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슴속 자유가 춤을 춘다!
텔레비전 화면 가득 호랑이가 보인다. 우리에 갇힌 커다란 호랑이는 먹이로 넣어준 닭 한 마리를 보고 벌벌떨다가 우리 밖으로 뛰쳐나오고 만다. 밀림에서 잡혀 와 오랜 세월 우리에 갇혔던 호랑이는 자신이 호랑이라는 걸 까맣게 잊고 닭에게 벌벌떠는, 정체성을 잃어버린 호랑이가 되어 버렸다.
페드로는 텔레비전을 보며 그런 호랑이의 모습이 불편하기만 하다. 우리가 아닌 우리 밖 밀림의 호랑이는 얼마나 멋있을까?
안토니오는 밥 먹여 주고, 공부시켜 주고, 산책하고, 잠잘 수 있는, 안락한 소년 감화원을 탈출하려는 페드로를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그에게 ‘바보 멍텅구리’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페드로는 꽉 짜인 소년 감화원에서의 하루하루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데 소년 감화원의 잘 짜인 규칙이 자신을 보호하는 울타리라고 생각하는 룸메이트 안토니오를 이해할 수 없다.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호랑이가 떠올라 안토니오에게 ‘닭한테 벌벌떠는 호랑이’라는 별명을 지어 준다.
안토니오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페드로 때문에 견딜 수가 없다. 혼자 먹던 밥, 혼자 걷던 산책, 혼자만의 공간 속으로 흑인 소년 페드로가 슬금슬금 침범한다.
“어째서 하고 싶지 않은 행동을 자꾸만 하게 되는 걸까?” 그렇게 거부하고 밀어내는 사이 처음 안토니오의 방을 찾아왔던 것처럼 어느새 페드로가 안토니오의 가슴속에 파고들었다. 페드로는 안토니오에게 함께 탈출하자고 손을 내밀지만, 안토니오는 선뜻 그의 손을 잡지 못한다. 페드로가 탈출하던 밤, 안토니오는 페드로의 빈자리를 깨닫게 된다.
제도권 안에서 자신의 삶에 수동적이기만 했던 안토니오에게 페드로는 인생은 살아지는 것이 아닌, 살아가는 것이라는 숙제를 던져준다.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하려 하지 않았던 자신의 삶, 안토니오는 자신과 다른 페드로의 욕망을 보며 처음으로 자신을 삶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절망과 두려움으로 얼룩진 십대의 두 소년은 상대의 절망을 통해 자신의 욕망과 조우하게 된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두 소년이 바라는 자유라는 것은 거창하고 대단한 일탈이 아닌, 아주 사소하고 작은 변화였음을 알려 준다. 우리는《처음 만난 자유》를 통해 잃어버린 정체성을 되찾고, 잊고 있던 진정한 자유와 조우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