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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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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한 걸음

: 목발 짚은 엄마와 유럽을 거닐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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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75g | 148*205*20mm
ISBN13 9788994197814
ISBN10 8994197818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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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장예진
아홉 살 때, 주재원이 된 아빠를 따라 중국으로 가 국제학교와 중국 학교를 다녔고, 한국의 고등학교를 거쳐 호주에서 공부했다. 어릴 때부터 나라와 학교를 자주 옮겨 다녀서인지 틈나는 대로 어디론가 떠나는 것을 좋아하고, 모국어로 글을 쓸 때 행복을 느낀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작가의 꿈이 꿈틀거리는 걸 느끼고 한국에 돌아와 무작정 방송작가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연예와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본 작업에 참여했으며, 개막을 앞두고 있는 창작 뮤지컬 [소란한 축제]의 대본을 썼다. 지금은 마음속에 간직했던 내 이야기를 쓰고 있다.

저자 : 강은희
선천적으로 뼈가 약해 병치레가 잦았다. 목회를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신학대학에 다니던 어느 날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인공관절 치환술, 인공관절 교정술, 뼈 이식 수술, 전신 깁스 등 3년에 걸친 대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결혼하고 딸을 낳은 뒤 염증이 재발하면서 25년간 거의 매년 재수술과 입원 치료를 반복했다. 성격이 밝고 쾌활해 입원실에선 늘 으뜸가는 재담가였으나, 10여 년 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약물의존증에 빠져 한동안 허우적댔다. 딸의 도움으로 우울증과 약물의존증을 극복하고, 다시 인생의 새봄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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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말에 따르면, 유럽은 20년 만에 때아닌 폭설로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런던 히드로 공항은 폐쇄되었고, 프랑크푸르트도 어제까지는 폭설로 비행기가 연착되거나 결항되기도 했다는데, 우리가 오는 날 마침 눈이 녹아서 결항을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어둠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을 내는 은빛 세상을 보니 딸과의 여행을 축복하는 것 같아 마음이 설레고 기분이 한껏 들뜨는 게 느껴졌다.
--- p.34

내가 일곱 살 되던 해 여름, 엄마는 비 오는 날 아파트 복도에서 미끄러져 대퇴부 뼈가 산산조각이 나는 부상을 입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타박상 정도로 그쳤겠지만 엄마는 선천적으로 뼈가 약한데다 결혼 전 왼쪽 고관절에 인공관절을 박아 넣었는데, 넘어질 때의 충격으로 인공관절이 튕겨나가면서 대퇴부 뼈가 여러 조각으로 부러진 것이다. 엄마는 부러진 뼈를 붙이기 위해 왼쪽 다리에 철심을 박고 추를 매달아 고정시킨 채 꼼짝없이 6개월 동안 병원에 누워 있었다. (……)
그때부터 엄마와 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엄마는 나보다 더한 트라우마가 생겨 혼자 나서기를 더더욱 힘겨워했다. 그러니 지금 한쪽 목발을 의지해 조심스러워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엄마의 모습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 p.37~38

이런 시간이 진짜 올 줄이야. 독일에서 친구 만나고, 그 집에서 자고, 딸과 함께 영국 런던이란 곳에 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순간순간 믿기지 않았다. 공항에서 민박집까지 찾아가는 과정도 마치 런던의 내 집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조금 걸어 도착한 예쁜 이층집이 우리의 숙소!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민박이라, 마치 런던에 사는 또 다른 친구 집에 초대받아 온 기분이었다.
“어머, 얘! 런던은 길에 서 있기만 해도 황홀한 도시라더니, 정말 그렇다. 나 너무 흥분되는 거 있지! 우리 빨리 나가보자!”
--- p.84

“저 문턱만 넘으면 돼 엄마.”
두문불출하며 집 안에만 있던 엄마에게 어느 날 내가 말했다. 엄마는 문턱을 넘는 일도 힘들지만, 문턱 너머의 세상이 더 무섭다고 했다. 엄마의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해서 차마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왜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몰려 하느냐는 얼굴이었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얼굴을 하던 엄마가 독일에서 활짝 웃고 있다.
--- p. 130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 이 딸을 배 속에 품고 있던 임신 기간이라고 말한다. 불가능할 거 라 생각했으나 너무나 간절히 원했던 임신이었고, 유산하지 않으 면 내가 죽을 거라는 초고도의 위험을 감수하고 지켜낸 생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
부모와 자식의 연은 천륜이라 했다. 하늘이 뜻을 내주지 않으면 그 인연이 맺어지지 않는다는 말일 게다. 나는 믿는다. 딸아이는 하늘이 내게 주신 가장 값진 ‘선물’이라고. 딸아이를 처음 만난 그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고.
--- p.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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