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불어닥친 벤처 열풍은 우리의 생활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켜 놓았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뉴스, 여행, 일거리 등 유용한 정보를 무료로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상품과 서비스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친구, 동창, 동료들과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도 있다. 어느 순간 인터넷은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인터넷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될수록 인터넷을 활용한 비즈니스에 대한 경영자들의 오해와 혼란이 가중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 사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준비 없이 남이 하니까 나도 따라 한다는 식의 풍토는 사업을 혁신시키겠다는 '비즈니스 게임'보다는 투기로 대박을 터트리겠다는 '머니 게임'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왜곡시켰다. 그 결과 코스닥은 폭락했고 더불어 인터넷도 혁신의 도구라기보다는 하나의 유행으로 치부되어 버렸다.
그러나 저자는 인터넷이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기본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터넷과 정보 기술의 확산으로 고객이 칼자루를 쥐는, 즉 고객이 비즈니스의 모습과 산업의 형태를 바꾸는 고객 경제(customer economy) 시대가 도래했다. 사실 비즈니스의 역사에서 21세기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사상 최초로 고객들이 쉽고 빠르게 기업과의 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인터넷과 정보 기술이라는 도구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21세기 경영의 핵심 화두인 '고객'을 강조하면서 이 책에서 세 가지 중요한 원칙과 이를 실제 경영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원칙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고객이 비즈니스의 통제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21세기 고객들은 실시간 정보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정보에 대한 공개적이고 동등한 접근, 전문적인 정보, 편리한 정보 접근을 요구한다. 또한 고객들은 업무 프로세스, 물류, 가격에 있어 투명성을 요구한다. 심지어 그들은 개인 정보는 물론 유통 채널과 가격에 대해서도 주도권을 행사하기를 원한다. 이처럼 인터넷으로 촉발된 고객의 새로운 욕구는 20세기에 만들어진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로 더 이상 충족시키지 어렵게 되었다. MP3와 냅스터로 야기된 음악 산업의 혁명이 기존 음반 산업을 변화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첫 번째 원칙은 2장, 3장, 4장에서 자세히 설명되고 있다.
두 번째 원칙은 고객 관계(customer relationship)의 중요성이다. 저자에 의하면 고객 경제 시대에 가장 귀중한 자산은 자본, 제품, 인력 등이 아니라 바로 기업이 고객과 맺고 있는 관계이다. 이 책에서는 현재의 고객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치와 미래의 고객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치를 종합해 고객 프랜차이즈(customer franchise)라는 개념으로 정리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경영에서 기업 가치는 현재와 미래 고객 관계의 총 가치인 고객 프랜차이즈에 의해 결정된다. 5장, 6장에서는 고객 자본, 고객 모멘텀, 고객 프랜차이즈 등 고객 가치를 구성하는 핵심 개념과 고객 가치에 의한, 고객 가치를 위한 경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객 경제 시대의 세 번째 원칙은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에 대한 강조이다. 고객과의 보다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광고나 A/S 활동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 경제 시대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카탈로그, 콜센터, 매장, 웹, e-메일, 전자 시장 등 다양한 고객 접점과 유통 채널을 이용해서 브랜드 개성과 이미지에 어울리는 총체적 고객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7장에서는 이러한 총체적 고객 경험에 대한 자세한 이론과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고객 경제 시대의 세 가지 원칙을 실제 경영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고객 조종실(customer flight deck)이라는 개념을 8장에서 제시하고 있다. 고객 조종실이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고객 경제 시대를 헤쳐나가는 기업의 모습을 비행기 조종에 비유한 개념으로 9장부터 16장까지 설명되는 총체적 고객 경험을 위한 8단계의 설명을 보완하고 있다. 각 장마다는 찰스 슈왑, 휴렛패커드, 테스코, 내셔널 세미컨덕터, GM복스홀 등 13개 기업의 자세한 사례 연구를 인용함으로써 독자들의 완벽한 이해를 구하고 있다.
--- 이동현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