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이듬해 결혼하여 두 명의 아이를 얻지만 그로부터 14년 후, 다시 이혼하게 된다. 한편, 형이 말한 대로 우리 형제는 차례로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향했고 그때마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네 명의 아들을 미국으로 보낸 패전국 일본의 우리 어머니 세대의 고통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쟁에 패한다는 것은 단순히 군사적인 패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패배한 뒤에도 비극은 여전히 남는다. 그것은 자기의 아들과 딸이 자기와는 다른 가치관을, 그것도 일찍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상대국가의 가치관을 가지게 된다는 형태로 나타난다. 아버지들의 전쟁은 패전과 동시에 끝났는지도 모르지만 일본의 적국이었던 미국을 동경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자식을 낳은 우리의 어머니들에게 있어서는 전쟁이 끝나는 그 순간부터 다시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그녀들의 자식들은 일본보다는 오히려 미국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들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자기가 낳은 자식들에게 자기의 가치관을 부정 당하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 보아야지."
형은 결혼을 결심하면서도 약간의 불안은 남아 있는 듯, 백인여성과의 결혼이 화제가 되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내 입장에서도 백인형수와 잘 지내게 될지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동시에 백인여성이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가담하는 것에 우리는 미국에 좀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럴 경우 나의 미국생활에도 어느 정도의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나름대로의 상상도 했다.

그건 그렇고, 형의 결혼에는 형이 스스로 말했듯이 애정과 함께 자기를 비롯한 가족들이 '미국인이 되기 위한 방편'도 감추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형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에서 생활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의 결혼에는 역시 '미국인이 되기 위한 방편'이 감추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