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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밤
중고도서

여행자의 밤

: 낯선 공기와 어둠이 위로가 되는 시간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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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92g | 145*205*20mm
ISBN13 9791188850143
ISBN10 118885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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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여행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 법이잖아요. 빠르게 지나가면 볼 수 없는 것들도 느릿느릿 천천히 가면 다 볼 수 있으니까요.”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친구들이었다. 혼자라면 힘들었겠지만 친구가 곁에 있어 가능했다는 그들의 말에 그저께 밤에 친구 앞에 내밀었던 오징어튀김과 맥주가 떠올랐다. 나보다 네댓 살은 어린 친구들이었지만 훨씬 더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국경을 넘는 밤」중에서

실패는 없었다. 인터넷의 별점은 믿을 만했다. 때로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곳을 따라가기만 해도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맛이 좋기로 소문난 집에 가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곳에 가서 인생 사진을 남기는 일도 행복하다. 그런 여행은 적어도 실패할 확률이 많지 않다.
하지만 나는, 새벽 2시 40분에 스시집 앞에 줄을 서는 일은 이제 하지 않을 것 같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누군가가 찍어놓은 별을 쫓아가는 여행보다는 어딘가에 숨겨진 반짝임을 찾아다니는 여행이 여전히 더 좋다. 다른 사람에게는 반짝이지 않을지라도 내 눈에는 그 어느 곳보다 빛나는 곳을 발견하는 것이 더 좋다.
_ p.46, ‘별을 찾아가는 밤’ 중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주름이 늘고, 흰머리가 늘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다. 사랑하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좋아하던 배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단골 식당이 있던 자리에 화려한 카페가 들어서거나 좋은 추억이 쌓인 정육점이 문을 닫는 일 같은 것 말 이다.
많은 것이 변하고 나도 변했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예상치 못한 이별이 점점 늘어, 이제는 익숙해져야 하나 싶을 정도로 많아졌음에도 그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을 여전히 나는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별 앞에서 무뎌지는 날이 과연 올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나이를 먹는 밤」중에서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는 것처럼 가까이 느껴지던 그날 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떠올린 것은 그동안의 나의 인생이라거나 아직 하지 못한 일, 혹은 이루지 못한 꿈들에 대한 아쉬움과 같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었다.
내 머릿속을 오롯이 채운 것은 남겨질 나의 사람들. 내가 떠난 후에 남겨질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만약 내가 이렇게 떠난다면…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안고 살아갈 부모님과 언니, 동생을 비롯한 나의 가족, 가끔씩 나의 빈자리를 느끼며 슬퍼해줄 친구들 그리고 아직 전기밥솥에 밥 짓는 방법 하나 모르는, ‘곁에 없으면 보고 싶고 곁에 있으면 괴롭히고 싶다’는 말로 애정 표현을 하던 나의 남편이었다. 아직 여행은 한참이나 남아 있었지만 당장이라도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내가 돌아왔다고, 너무너무 무서웠다고,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위로받고 싶었다.
---「삶과 죽음, 그 어딘가의 밤」중에서

보호자가 되어 하는 여행은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매일 밤 그날 쓴 비용을 정리하고 다음 날 일정을 체크하고서 엄마 아빠가 잘 주무시고 계시는지, 현관문은 잘 잠겼는지를 모두 확인한 후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언제나 제일 마지막까지 깨어 있는 사람은 나였다. 머리가 닿기도 전에 곯아떨어졌다.
반면, 가장 먼저 일어나는 사람은 아빠였다. 아침마다 아빠는 내 방에 들러 이불을 덮어주고, 한참을 내려다보다가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가시고는 했다. 정신없이 자다가 잠에서 깨어 주방으로 나가보면 어느새 엄마는 아침 밥상을 한가득 차려놓고 나갈 때 챙겨갈 커피까지 끓여놓고 계셨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가 보호자가 된 여행을 하고 있었다.
---「보호자가 되는 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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