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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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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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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5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8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6084242
ISBN10 899608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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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들으며 여자의 눈을 바라볼 때 이상하게 나는 여자와 함께 그곳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성지와는 또 다른 그 어딘가를 찾아 모래 언덕 같은 흰 소금산을 지나 끝없는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p.29

내가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고 할 때 여자도 함께 인사를 하고 난 다음 핸드백을 고쳐 메며 휙 하고 머리를 뒤로 젖혔다. 그런 여자의 얼굴과 표정에서 나는 일병의 또 다른 바람꽃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후에도 여자는 두세 번 더 일병의 면회를 왔다. 아니, 그 이상은 오고 싶어도 올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아, 바람꽃, 하고 감동하던 일병은 거기서 한 계절을 넘기지 못하고 사계 청소를 나갔다가 미확인 지뢰를 밟고 바람처럼 흩어졌다. --- p.56

격포에 가서도 다 녹이지 못한 소금 짐과 또 그곳에서 새롭게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앉을 그 무엇을 채석강에 가 마저 녹이고 싶었던 것이고, 내소사와 선운사에서 바람에 씻어버리듯 씻고 싶었던 것이었다. 동백이야 폈든 않았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 p.64

그날 밤, 은비령엔 아직 녹다 남은 눈이 날리고 나는 2천5백만 년 전의 생애에도 그랬고 이 생애에도 다시 비껴 지나가는 별을 내 가슴에 묻었다. 서로의 가슴에 별이 되어 묻고 묻히는 동안 은비령의 칼바람처럼 거친 숨결 속에서도 우리는 이 생애가 길지 않듯 이제 우리가 앞으로 기다려야 할 다음 생애까지의 시간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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