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라는 책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책이다(BC300년 경, 초나라 무덤에서 출토되다). 그리고 인류 최초로 철학을 담은 최고(最古)의 글이다. 지금에서야 깨닫는 自然의 소중함과 인간의 무분별하고 그칠 줄 모르는 욕망이 세상의 파멸을 부른다는 것을 경고한 진정한 성경(聖經)이라고 할 수 있다. …
『노자 도덕경』은 글의 표현이 읽는 이의 생각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수수께끼 같고 미로 찾기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워낙 오래된 글이고 제자들이 없어 체계를 이루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많은 주해서의 내용이 오랜 세월 불교와 유교가 동양을 지배해 오면서, 자연스레 그들의 사상적 토대 위에서 풀이되어 왔음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겠다.
그러나 『노자 도덕경』이 불교나 유교의 생성보다 앞서거나 최소한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진 것이라 하면 유, 불교의 사상이나 의식에 의해 풀어 나갈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노자 도덕경』은 씌어있는 글자 안에서 최대한 글의 맥을 살펴가며 풀이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도덕경을 새로이 해석함에 있어 노력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우리가 추구하는 참 뜻은 최종적으로 같을 수 있으나 따르는 길은 각기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pp.5-10
그의 말은 옳고 쉬운 것이다. 그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 지고 부드러워 지며 인간애(정과 연민)를 느끼게 한다. 참다운 삶을 알게 하고 우리가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해온 모든 행위를 되짚어보게 하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도 자연의 한 순환의 과정이어서 도이며, 욕심을 줄이고 그침을 알게 하며 힘 있는 자에게 물의 유약함이 올바른 도의 정신임을 일깨우고 억지 부리지 말고 가치하지 말고 검소하며 하늘의 도와 같이 높은 것을 낮추고 낮은 것은 올려 평등한 세상을 이룩하는 것이 도를 따르는 자라고 가르친다. … 그러므로 우리에게 전하여져 읽혀지는 이 『노자 도덕경』이야 말로 성인(하늘)이 내려준 최상의 보물이요, 영원히 간직해야 할 ‘참 교과서’가 아닐까 한다.---p.14
이 책을 내기 전 실로 많은 고민을 했다. 노자의 사상이 고대 중동(서아시아)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것에 많은 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고, 예로부터 동양, 특히 중화사상의 양대 뿌리라고 당연시 해왔던 것에 대한 당혹한 발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노자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 글을 남겼는가 하는 것에 대하여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으나, 중동으로부터 왕래인에 의해 전해진 책(어떤 형태이건) 또는 중동에서 익힌 그들의 문학적 또는 사상적 학문을 고대 중국의 글로 옮겨 적은 것으로서, 당시 충분한 표현의 부족으로 난해하게 기록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즉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추측하건대, 노자는 그것을 이해하고 자신의 뜻과 주장(사상)을 더하여 가르침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pp.86-88
[七章]
天長地久 천장지구
하늘은 끝없이 넓고 땅은 오래 변하지 않는다.
天地所以能長且久者, 천지소이능장차구자
하늘과 땅이 끝없이 넓고 또 오래 변함없는 것은,
以其不自生, 이기부자생
이것은 자기 스스로 태어난 것이 아니므로,
故 能長生. 고 능장생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다.
是以 聖人 後其身而身先, 시이 성인 후기신이신선
이로써 성인은 자신을 뒤에 두어도
앞에 나설 수 있고,
外其身而身存. 외기신이신존
자신을 버리어 오히려 보존하는 것이니
非以其無私耶, 비이기무사야
이것은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 아닐까?
故 能成其私. 고 능성기사
그러므로 (성인은)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해의) 혼돈의 세계에서 처음으로 생겨난 것이 하늘과 땅이다. 그 하늘과 땅은 도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다. 스스로 원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오로지 도에 따를 뿐이다. 그러므로 도가 존재하는 한 영원하다. 성인의 뜻이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도에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목숨 있는 것의 앞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목숨이 있는 것은 식물이나 동물이나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도 살아가고, 종족을 잇기 위해 최소한의 욕심이 있게 마련이다. 필자의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으나 목숨이 있는 것은 영원한 것이 없다. 그것은 운명처럼 욕심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노자는 욕심을 그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나보다.---pp.41-43
[二十六章]
重爲輕根, 靜爲躁君. 중위경근 정위조군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뿌리가 되고,
고요한 것은 들떠 있는 것을 다스리는 자 된다.
是以 聖人終日行, 不離輜重. 시이 성인종일행 불리치중
이로써 성인은 종일 어떤 일을 하여도,
군량을 실은 수레에서 떠나지 않고,
雖有榮觀, 燕處超然. 수유영관 연처초연
?록 화려한 볼거리가 있어도,
그러한 것을 넘어 편안히 머물 뿐이다.
柰何萬乘之主, 而以身輕天下, 내하만승지주 이 이신경 천하
내 어찌 만대의 전차를 거느린 임금으로,
이 몸을 천하에 가벼이 할까?
輕則失本, 躁則失君. 경즉실본 조즉실군
가벼이 하면 근본을 잃을 것이고,
들떠 있으면 군주의 자리를 잃을 것이다.
(해의) 나에게 지어진 이름(역할)은 무엇이며, 지금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어떤 연극인이 인생은 한 편의 연극 같다고 했다. 누구나 이름(역할)이 주어졌으면 그 이름에 맞게 충실히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다른 이름(역할)이 주어지면 또 그에 맞게 정성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요즈음 한눈팔다 신세망치고 주위사람까지 손해를 입히는 사람을 많이 본다. 세상을 가볍게 본 탓이다. 자신의 이름(역할)에 등한시하고 걸맞지 않게 화려함, 재화, 권세에 욕심을 부리다 名도 잃고 命도 잃는다.
---pp.105-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