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자기 없다. 하마터면 널 완전히 놓칠 뻔했어.
더 이상은 단 1분도 놓치고 싶지 않아.”
“동화라는 건 말이지, 네가 노력하는 만큼 현실이 되는 거야.”
“루크에게 자꾸 이상한 얘기를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겐 절대로 하지 않을 얘기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가 이해하는 것 같단 사실이다.”
“그것이 마법의 원리이다. 한 번 믿기를 멈추면,
그 땐 모든 게 사라져버린다. 영원히…….
우리가 이 안에 있다……. 숨어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그 무엇보다 작지만, 그래도 이 안에 있다. 만약 인생이 의상 같은 거라면, 그래서 원하면 아무 때나 벗어서 옷걸이에 걸어두고 떠날 수 있는 거라면…….
그녀를 가질 수 있다면, 이 완벽한 여자가, 독특한 이 여자애가 날 사랑하는 방법을 찾기만 한다면, 그럼 모든 게 가능해지고 수많은 문들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매순간이 한 무더기의 열쇠와 같아지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지금 진정한 어른, 윙팁 구두를 신은 어른으로 전환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가’이기 때문이다. 이 여름이 지나면 장학금은 어떻게 될지, 대학은 어떻게 선택하고, 또 대학을 졸업하면 남은 인생은 어떻게 살 것인지, 그 모든 게 아직 커다란 의문으로 남아있는 시기라서 그렇다. 만약 우리가 열세 살이라면 질문은 일정하다. 아이가 고분고분한가, 아니면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인가? 그게 전부다. 하지만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면서 질문도 약간씩 변하기 시작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로 바뀌는 것이다. 부모님이 파티라도 여는 날이면 계속 여기저기서 그런 질문을 듣게 된다. 스포츠에 대한 얘기가 끝나면 어른들은 항상 그렇게 묻는다. ‘넌 무슨 일을 하고 있니?’ 그건 어른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암호의 일종이다. 왜냐하면 이 질문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렇게 대답하진 않으니까. ‘산책을 하고, 볼륨을 최대한 올리고 음악을 듣지만 30년 후에 청각장애가 생길까봐 신경 쓰진 않아요. 우유는 병에 입을 대고 마시고, 누가 옆에서 담배를 피우면 기침을 하고, 비가 오면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슬퍼해요. 잠이 들 때까지 책을 읽고, 그렇게 하면 재수가 좋다고 해서 양말-양말, 신발-신발이 아니라 양말-신발, 양말-신발 순서로 신어요…….’ 그렇다.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사람들은 항상 어딘가에 속해 있다. 난 광고 일에 속해있고, 난 부동산 일에 속해있고, 난 세일즈와 마케팅 일에 속해있고, ……, 그런 식이다.
"넌 지금까지 내가 본 가운데 가장 슬픈 눈을 가졌어.”
잠시 동안 난 숨을 쉬지 못한다.
"안 좋은 거야?”
"모르겠어. 슬픈 눈을 가진 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
"질문 하나만 할 게. 만약 네가 해변에 간다고 치자. 마침 황혼이 지고 있고,
물이 빠져나간 바닷가에 조수웅덩이가 하나 있어. 만일 그곳에 앉아 웅덩이 안에서
헤엄치는 생명체들을 구경한다면, 그럴 때 넌 뭘 마시고 싶어?”
그녀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는다.
"핫초코.”
"왜?”
"왜냐하면, 일단 밖은 시원할 테고, 늦가을일 테고, 그리고
그 조수웅덩이는 뉴잉글랜드 어디쯤에 있을 것이고, 모래가 아닌 바위로 된 해변에 있을 것이고,
그리고 넌 털 재킷을 입어야할 테고, 바람이 너의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만들 거고,
그리고 넌 조수웅덩이를 구경하기 위해 담요위에 앉아있을 거고,
추워서 들어가고 싶어질 때까지는 계속 해가 지는 걸 구경할 테고, 그리고 바로 그 때, 루크 S. 크라우제,
넌 내가 핫초코가 들어있는 보온병을 가져 온 걸 감사하게 될 거야.”
그녀가 미소 짓는다. 하지만 그건 여기가 아니라 딴 세상에 있는 듯한 미소다.
난 고개를 끄덕인다. 시계탑 바늘이 서서히 두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멋진 대답이야.”
난 엘라에게“넌 이런 대답들로 가득 차있지?, 맞지?”라고 말한다.
"글쎄, 할 수 있을 만큼은.”
그녀가 다시 나를 올려다본다. 그 순간, 난 그녀의 얼굴 역시 정반대로 홀려있단 생각을 한다…….
그녀가 내 눈에서 본 슬픔이 무엇이건 간에 그녀의 미소는 그 뭔가와 매치되는 슬픔을 담고 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