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을 내리며 아침을 시작합니다. 생수를 끓이는 동안 원두를 갈아 신선한 향기를 느낍니다. 필터에 원두 적당량을 평평히 깔고 끓인 물을 천천히 조심스레 붓습니다. 커피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거품에 연달아 물을 붓는 타이밍, 물줄기의 굵기와 세기 등 사소한 차이로 풍미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렇게 정성 들여 맛있게 내린 커피와 함께 시작하는 아침은 기분 좋을 수밖에 없지요. 최근에는 가마쿠라(鎌倉)에 있는 ‘카페 비브멍 디망쉬(Cafe Vivement Dimanche)’의 다크 로스팅 원두커피를 주로 아침에 마십니다. 가장 좋아하는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진한 커피를 마시고 업무 모드로 빠르게 전환하려는 의도가 조금 포함되어 있지요.
---「아침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는 기분 좋은 하루」 중에서
니타 요시코(新田佳子)의 유리잔을 처음 만난 곳은 어느 카페였는데 시원한 녹차를 마시며 바라본 유리잔이 너무나도 눈부시게 화려해서 오히려 갖고 싶은 마음이 잠시 주춤했습니다. 그렇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제는 날마다 사용할 정도로 애용하는 그릇 중 하나가 되었답니다. 츠다 키요카즈(津田?和)의 은은한 창살무늬 유리잔은 꽃 한두 송이를 꽂아 장식하거나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즐기는 과실주 혹은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 애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천천히 조금씩 모아 갑니다. 수납공간이 한정적이어서 되도록 다양한 작가의 작품들을 즐길 수 있게 거의 한 개씩만 구입합니다. 덕분에 남편과 식사할 때마다 서로 취향에 따라 원하는 그릇을 골라 사용한답니다.
---「두고두고 사용할 그릇은 좋아하는 것으로 고른다」 중에서
같은 요리라도 담음새가 정갈하면 만족감은 물론 맛도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요리를 만들고 그릇을 골라 분위기에 어울릴 만한 꽃이나 잎을 곁들인다면 식탁을 마주할 때 기분도 훨씬 좋아지겠지요. 꽃집에서 사온 꽃이 아니라 집 앞 뜰에서 자란 꽃을 식사하기 직전에 아무렇지 않게 장식하는 소탈함을 좋아합니다. 특히 남천나무 꽃은 두루두루 잘 쓰입니다. 일본 전통 상차림에 자주 쓰이며 평소 식탁에도 잘 어울립니다. 가을에는 블루베리와 비슷하면서 열매가 붉게 물드는 준베리의 잎을 곁들이거나 봄의 딸기 철에는 야생 딸기 꽃을 타르트에 곁들여 봅니다. 민트 잎은 구운 과자나 차가운 디저트에 잘 어울리고, 로즈마리는 음료나 양식 반찬과 잘 어우러집니다. 산초나무 잎은 향도 좋지만 앙증맞은 모양도 사랑스럽지요.
---「플레이팅 하나로 식탁이 변신한다」 중에서
어릴 때부터 저희 집에서는 식후에 반드시 달콤한 디저트를 먹어서일까요. 과자가 없는 생활은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제게 단 것을 먹는 시간은 ‘행복한 기분’을 상징합니다. 피곤해서 지쳐 있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 과자의 힘으로 버티고 행복한 기분을 되찾습니다. 과자만 따로 먹지 않고 좋아하는 커피나 홍차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게 느껴집니다. 먼저 어느 그릇에 담을지 생각하면서 ‘과자의 시간’을 기획하지요. “지금부터 힘내자”라고 의지를 끌어올려야 할 때에는 쓴 커피와 달지 않은 초콜릿을 준비합니다. 또 저녁 식사 후에는 무겁지 않도록 정성스럽게 우려낸 일본차와 양갱을, 여유로운 휴일의 오후에는 캐러멜색 홍차와 고소한 구운 과자를 곁들입니다. 어릴 적부터 즐기던 옛날 과자나 고급스러운 서양과자까지 저마다 훌륭한 간식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모두가 풍요롭고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 주는 최고의 조합이라 생각합니다.
---「과자는 나에게 주는 선물」 중에서
일과 가사를 병행하면 매일 청소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 못합니다. 평일이면 부부가 각자 일을 하느라 힘들고, 주말이면 주말대로 기분 전환도 할 겸 외출하고 싶어지지요. 그래서 이래저래 청소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날을 정해서 한꺼번에 공을 들여 청소하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정한 부분을 정한 시간 안에 청소하기’라는 저만의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예를 들면 ‘오늘은 거실 바닥 닦기’, ‘내일은 드레스 룸 바닥 닦기’라는 식으로 매일 조금씩 하는 것이지요.
---「청소도 하루의 일과가 되면 편해진다」 중에서
우리 집 정원은 9평 남짓한 작은 공간입니다. 집의 내부와 달리 정원은 대충 손질하는 편입니다. “이런 식으로 해야지”라는 확실한 계획 없이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시간이 날 때 조금씩 손질합니다. 제게 식물은 치유의 존재라고 해야 할까요. 함께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평온해져서 정원 손질이 일처럼 느껴진 적은 없습니다. 정원의 반 정도 면적은 나무 바닥입니다. 그 위에는 화분에 심은 장미와 검은 잎의 제비꽃, 크로버 등을 올려 두었고, 작은 테이블 세트에는 송사리와 금붕어 어항이 3개 있습니다. 정원 바닥에는 미모사와 다양한 종류의 수국, 산야초 등 튼튼한 식물을 중심으로 심었습니다. 준베리와 블랙베리, 블루베리 등 열매를 먹을 수 있는 나무 이외에 레몬그라스, 로즈마리, 이탈리안 파슬리 등 식탁에 청량감을 주는 허브 종류도 풍부합니다. 정원에서 갓 딴 레몬밤이나 레몬버베너, 민트에 뜨거운 물이나 찬물을 조금 부어 놓으면 상쾌한 허브티나 허브 워터가 만들어집니다.
---「매일 아침마다 즐기는 정원 손질」 중에서
선물은 ‘맛있다’, ‘즐겁다’라는 마음의 나눔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열심히 다양한 선물을 모아 담고 포장에도 신경을 썼지만 요즘에는 상대에게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선물을 하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물론 지금도 가끔은 멋진 선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것도 좋아하는 맛이겠지”, “오늘 나라(奈良)에서 산 것을 조금 나눠야지”, “매실 장아찌나 까나리 볶음을 조금 보내 볼까”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바로 보내곤 합니다. 매년 빠지지 않고 친구와 지인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냅니다. 손수 만든 달력을 손수 만든 무언가와 동봉해서 연말 인사를 대신하지요. 손뜨개 코스터나 매실 장아찌, 잼 등 손수 만드는 것은 해마다 다릅니다. 병에 든 선물을 포장할 때는 튼튼하게 보호할 수 있는 부직포가 유용합니다. 게다가 심플하고 멋스럽기까지 하지요.
---「크리스마스에 만드는 새해 달력」 중에서
걷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일에 지쳐 피곤해하며 버스를 타고 퇴근하면 피로가 그대로 이어지지만, 걸어서 집에 가면 몸도 풀리고 기분도 전환되어 힘이 나기 시작합니다. 출퇴근 코스는 버스로 편도 15분 정도이지만 걸으면 1시간 정도 걸립니다. 걷는 동안에는 휴대폰을 보거나 책을 읽을 수 없으니 단순히 ‘생각하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고민이 있을 때나 울적할 때 버스 안이나 방 안에만 가만히 있으면 기분이 더욱 우울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리를 사용해서 몸을 움직이면 신기하게도 긍정적인 생각이 떠오릅니다. 바람이 불어오고 기분 좋은 햇볕이 내리쬐는 옥상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가 힘들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제게 걷는 시간은 ‘오늘 하루의 일정’이나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거나 ‘나답게 지내기’에 충실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인 셈입니다.
---「피로를 풀어 주는 산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