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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중고도서

새의 선물

: 1997년도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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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6년 0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592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5712767
ISBN10 8985712764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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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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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이었다고 생각해 온 사람이 흔한 해프닝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 사람들은 당연히 사랑에 대한 냉소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랑에 빠지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얼마든지 다시 사랑에 빠지며,자기 삶을 바라 볼수 있는 거리유지의 감각과 신랄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착 없이 그 사랑에 열중할 수가 있다. 사랑은 냉소에 의해 불붙어지며 그 냉소의 원인이 된 배신에 의해 완성된다.
--- p.224
어느 날 나는 지나간 일기장에서 '내가 믿을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긴 목록을 발견했다.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않는다 말인가. 이 세상 모든 것은 다면체로서 언제나 흘러가고 또 변하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사람의 삶 속에 불변의 의미가 있다고 믿을 것이며 또 그 믿음을 당연하고도 어이없게 배반당함으로써 스스로 상처를 입을 것인가. 무엇인가를 믿지 않기로 마음먹으며 그 일기를 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삶을 꽤 심각한 것이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 p.34
아주 늙은 앵무새 한 마리가 그에게 해바라기 씨앗을 갖다 주자 해는 그의 어린 시절 감옥으로 들어가버렸네
--- 머리말 중에서
슬픔. 그렇다. 내 마음속에 들어차고 있는 것은 명백한 슬픔이다. 그러나 나는 자아 속에서 천천히 나를 분리시키고 있다. 나는 두 개로 나누어진다. 슬픔을 느끼는 나와 그것을 바라보는 나. 극기훈련이 시작된다. '바라보는 나'는 일부러 슬픔을 느끼는 나를 뚫어져라 오랫동안 쳐다본다. 찬물을 조금씩 끼얹다보면 얼마 안 가 물이 차갑다는 걸 모르게 된다. 그러면 양동이째 끼얹어도 차갑지 않다. 슬픔을 느끼자. 그리고 그것을 똑똑히 집요하게 바라보자.
--- p.187
사람의 감정이란 언제 변할지 모르며 특히 젊은이를 변심하게 만드는 일은 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그러므로 상대가 나를 사랑할때 내가 행복해진다면 그것은 상대의 사랑을 잃을 때 내가 불행해 진다는 것과 같은 뜻임을 깨닫고 그 사랑이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한편 그것이 사라질 때의 상실감에 대비해야만 하는 것이다.타인을 영원하고 유일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되며 이 세상에 그런 사랑을 있지도 않다는 것을 이모는 진작에 알았어야 했다.
--- p.304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는 이쁘고 좋기만 한 고운 정과 귀찮지만 허물없는 미운 정이 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제나 고운 정으로 출발하지만 미운 정까지 들지 않으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고운 정보다는 미운 정이 훨씬 너그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확실한 사랑의 이유가 있는 고운 정은 그 이유가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지만 서로 부대끼는 사이에 조건 없이 생기는 미운 정은 그보다는 훨씬 질긴 감정이다. 미운 정이 더해져 고운 정과 함께 감정의 양면을 모두 갖춰야만 완전해지는 게 사랑이다.
--- p.123
말은 빈 수레를 끌고 가는데도 침을 질질 흘리며 헉헉대고 있다. 제깐에는 꾀병을 부리는 것인지 땅바닥에 발을 끌며 느릿느릿 걷는데 그럴 때마다 못마땅한 마부는 고삐를 더욱 세게 잡아당기며 발걸음을 빨리 한다. 그러면은 말은 느릿느릿 걸어가는 중에도 앞다리와 뒷다리를 바꿔 딛는 사이사이에 넙적한 똥을 퍽퍽 떨어뜨림으로써 주인에게 모욕을 준다. 말하자면 말과 주인이 신경전을 벌이는데 배짱은 말이 더 센 것 같았다.
--- p.136
댓돌 위의 구두를 신고 나서 이모는 마지막으로 마루 끝의 기둥에 걸려 있는 작은 거울에 자기의 모습을 비쳐본다. 상당히 의식적인 동작으로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넘겨 보더니 옆으로 몸을 틀며 어깨를 살짝 들어올리면서 가볍게 고개를 젖혀보기도 한다. 그리고는 자기의 모습에 대한 흡족함의 표시로 괜스레 비뚤어지지도 않은 내 옷깃을 바로잡아준다.

자기의 모습이 만족스러운 데다 나를 들러리로 앞세우고 나서니 비로소 일전을 불사할 자신감이 생기는 듯하다. 그 자신감을 미소로 드러내 보이느라고 이모의 번들거리는 죽은분홍색 입술이 살짝 젖혀진다. 첫만남을 위해 이모는 장소에 대해 꽤 신경을 썼다. 고심 끝에 이모가 결정한 평생 잊혀지지 않을 낭만적인 장소는 산성 안에 있는 '성안'이다.
--- p.81
누가 나를 쳐다 보면 나는 먼저 나를 두개의 나로 분리시킨다. 하나의 나는 내 안에 그대로 있고 진짜 나에게서 갈라져나간 다른 나로 하여금 내 몸밖으로 나가 내 역할을 하게 한다. 내 몸 밖을 나간 다른 나는 남들 앞에 노출되어 마치 나인 듯 행동하고 있지만 진짜 나는 몸 속에 남아서 몸 밖으로 나간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하나의 나로 하여금 그들이 보고자 하는 나로 행동하게하고 나머지 하나의 나는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 때 나는 남에게 '보여지는 나와 나 자신이 '바라보는 나'로 분리된다.
--- p.20-21
내가 왜 일찍부터 삶의 이면을 보기 시작했는가. 그것은 내 삶이 시작부터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삶이란 것을 의식할 만큼 성장하자 나는 당황했다. 내가 딛고 선 출발선은 아주 불리한 위치였다. 더구나 그 호의적이지 않은 삶은 내가 빨리 존재의 불리함을 개닫고 거기에 대비해주기를 흥미롭게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어차피 호의적이지 않은 내 사람에 집착하면 할수록 상처의 내압을 견디지 못하리란 것을 알았다. 아마 그때부터 내 삶을 거리 밖에 두고 미심쩍은 눈으로 그 이면을 엿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의 삶의 비밀에 빨리 다가가게 되었다.
--- p.14
내가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힘이 나.그 안간힘이 소설을 쓰게 했을까. 세상이 내게 훨씬 단순하고 그리고 너그러웠다면 나는 소설을 쓰지 않았을 것이고, 아마 인생에 대해서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작가 후기> 중에서
--- p.390
내 이름이 불려지자 허석은 어뜻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허석이 이모 편에 들어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는 걸 보며 배신감과 질투를 느끼던 나는 그의 시선에 조금 마음이 누그러진다. 사랑은 자의적인 것이다. 작은 친절일 뿐인데도 자기의 환심을 사려는 조바심으로 보이고, 스쳐가는 눈빛일 뿐인데도 자기의 가슴에 운명적 각인을 남기려는 의사표시로 믿게 만드는 어리석은 맹목성이 사랑에는 있다. 허석이 다만 하번 쳐다본 것을 가지고 그것이 '이렇게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바로 너'라는 의미라도 되는 듯이 가슴이 설레는 걸 보면 진정 나는 사랑에 빠진 모양이다.
--- p.180
나처럼 일찍 세상을 깨친 아이들은 어른들이 바라는 어린이 행세를 진짜 어린이 수준밖에 못 되는 아이들보다 훨씬 더 그를듯하게 해낸다. 그래서 어른들 비밀의 겉모습을 조금 엿봤을망정 그 비밀의 본질에 대해서는 아묻것도 모르는 척 행동한다. 그것이 어른들을 얼마나 안심시키면서 또한 귀여움을 촉발시키는지 모른다. 비밀이란 심술궂어서 자기를 절대 보이기 싫어하는 것만큼이나 누군가에게 공유되어지기를 간청하는 속성이 있다.
--- p.19
나는 왼쪽 털신 속에 발을 집어 넣고 이번에는 오른쪽 털신을 벗어들고는 그 안의 눈을 털어냈다. '보여지는 나'가 말한다. 공손하게 인사를 해. 침착하게. '바라보는 나'가 말한다. 반가워하지마. 아버지라고? 농담이야. 60년대엔 나에게 아버지가 없었지. 그러니 이건 새로운 농담이 틀림없어. 70년대식 농담인 거야. 시대라는 구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건 어쩔 수 없이 인정하더라도 맙소사, 아버지아니, 70년대엔 내게 아버지가 있다니, 이건 대단한 농담이다.
--- p.380
나는 볕이 들지 않는 뒷마루로 가서 고전읽기 경시대회에 대비하여 단테의 [신곡]을 읽기 시작했다. 까다로운 외국 이름이 페이지마다 새로 나오고 주석이 너무 많아서 내용이 쉽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따분한 책이었다. 몇 장 읽기도 전에 하품이 나왔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아홉 가지 지옥이며 거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 외어야 하는데 주인공은 외울 것이 많아지면 아이들이 더욱 괴로워하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없이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자기 견문만 넓히고 있다.
--- p.289
나는 기회만 닿으면 언제라도 '첫경험'의 금기를 깨뜨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기회가 어른들이 생각하는 적당한 나이보다 조금 빨리 주어져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 기회가 그처럼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삶이 다 그렇듯이 그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p.247)
그러자 이모는 더 큰 소리로 섧게 울었다. 사랑을 잃은 처녀의 눈물로 새워질 또 하루의 밤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이모에게는 너무나 긴 밤이었다. 그리고 그 밤이 지나자 화요일이 되었다. 이제 하루만 지나면 허석이 오는 날이었다.(p.320)
세상에 기적이란 없다. 그러나 우연은 많다. 아니 세상의 중요한 일은 공교롭게도 모두 우연이 해결한다. 다행인 것은 우연 중에는 나쁜 우연이 더 많지만 간혹 좋은 우연도 있다는 것이다.(p.372)
--- p.247-372
그때 버스 안에 탔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나를 향해 아우성을 친다. 사방이 웅성거리고 소란스럽다. 나 혼자만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가슴을 쥐어뜯고 있다. 시끄럽게 웅성거리는 소리는 찢어질 듯한 비명과 아비규환의 부르짖음으로 바뀐다. 한사코 나는 목소리를 내려고 몸을 비틀고 고개를 내두르며 안간힘을 썼다. 제발, 단 한 마디만, 이모라고, 제발 한 마디만, 이모.....드디어 꽉 막혔던 목구멍이 터지며 내 입에서 가느다란 소리가 새어나왔고, 그리고 나는 눈을 떴다.
--- p.337
그것은 내 삶이 시작부터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삶이란 것을 의식할 만큼 성장하자 나는 당황했다. 내가 딛고 선 출발선은 아주 불리한 위치였다. 더구나 그 호의적이지 않은 삶은 내가 빨리 존재의 불리함을 깨닫고 거기에 대비해주기를 흥미롭게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어차피 호의적이지않은 내 삶에 집착하면 할수록 상처의 내압을 견디지 못하리란 것을 알았다. 아마 그때부터 내 삶을 거리 밖에 두고 미심쩍은 눈으로 그 이면을 엿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삶의 비밀에 빨리 다가가게 되었다.
--- p.14
그 식모,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식모'보다는 '비운의 처녀'인 영숙이모는 주인아저씨의 목소리가 은밀하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조금만 잘해줘도 주인의 인정스러움에 감동'하는 식모답게 황급히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술냄새가 확 끼치며 영숙이모의 순결한 몸위로 탐욕스러운 대머리 사내의 몸뚱이가 덮쳐왔다.
--- p.258
광진테라 아저씨가 이렇게 방방마다 돌아다니면서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모르는 척 그냥 방구들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장군이네 마루가 갑자기 왁자지껄해지더니 자기 소개를 하는 허석의 목소리가 들린다. 자리에 누워서 한참을 이리저리 뒤척이던 나는 모기장을 젖히고 방에서 나와버린다. 덥기도 하려니와 이상하게 마음이 들떠서 통 잠이 오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광진테라 아저씨는 목소리가 더욱 커진다. 아저씨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만 가면 정치적인 인물을 자처하는 버릇이 있다. 더욱이 지금 시점이 휴교령 이후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에서 내려온 대학생 허석을 의식했는지 부쩍 그런 방향으로 화제를 몰고 간다. 아저씨가 이 술자리를 정치적 집회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적 소신'에서가 아니라 '풍운아적' 기질에서 나오는 실속 없는 공명심 탓이라는 사실을 우리 집 사람들은 다 알고 있기에 별로 대꾸를 하지 않는다.
--- p.149
고달픈 삶을 벗어난들 더 나은 삶이 있다는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떠난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기보다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무 확신도 없지만 더 이상 지금 삶에 머물러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에 떠나는 이의 발걸음은 가볍다.
--- p.135
<새의 선물>은 깔끔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대목은 삶의 진실에 던져지는 날카롭고 에누리없는 시선이다. 보아서는 안 될 삶의 이면을 너무 일찍 보아버린 아이의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과 거기서 오는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의 가차없는 묘사는 사트르트의 소설 <말>을 연상케 한다. -김화영(문학평론가)
--- p.
<새의 선물>은 깔끔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대목은 삶의 진실에 던져지는 날카롭고 에누리없는 시선이다. 보아서는 안 될 삶의 이면을 너무 일찍 보아버린 아이의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과 거기서 오는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의 가차없는 묘사는 사트르트의 소설 <말>을 연상케 한다. -김화영(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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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12살의 시각으로 고정되어 있고 한국의 시대 배경, 환경을 자연스럽게 풀어썼다. 섬세한 묘사로 작중인물과 사건을 ‘보여지는 나’에서가 아니라 ‘바라보는 나’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간결하게 썼다. 또 그 이중성을 인간적인 면으로 묘사하고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기 때문에 작품이 살아있고 따스함을 전해준다.
--- 어린이도서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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