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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꽃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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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꽃 향기

: 트랜스퍼스널 관점에서 본 명성 스님 평전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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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9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552g | 153*224*20mm
ISBN13 9788974797591
ISBN10 8974797593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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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서광 스님
대학과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1992년 운문사 명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이후 미국에서 종교심리학 석사와 자아초월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현재 보스톤 서운사 주지, 한국에서 불교심리학과 불교상담 관련 외래강사와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에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유식 30송』 『현대심리학으로 풀어본 대승기신론』 『문제는 항상 부모에게 있다』 등 다수와 『한영불교사전』 『불교상담심리학 입문』 등 다수의 편역서가 있으며, 논문「Exploring the Spiritual Development Model of Mahayana Seon Practice from the Perspective of Transpersonal Development and Healing」 「자아초월심리학적 관점에서 본 유식 5위」 「불교현대화를 위한 심리적 문화적 접근」 「사회복지의 선심리치료 활용모색」 「불교와 정신치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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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퍼스널 글쓰기

내가 명성 스님에 관한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스님과 나 사이를 아는 사람들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상좌가 은사스님에 관해 책을 쓴다면 일방적으로 은사스님을 찬탄하고 좋은 점만 드러내는 뻔한 글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의 반응이다.
둘째는 그 동안 스님들에 관한 대부분의 책들은 전문 재가 필자들이 썼는데 상좌가 직접 쓰면 좀 더 수행자적 시각에서 잘 조명할 것이라는 기대 반응이다.
나는 이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첫 번째 반응은 명성 스님의 상좌라는 입장을 떠나서 얼마나 객관적이고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명성 스님을 조명해 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두 번째 반응은 잘 알려진 전문작가도 아닌 나에게 이 글이 맡겨진 이유와 관련이 있다. 명성 스님에게 있어서 수행은 제자 교육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스님의 제자 교육은 일반적인 의미의 교육이 아니라 깨달음을 추구하는 영적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수행자 교육이다. 그러므로 스님의 행적을 조명하는 작업 또한 뭔가 영적 수행과 성장을 탐구하고 기술하는 방식과 연결되어야 하고 수행의 깊이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솔직히 처음 운문사 대중스님들과 사형, 사제스님들로부터 스님에 대한 기록이 너무 없으니 후세의 제자들을 위해서 기록으로 남겨줄 것을 요청받았을 때 몹시 난감했다. 왠지 모르게 무조건
좋은 말, 남다른 업적, 스님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하고 위대한 점들을 들추어내어 부각시켜야 되는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그분들은 위의 두 가지 반응 가운데 두 번째 이유를 기대하고 나에게 요청했지만 정작 나 자신은 첫 번째 반응이 강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도대체 너무나 뻔한 글을 나더러 어떻게 쓰라는 말인가. 너무나 가난해서 김치 조각 세 개로 밥 한 공기를 해치우고 학인스님들이 머무를 공간이 부족해서 수십 명의 스님들이 작은 방에서 칼잠(바
로 누워서 잠자기에도 비좁아서 옆으로 누워서 자야 했음)을 자야 했던 운문사에 지난 40여 년간 39채의 건물을 신축하고 10동을 보수하는 그 엄청난 불사와 1,700명에 가까운 비구니들을 길러낸 스님이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 감탄하거나 부러워해 본 기억이 없는 나로서는 독자들로 하여금 스님의 업적에 감동하고 찬탄하도록 글을 쓸 자신이 없었다.

어디 그뿐인가. 출가 당시 나는 스님처럼 살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스님이 하시는 일이면 긍정보다는 부정적 시각으로 일관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완전한 자유를 갈구했던 나에게 스님은 그 반대로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중생의 아픔을 보고 함께 아파하는 보살의 대비심에 깨달음의 대자유와 부처의 지위마저 포기하게 할 만큼 더 소중한 가르침
이 있다는 것을 알 턱이 없는 나의 눈에 스님은 운문사라는 거대한 틀 속에 갇힌 가장 부자유한 사람으로 비추어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는 오랫동안 스승의 참모습을 알아보지 못했고 존경심 또한 매우 형식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스님의 행적을 쓰는 일을 불보살님의 가피로 받아들이는 대신 마음의 부담감만 잔뜩 짊어졌다. 다만 그 동안 스님께서 공부하는 제자나 상좌들이면 누구에게나 그러하셨듯이 베풀어 주신 은혜에 한번쯤은 보답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선뜻 책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수년간 세월만 낭비했다.
한동안은 박사논문을 쓴다는 핑계가 있었지만 더는 뒤로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깊은 고민에 빠졌다가 일단 부처님께 기도하는 것으로 무조건 출발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박사논문에 적용했던 방법론의 일부가 떠올랐다. 즉 트랜스퍼스널 심리학적 관점에서 스님의 삶과 교육, 수행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트랜스퍼스널 심리학은 서양심리학과 동양심리학, 특히 불교?요가?힌두교 등을 포함한 동서심리학의 통합을 시도, 심리학의 제 4세력이라고 불린다.

트랜스퍼스널 심리학과 기존의 서양심리학과의 주요 차이는 인간의 영적 체험, 정신적 성장을 심리학의 주요 연구대상으로 포함하는 점이다. 또 연구 방법론에 있어서는 연구 주체인 연구자 자신은
연구대상에서 제외되고 항상 객체인 연구 대상에만 관심을 집중해온 기존의 심리학과는 달리 연구자 자신의 경험을 중시한다.
그러므로 트랜스퍼스널 심리학적 연구방법론을 도입한다면 위에서 제기된 두 가지 반응에 따른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가톨릭을 믿는 학생으로 맨 처음 명성 스님을 만나고 이후 유발상좌로 10년, 그리고 상좌로 18년, 30년 가까이 스님과 인연하면서 때로는 멀리서, 때로는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명성 스님을 바라보았다.
이참에 그 동안 스님과의 만남에서 일으켰던 수많은 주관적 생각들과 느낌들, 기억들을 제쳐놓고 트랜스퍼스널 관점에서 명성 스님과 같은 큰 어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내 개인의 수행과 삶에
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나는 트랜스퍼스널 관점에서 명성 스님의 수행과 삶을 조명하는 일을 ‘트랜스퍼스널 글쓰기’라고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 보기로 했다.

트랜스퍼스널 글쓰기를 위해서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자료수집이다. 스님의 법문, 글, 논문, 스님에 대한 모든 기사들, 제자들의 편지들, 그리고 스님과 인연을 맺어온 많은 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서 자료들을 수집했다. 두 번째 단계는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는 일이다. 자료 분석은 특징적인 내용이나 이야기, 사건들을 중심으로 체크했다. 세 번째 단계는 분석한 내용들을 주제별로 분류하는 작업이다.
동일한 주제에 해당하는 내용들을 골라내는 작업이다. 네 번째 단계에서는 각 주제별로 분류된 내용들을 편집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고가 완성될 무렵에서는 스님과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정리된 내용들과 관점들을 재점검하고 빠진 부분을 첨가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지난겨울 나는 수집한 자료들을 분석하기 위해서 스님의 법문, 글, 인터뷰 내용, 편지글 등을 읽기 전에 일단 1주일간 마음을 비우는 묵언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가능한 한 스님에 관한 모든 자료들을 보는 데 있어 나 자신의 편견이나 무지, 번뇌 망상에 의해서 왜곡된 이해나 판단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들이었다. 연구의 대상이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지각, 이해를 위해서 마음을 비우는 작업은 트랜스퍼스널 글 읽기의 아주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수행자가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마음에서 일어나는 주관적 반응들을 알아차리고 각종의 심리적 방어기제들에 대한 깨우침을 얻듯이 트랜스퍼스널 글 읽기는 알고 보면 글 읽기를 통해서 마음
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정화시켜가는 수행의 방편인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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