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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유럽 클래식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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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유럽 클래식 기행

: 콘세르트허바우에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까지 최고의 음악과 함께한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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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8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407쪽 | 714g | 153*210*30mm
ISBN13 9788961961141
ISBN10 896196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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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어로 콘세르트허바우는 연주회장을 뜻하는 보통명사이자 고유명사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이 공연장에 둥지를 틀고 있는 상주 교향악단이 바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다. 지난 2007년 2월 처음 콘세르트허바우를 찾았을 때에도 베를린 필이나 빈 필하모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아침 9시부터 암스테르담 시민 1,200여 명이 이 공연장 앞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그날 저녁 브루크너의 교향곡 3번 연주회를 앞두고, 오전 리허설부터 이미 성황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시민의 손으로 세운 최고의 음악당 |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

18개월의 공사 기간과 200만 파운드의 예산을 들여서 1951년 5월 3일 문을 연 2,900여 석 규모의 로열 페스티벌 홀은 전쟁의 피해를 재건하는 동시에 영국의 음악적 저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건물로 떠올랐다. 영국 국왕 조지 6세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개관 연주회에서는 런던의 다섯 개 교향악단이 에이드리언 볼트와 맬컴 사전트의 지휘로 엘가의 「위풍다당 행진곡」 1번 등 애국적인 분위기의 음악들을 연주했다.---「과거에 대한 긍지와 미래에 대한 낙관이 스민 공연장 | 런던 사우스뱅크 센터」

하지만 세월은 망각을 부추기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다. 현대음악의 탄생을 알리는 혁명적 작품이었던 〈봄의 제전〉도 어느덧 20세기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고, 혁명의 진원지였던 샹젤리제 극장은 당시 공연장의 난동과 관련된 내용까지 극장 3층 복도에 전시하면서 〈봄의 제전〉의 초연 장소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 전시물의 하단에는 “물론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초연하고 ‘난장판’이 됐던 곳”이라는 위트 있는 글귀가 적혀 있다.---「샹젤리제 극장의 음악 혁명 | 파리 샹젤리제 극장」

왕정이나 귀족 궁정에서 출발한 여느 오페라 극장과는 달리, 리세우 극장은 건립부터 철저하게 바르셀로나의 지역 유지와 부유한 시민들의 주도로 진행됐다. 건축 비용 역시 주식 형태로 판매한 뒤에 주주들이 극장 좌석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마련했다. 심지어 당시 스페인 여왕이던 이사벨 2세가 건축 비용을 분담하지 않자, 협회 이름에서 여왕의 명칭을 빼버렸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실제 이 극장에는 왕족이나 귀족을 위한 로열박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뜨거운 열기가 감도는 오페라의 신흥 명가 | 바르셀로나 리세우 극장」

모두가 음반 산업의 종말을 염려하고 있을 때, 거꾸로 베를린 필은 주요 연주회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거나 주문형으로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콘서트’를 선보였다. 래틀의 메시지는 간단하면서도 명료했다. “나는 음악인들이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음악인들이 무언가 되돌려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그들은 오랫동안 고립된 섬에서 특권을 누리며 살았다. 많은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밖으로 나가서 돌려줘야 한다”라는 것이었다.---「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최정상의 오케스트라 | 베를린 필하모니 홀」

무대에 오르기 전에 성악가들이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할 곳은 다름 아닌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이다. 오페라의 고향이라는 자부심으로 충만한 이 극장은 깐깐한 감식안으로 혹독한 야유를 퍼붓는 관객이 유달리 많은 편이다. 제아무리 세계무대를 누비는 인기 절정의 스타라고 해도 잠시 긴장을 놓는 그 순간, 박스석 위편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좌석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서 연기와 발성부터 발음까지 꼼꼼하게 점검하는 라 스칼라 극장 팬들에게 질타와 뭇매를 면하기 어렵다.---「이탈리아 오페라가 태어난 극장 | 밀라노 라 스칼라」

마지막 4악장에서 오케스트라의 총주가 일제히 절정으로 치닫자 금관도 밝고 찬연한 빛을 쏟아냈다. 허공에서 정지한 샤이의 지휘봉이 서서히 내려가자 1시간 30분의 연주 내내 침묵을 지켰던 라이프치히의 관객들도 모두 기립 박수를 보냈다. 오케스트라 무대 뒤편의 오르간 한복판에 아로새겨진 세네카의 경구인 ‘진정한 즐거움은 중대한 일이다’가 이처럼 어울리는 장면도 없었다. 게반트하우스 설립 당시부터 창립 정신으로 자리 잡은 이 문구는 라이프치히의 음악 정신을 그대로 구현하는 말인 것만 같았다.---「독일 낭만주의 음악의 산실 |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역설적으로 단절은 전통을 보존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서방 악단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부단한 혁신을 거듭하면서 일찌감치 현대화의 길을 걸어간 반면, 동구권의 악단은 분단 이전의 예전 소리를 결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바렌보임 역시 “서방으로 불리는 외부 세계와 접촉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전통을 파괴할 만한 요소가 유입되는 일도 적었다. 단원들의 연주 자세는 지금도 여전히, 내가 아는 여느 오케스트라에서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모범적이다”라고 회상했다.---「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전통과 저력 | 베를린 슈타츠오퍼」

이 공연장이 유럽 최고의 명문 음악당으로 명성을 공고하게 다진 건 아무래도 ‘황금 홀’로 불리는 대공연장 덕분이다. 지휘자 브루노 발터가 “여기서 처음으로 지휘한 뒤에야 음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라고 고백한 이후, 당대의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앞다퉈 헌사를 바쳤다.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2008년 12월 마지막 무대로 선택한 곳도 빈의 무지크페라인이었으며, 지휘자 프란츠 뵐저-뫼스트는 “음악가들에게 무지크페라인은 가톨릭에서 바티칸 성당과도 같다”라는 말로 경의의 뜻을 간결하게 요약했다.---「음악가들의 바티칸 성당 | 빈 무지크페라인」

지금도 매년 여름이면 이 도시는 바그너의 음악이 지배한다. 마치 지구상에 다른 음악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듯이, 1876년 축제 개막 이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여전히 바그너의 오페라만을 무대에 올린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고수하고 있다. 오후 4시쯤 시작한 공연은 밤 10시가 훌쩍 넘어서야 끝나고, 성악가 보호를 위해서 턱없이 불충분한 냉방 시설과 딱딱한 나무 의자에서 오로지 바그너의 작품만을 감상해야 한다. 지금이야 그나마 보수를 했다고 해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앉은 의자가 연신 삐걱거리는 바람에 “100여 명의 따가운 눈초리에 시달려야 했다”라고 자신이 치른 곤욕을 토로하기도 했다.
---「오직 바그너만을 경배하는 축제 |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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