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지금까지 방문했던 모든 웹사이트, 보냈던 모든 이메일, 온라인에서 읽었던 모든 이야기, 배웠던 모든 사실 그리고 엉터리임을 직접 밝혔던 모든 허구를 생각해보라. 이런 플랫폼을 거쳐 구축된 모든 관계, 계획해온 모든 여행, 찾아본 모든 일자리 그리고 상상하고 키우고 실현시켰던 모든 꿈을 생각해보라. 상명 하달식 통제가 사라지면서 새로이 허용된 것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라. 그런가 하면 온라인 사기, 폭력과 집단 따돌림, 증오집단의 웹사이트, 테러리스트들의 대화방이 등장했다. 이것이 바로 통제되지 않는 세계 최대의 공간, 인터넷이다.---머리말/pp.9-10
어디를 둘러보건 우리 눈에는 휴대전화가 들어왔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당시 이라크는 사담 후세인의 몰락 이후 6년 넘게 전쟁에 휘말려 있었다. 전체주의 편집광이던 후세인은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었다. 전쟁은 이라크의 물리적 인프라를 초토화시켰고, 이라크 국민 대부분이 음식, 물, 전기를 제대로 구할 수 없었다. 기본적인 일용품조차 엄두도 내기 힘들 정도로 가격이 비쌌다. 어떤 곳에서는 몇 년 동안 쓰레기가 수거되지 않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국민의 보안이 보장되지 않았다. 그것은 고위관료건 평범한 가게주인이건 모두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휴대전화 구입은 이라크 국민이 해야 할 너무 많은 일들 가운데 가장 후순위처럼 보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라크 국민이 고달픈 현실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를 최우선 순위로 장만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우리 두 사람은 그곳에서 이 세상에 무언가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 제러드는 당시 여행을 통해 정부들이 위험할 정도로 변화 예측에 뒤처져 있으며(또한 그들은 변화를 두려워하기도 했다), 새로운 도구가 각종 도전과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에릭은 모두가 알고 있는 수준 이상으로 기술 산업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와 상대해야 할 고객이 많다는 자신의 생각을 재확인했다.---머리말/pp.15-16
이 책은 기술에 관한 것이자,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과 인간이 현재와 미래에 각자 처한 환경에서 어떻게 기술과 소통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에 적응하고, 기술을 이용하느냐를 다룬 책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사람들의 손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안내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다룬 책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가진 여러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선이나 악 중 어떤 목적을 위해 쓰일지는 전적으로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다. 기계가 세상을 장악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전부 잊어라. 미래에 일어날 일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있다.---머리말/p.22
오늘날 콩고의 여성 어부들에게 기본기능만 갖춘 휴대전화가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자. 과거에 그들은 매일 잡은 물고기들을 시장에 갖다 놓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서서히 상하는 물고기들을 지켜봐야 했지만, 이제는 물고기를 잡아 강에 넣어두었다가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오기만 기다리면 된다. 주문이 들어오면 강에서 물고기를 꺼내 매수자에게 배달할 준비를 한다. 이제는 값비싼 냉장고도, 밤에 물고기를 지켜야 할 사람도 필요 없다. 물고기가 상해서 가치가 떨어지고 고객을 식중독에 걸리게 만들 위험도 없으며, 물고기를 불필요하게 많이 잡을 필요도 없다. 이런 여성 어부들이 만든 시장규모는 주변지역에서 활동하는 다른 어부들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그녀들이 협력에 나서면서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이러한 여성 어부들이나 아니면 더 넓게 봤을 때 지역공동체 입장에서는, 개발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공식적인 ‘시장경제’ 대신 휴대전화가 나쁘지 않은 차선책인 셈이다.---1장_ 인간의 미래/pp.28-29
온라인에 남아있던 과거의 잘못된 행적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중도 낙마할 정치인 지망생의 수도 적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도자의 부정이나 과거 마약복용 같은 행적에 대한 대중의 태도가 누그러지는 경향이 강해질지 모른다(다만 “대마초를 피우긴 했어도 들이마시지는 않았다”라고 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말을 누가 잊어버리겠는가?). 유권자들은 후보자가 미성년자 시절에 언어도단言語道斷적인 글이나 사진을 올렸다는 것을 기록으로 확인하더라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다. 인터넷에 남아있는 젊은 시절의 무분별한 행위에 대해 대중은 몇 걸음 더 나아가 관용을 발휘하겠지만, 이는 고통스러운 과도기를 거쳐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는 영웅이 사라진 시대가 맞게 될 당연한 단계다.---2장_ 신원, 시민권, 보도의 미래/pp.99-100
우리는 이미 사이버 공격의 주체를 둘러싼 문제가 어떻게 국가적 차원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여러 사례를 목격해왔다. 2009년에는 세 차례 디도스 공격으로 한국과 미국의 주요 정부 웹사이트들의 기능이 마비됐다. 이 사이버 공격을 조사한 보안전문가들은 당시 공격에 동원된 좀비 PC들의 네트워크인 봇넷Botnet이 북한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강력히 시사하는 한국어 등 여러 단서를 찾아냈다. 한국의 정부관리들은 곧바로 북한을 지목했고, 미국 언론들은 이와 관련된 내용을 기사화했으며, 유력 공화당의원은 오바마 대 통령이 보복 차원에서 북한에 대해 ‘강력한 무력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공격의 정확한 발원지를 입증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로부터 1년 뒤, 분석가들은 2009년 디도스 공격을 북한이나 다른 어떤 국가가 저질렀다는 사실도 입증할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베트남 출신의 한 분석가는 앞서 디도스 공격이 영국의 소행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한국 국민들은 북한의 체신성을 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이것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도록 선동하기 위해 한국 정부나 운동가들이 꾸며낸 조작극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공격은 별반 효과가 없었고, 상당히 단순하게 이루어졌다. 공격으로 인해 유실된 데이터는 없었으며, 공격도 다소 무딘 편이었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도 이것이다. 하지만 스턱스넷 바이러스나 그보다 더 정밀한 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나라가 늘어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어떤 시점에 이르면 사이버 공격이 실제 전쟁으로 돌변할까? 공격을 선동한 자가 자신의 흔적을 거의 대부분 감춘다면, 국가는 과연 어떻게 복수할까? 전 세계 정책 당국자들은 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이런 질문들에 대답해야 할 것이다.---3장 국가의 미래/pp.190-191
이어 무시무시한 기대치 차이가 생긴다. 혁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고, 새로운 사람들이 권력을 잡고, 대중의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르더라도, 국민의 그러한 기대와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새로운 정부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연결성이 큰 역할을 하면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봉기에 참가하겠지만, 혁명이 끝난 후에는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가 정치로부터 갑자기 배제됐다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4장 혁명의 미래/p.229
2009년, 이라크를 돌아다니던 우리는 그곳에서 테러리스트 되기가 너무 쉽다는 사실에 놀랐다. 우리가 만난 미군 대령은 순찰 중인 미군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 중 하나가 길가에 숨겨진 사제폭발물mprovised Explosive Device, IED이라고 했다. 전쟁 초기만 해도 IED를 만드는 데 돈도 많이 들고 특별한 재료도 필요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테러를 저지르고자 하는 사람 누구나 폭탄의 제조도구와 제작법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 휴대전화로 폭발시키는 반군의 IED가 이제 고등학교의 과학 프로젝트와 맞먹는 수준이 됐다면, 그것이 우리의 미래에 대해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 미래의 수제 테러 기기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드론과 모바일 IED를 합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한 드론은 온라인숍이나 장난감 가게에서 구매할 수 있다. 실제로 간단한 원격조종 헬리콥터들은 이미 어디서나 구할 수 있다. 프랑스 기업인 패롯Parrot이 개발한 무인비행체 ‘AR. 드론AR. Drone’은 2011~2012년 성탄절 연휴 때 가장 많이 팔리는 장난감 중 하나였다. 이러한 장난감은 이미 스마트폰으로 조종이 가능하고, 여기에는 카메라도 장착되어 있다. 이착륙장치에 사제폭탄이 들어가고, 와이파이로 연결된 보다 복잡한 형태의 드론이 개발됐다고 상상해보라. 이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공포를 초래한다. 그리고 이 공포는 조만간 미국에 닥칠 것이다.---5장 테러리즘의 미래/pp.255-257
테러조직과 정부는 모두 자기편에서 싸워줄 엔지니어와 해커를 모집하는 데 힘쓸 것이다. 테러조직들은 기술적인 재능을 가진 핵심전략가들이 자신의 파괴능력을 확장시켜줄 수 있음을 인식한 후, 점점 더 대학과 기업의 엔지니어, 학생, 프로그래머, 컴퓨터 과학자들을 포섭대상으로 삼으면서 차세대 사이버 무장단체를 설립할 것이다. 물리적ㆍ법적 문제 때문에 누군가에게 테러리스트가 되어달라고 설득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이데올로기, 돈, 협박 등이 포섭과정에서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다. 테러조직은 정부와 달리 반체제라는 카드를 쓸 수 있다. 이는 젊은이들과 불만 많은 해커들 사이에서 테러조직의 입장을 강화시켜줄지도 모른다. 물론 사이버테러리스트가 되겠다는 결심은 순교를 하겠다고 서명하는 것보다 개인의 건강에 미칠 피해가 대부분 더 적을 것이다. ---5장 테러리즘의 미래/p.276
정부가 콘텐츠 통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존의 차별정책을 온라인상의 전면적인 박해조치로 격상시키고 싶다면, 특정 집단의 인터넷과 그것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접속을 제한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박해받는 집단들이 당하는 물리적인 괴롭힘이나 마구잡이식 체포, 폭력행위, 경제적ㆍ정치적인 교살에 비하면, 이러한 방법은 사소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결성이 확산되면서 인터넷 서비스와 모바일 기기는 개개인에게 정보, 일자리, 재원, 오락거리도 모자라,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통해 자신의 환경을 초월할 수 있는 필수적인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억압받는 사람들이 가상세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매우 극단적이면서도 극심한 피해를 주는 정책이 될 것이다. … 콘텐츠를 없애고 접근을 제한하는 등의 전략 중 어떤 것도 국가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인 능력을 갖춘 집단과 개인도 국가와 상관없이 가상차별virtual discrimination을 추구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가상 대학살virtual genocide은 정부가 아니라 광신도 집단에 의해 자행될지도 모른다. … 과거 신나치주의자의 리더였고 현재는 ‘증오 거부anti-hate’ 운동을 하고 있는 크리스티앙 피치올리니Christian Picciolini는 … 앞으로 수년 내에 증오집단에 의한 가상 괴롭힘virtual harassment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가해자에게는 온라인 차별의 결과가 가해자에게는 덜 가혹해 보일 겁니다. 따라서 괴롭힘이 더 자주, 더 격렬하게 일어날 거예요.”--- 6장 갈등, 전투, 개입의 미래/pp.309-314
미래에 일어날 일 그리고 우리가 분명히 말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두 가지 문명에 관한 이야기다. 그 중 하나는 현실세계의 문명으로, 이는 지난 수천 년의 시간을 거쳐 발전해왔다. 다른 하나는 가상세계의 문명이며, 이는 여전히 완연한 형성단계를 밟고 있다. 이 두 문명은 서로 상대방의 부정적인 면을 억제하면서 어느 정도 평화로운 방식으로 공존할 것이다. … 두 문명 사이의 균형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정의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관점에서는 그러한 다차원적인 결과가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상상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평등하고, 투명하고, 흥미로울 것 같다. 사회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사용자들은 가상세계에 연결됨으로써 따라오게 될 여러 혜택을 얻기 위해 사생활, 안보, 개인 데이터처럼 현실세계에서 가치를 두는 것들을 자발적으로 포기할 것이다. 반대로, 그들이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책임감을 요구하고 변화를 추진하기 위한 도구들을 현실세계에서 재량껏 동원하게 될 것이다. … 이렇게 낙관할 수 있는 것은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하는 도구나 홀로그램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목격되는 남용, 고통, 파괴를 저지할 수 있는 기술과 연결성이 가진 능력 때문이다. 폭로할 기회가 생겼을 때 폭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자신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연결성과 기술적인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연결되기만 하면 나머지 일은 사람들이 알아서 해줄 것이다. 그들은 이미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를 안다. 또한 아무리 빈약한 도구를 가지고 있다 해도 혁신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경제적 번영, 인권, 사회적인 정의, 교육, 자결권에 관해 열정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우리가 그러한 목표를 성취하는 것뿐만 아니라 심지어 목표를 넘어 움직이는 데 연결성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 불평등이나 권력의 남용을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기술을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권력이 개인의 손으로 이양되도록 도울 수 있으며, 개인들이 기꺼이 그것을 받으리라 믿는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맺음말/pp. 422-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