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터오를 무렵이 되었는데도 주변은 어둡기만 했다. 청성산의 생존자들은 밤이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착각을 느꼈다. 입즉사(入卽死)라는 기진(奇陣) 속에서 암천의 습격을 받고 보니 짧은 밤도 길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안색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았다. 놀라운 무위로 암천의 습격을 막아낸 소년 화공에, 이제는 천하오절 중 하나인 독괴(毒怪) 당노독파까지 일행에 합류했지 않은가! 무인들은 안도한 표정으로 두 노소를 바라보았다. “화란 아가씨…….” 소년 화공, 진자명이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화란 아가씨의 창백한 안색이 떠오르니 가슴이 시큰거렸다. 혹시 그녀는 많이 다친 것이 아닐까? 괜찮다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지만 그것은 자신을 위한 거짓말이 아니었을까? “화란 아가씨는 어디에 계시지……?” “너 개잡종이 감히 이 당노독파의 말을 무시하는 게냐?” 당노독파의 얼굴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조금 전에‘내기가 폭발했다’는 말을 듣고 상황을 알아보려 했으나, 자명이 도무지 자신의 말을 듣는 것 같지 않다. 자명이 슬픈 얼굴로 당노독파를 바라보았다. “저는, 저는 화란 아가씨를 찾아야 해요.” 당노독파는 대답 대신 물끄러미 자명을 바라보았다. 자명의 목소리에는 짙은 불안과 슬픔이 배어 있었던 것이다. 당노독파는 부지불식간에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정신 나간 놈. 그년이 무에 그리 중하다고 찾니 마니 한단 말이냐?” 그렇게 중얼거린 당노독파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크게 혀를 찼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자명의 슬픔을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기가 섞인 소리가 청성산 어림으로 넓게 퍼져 나갔다. “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