의 무진장, 장수에서 호남정맥 밀목재를 넘는다. 밀목재를 지나면서 번듯하던 포장도로가 뚝 끊기고 밟기도 좋은 흙길이 나온다. 골짜기 길게 펼쳐 내린 장안산(1237m) 품에 가로막힌 덕산 마을, 안개가 감아 돈다. 이 골짜기 주변으로 예닐곱 집씩 떠듬떠듬 안겼다지만 산자락에 가려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당마을로 가려면 냇물을 건너 원덕산 마을을 지나야 한다. 30분을 족히 오르니 당마을이 뻐끗 보인다. 골짜기 안의 우묵한 터에 서너 집이 들어앉았다.
하얀 스레이트로 지붕을 새로 해 얹은 듯한 첫 집으로 들어선다. 텃밭에 세운 비닐 집엔 담뱃잎을 줄줄이 메달았고 뜨락엔 부추꽃이 하늘하늘 피었다. 몇 번 주인을 찾으니 안 주인이 뒤꼍에서 나온다. 붉은 꽃 무늬가 박힌 몸빼 허리춤에 검정 고무줄을 두른 최순자 씨다. "머 힐라 이런 촌에 왔다요" 하면서도 주근깨가 종종한 얼굴 가득 웃음을 담는다. 바깥 양반 류정열씨는 서둘러 점심 먹고 담배 밭으로 갔다 한다. --- p.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