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당신은 본 적 없겠지만, <br/>내 마음속에는 정원이 있어요. </b><br/>_2월 938일<br/><br/>완벽한 독창성, 엄청난 상상력, 뛰어난 글재주의 결합체<br/>김경주 시인 추천작<br/><br/><b>완벽한 독창성, 엄청난 상상력, 뛰어난 글재주의 결합</b><br/><br/>알려지지 않은 마을. 2월이 계속해 머물게 된다. 2월은 추운 날씨를 지속시키고 더불어 열기구와 연, 새 등 모든 나는 것을 금지시킨다. 새디어스는 2월의 억압에 저항해 전쟁을 시도하지만 저항을 하면 할수록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된다. 2월과 2월의 부인인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 새디어스, 마을 사람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br/><br/>『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는 장르의 경계를 무너트린 책이다. 처음 책을 접하면 열기구, 연, 올빼미, 하늘나라, 박하 향 등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조금 읽어 나가다 보면 동화 속 배경 위로, 더 이상 동화처럼 아름답지 않은 현실 속 이야기가 오버랩된다. 눈이 덮인 새하얀 마을은 아름답지 않다. 계속되는 고통은 마을 사람들을 뭉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와해시킨다. 앞장서서 싸울수록 고통은 더욱 커진다. 계속되는 겨울은 마을 사람들의 희망과 미래까지 얼어붙게 만든다. <br/><br/>셰인 존스는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에서 자신의 특기인 시와 단편소설의 요소를 유감없이 사용했다. 짤막한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시처럼 함축적인 언어를 사용했으며,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 차 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시를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상황을 사실 묘사로 받아들여야 할지 은유로 받아들여야 할지 계속해서 고민하게 한다. 메타포로 읽은 것이 사실이 되고, 사실로 여긴 것이 메타포로 바뀌는 반전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br/><br/>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메타포와 사실의 반전이 거듭되는 것처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것이다. 처음 2월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절대 악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정체가 점차 모호해진다. 거듭되는 반전과 등장인물들을 둘러싼 베일이 벗겨질수록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대해 더욱 깊게 생각하게 된다. <br/><br/>새디어스는 현실 속 아버지를 대표하는 인물일 수도 있고, 민중을 이끄는 지도자로 해석될 수도 있으며, 이상을 향해 도전을 거듭하는 이상주의자로 해석될 수도 있다. 2월은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있는 권력자로 해석될 수도 있고, 민중을 억압하는 독재자로 해석될 수도 있으며, 이상을 억압하는 현실주의자로 해석될 수도 있다. 셰인 존스는 자신이 만든 이 창조물들의 성격을 뚜렷이 구분 짓지 않았다. 독자들이 자유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많은 여백을 남겨 놓았다.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를 읽은 독자들은 이 책이 의미하는 것을 어느 무엇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br/><br/><b>〈존 말코비치 되기〉 스파이크 존즈 제작, 2011년 영화 개봉!</b><br/><br/>영화감독이자 배우이며 뮤직비디오를 놀라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는 책을 읽고 책 속의 놀라운 상상력과 은유를 알아차렸다. 〈존 말코비치 되기〉로 상업적 완성도와 작품성 모두를 충족시키는 감독으로 인정받았으며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자신의 상상력과 은유의 범주를 사람들에게 확실히 인식시킨 스파이크 존즈는 이 책의 영화 판권을 구입하며 영화화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졸업 작품으로 출품한 단편영화 〈Death to the Tinman〉(2006)으로 2007년 선댄스 영화제 단편 부문 주목할 만한 작가상을 받았으며 그룹 MGMT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여 자신만의 영역을 공고히 하고 있는 레이 틴토리Ray Tintori.를 감독으로 지목해 영화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다.

우리에게는 〈존 말코비치 되기〉로 잘 알려진 감독이자 배우이면서 뮤직비디오 연출가이기도 한 스파이크 존즈의 작품을 즐겨보던 중 우연히 그가 아주 실험적이면서 독창적인 영화를 제작하고 있으며, 그 영화의 감독으로 최근 선댄스 영화제에 자신의 특이한 콩나물들을 데리고 『오즈의 마법사』를 새롭게 재탄생시킨 작품을 출품해 일약 신예 영화감독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레이 틴토리를 지목했다는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그토록 까다롭고 매혹적인 제작자와 감독이 평화협정(?)을 맺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꿀과 연기 냄새가 나는 소녀(원제: Light Boxes)』는 작가 셰인 존스의 처녀작이다. 우선 이 작품은 우리가 문학의 테두리 안에 가두어 두었던 장르와 형식을 뿌리부터 재치 있게 펌프질하기로 마음먹은 것 같다. 그가 고안해낸 이 혼종성의 서사와 알레고리들은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다가도 점점 기묘한 가독성을 불러일으킨다. 뭐랄까? 열기구를 타고 몇 시간 쯤 저 아래 이상한 세계를 돌아다닌 기분이랄까? 독자들이여 책 속에 등장하는, 이 뇌종수맥이 궁금해지는 수많은 인물들이 당신의 ‘입술에 들러붙어 숨을 못 쉴’ 지경까지 이야기를 따라가 보시라! 날카롭고도 유쾌한 이 데뷔작에 주목하면서 말이다.
김경주 (시인,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