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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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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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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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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59쪽 | 402g | 134*194*20mm
ISBN13 9788970754413
ISBN10 897075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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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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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김민정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수학 중 도불. 파리 제4대학에서 불문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역서로는 『감자 일기』, 『송고르 왕의 죽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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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화장법
-- 최세라 (rasse@yes24.com)
쉼없이 떠들어대는 대화체를 싫어한다면 그녀의 소설을 읽는건 상당한 고문이다. 더구나 상상 청력까지 풍부해 프랑스풍 앵앵거리는 코소리로 말허리 자르고, 잘리고 하면서도 끝까지 주절거리는 소리를 듣는다면, 반전이 매력이라는 특유의 결말까지 다다르기란 보통 일은 아니다. 등장인물을 빌려 할 말부터 안할 말까지 퍼부어 버리는 그녀의 수다는 대놓고 풀어내기에는 머쓱한 부끄러움의 변형은 아닐까 돌려 생각해본다.

아멜리 노통의 25세 첫 데뷔작 『살인자의 건강법』(1992)부터 이보다 일찍 번역되어 주목을 받았던 2001년작『적의 화장법』까지 근 10여년의 세월의 흐름에도 그녀는 여전히 탄력적인 보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폐부를 바로 찔러 들어가는 도입, 스피디하고 거침없는 논쟁, 급격한 반전과 결말이 더욱 섬세해 진다는 것은, 아무것도 모를 나이라고 여겨지는 25세에 이미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글쓰기에 뛰어들었음을 의미한다. 그녀의 전지구적 상상력과 촌철살인적 대화법은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 베이징, 뉴욕, 방글라데시, 보르네오, 라오스 등지에서 보낸 화려한 유년시절에서 출발된 듯 하다. 특히 문헌을 통한 언어학을 전공한 그녀에게 가장 자신있는 선택 또한 속전속결 대화체이지 않았을까 한다. 어쨌든 톡쏘는 '노통 스타일'은 등단 이후 프랑스 문학계와 상업계를 쥐락펴락한다는 소식을 곧잘 듣게 했다.

유명한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문학계의 거인이라 여겨지는 프레텍스타 타슈는 연골 조직에 이상이 생기는 희귀병으로 남은 인생이 두 달여라는 선고를 받았다. 그의 사망 예정 소식이 알려지면서 곳곳의 기자들이 인터뷰를 위해 찾아온다. 그의 괴팍하고 날카로운 성격, 주저하지 않는 폭언과 비난에 이미 4명의 기자들이 줄행랑을 쳤고, 이제 마지막 5번째로 찾아 온 당돌한 여기자로 인해 그의 비대하고 내밀한 살들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그는 피터팬 증후군을 겪고 있는 살인자. 부모를 일찍 잃고 한 몸처럼 같이 지낸 사촌여동생과 풍족한 유년기를 보내면서 영원한 사랑과 행복을 위해 어른이 되지 않기로 결심한다. 목숨 보존을 위한 최소한의 식사, 수면 시간의 단축, 외부와의 철저한 차단 등의 가학적 노력도 불구하고 흐르는 시간과 자라나는 몸을 세울 수는 없는 법. 호수에서 단 둘이 수영하던 어느 날 새벽, 여자아이의 초경을 본 그는 그녀를 목졸라 살해하고, 그녀를 잃은 상실감과 두려움으로 집에 불을 질러 친척 모두를 죽인다. 이제 그의 나이 83살. 68년이 지나서야 한 여기자에 의해 한 가문을 몰락시킨 살인자의 정체와 이를 내용으로 한 자전적 미완성 소설『살인자의 건강법』의 결말이 밝혀진다.

<소화불량 옹호론><실수 연발 학살><동시 발생적 은총> 등 소설 속 소설가가 쓴 소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멜리 노통은 단어 조합에 천부적이다. 그녀의 실제 소설 제목도 그렇듯이 제목만으로도 그녀의 얼굴이 된다. 여기에 충부한 철학적, 문헌적 틀에서 직조된 지식의 원단 - 수많은 실존 작가들의 작품 성향, 손, 성기, 이름 등에 대한 철학적 고찰 등- 들이 파격적인 스토리 라인과 눈에 띄는 장식들 - 단어, 유머, 독설 등 - 로 재단되어 한 벌의 튀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이런 '노통 스타일'은 분명한 장점이자 곧 단점이 되는데, 일단은 독특한 취향을 즐길만큼 그녀와 코드가 맞아야하고, 거기에 쉽게 질리지 않을만한 무던함도 갖추고 있어야 1년에 한 번씩 오래도록 그녀를 만날 수 있다. 물론 만반의 준비가 된 독자에게는 확실한 즐거움을 보장해 준다.

하나 더,『살인자의 건강법』을 읽다보면 번역서에서 보기드문 몇가지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흥미롭다. '께느른한(일에 마음이 내키지 않고 몸이 느른하다)' '지청구(꾸지람. 아무 까닭 없이 남을 탓하고 원망함)' '톺아보다(샅샅이 뒤지고 찾아 나가면서 살피다)' 등등 한번 쯤 들어는 봤으되 자주 쓰이지는 않는 단어들이 한층 맛깔스럽게 한다. 탐스러운 문장은 많이 봤어도, 독특한 단어들을 사용한 번역은 드물었기에 김민정의 솜씨가 더욱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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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이야기가 나왔으니 드리는 말씀인데, 전 선생님의 소설들 속 여성 등장인물들에 대해 개괄해 보았답니다."
"어련하실까. 기대가 되오."
"좀 전에 말씀하시기를, 선생님의 이데올로기에는 여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셨지요. 그런 주장을 펴고 다니시는 분이 그렇게 많은 종이 여인들을 만들어내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나하나 되짚어보지는 않겠습니다만, 제가 세어본 바로는 선생님의 작품세계에 약 마흔여섯 명의 여자가 등장하더군요."
---p.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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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의 작가 인터뷰
▶ 첫 소설부터 문학계를 비판하는 글을 쓰시다니 너무하신 거 아닌가요?
제가 겁도 없이 그렇게 한 건 문학계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에요. 출판사 사람들이며 작가들이며 알고 보니 정말 좋은 사람들이더군요. 진작에 알았더라면 이런 글은 안 썼을 텐데! 사실 난 작가가 될 생각이 없었어요. 아버지가 일본 주재 외교관이었던 덕에 전 일본어에 능통했고 그래서 비즈니스 통역가가 되기로 했지요. 하지만 일본에서 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직업상 뼈저린 좌절감을 맛본 뒤에 서랍 속에 쌓여 있는 원고뭉치에 생각이 미쳤지요. 전 열일곱 살 때부터 소일거리 삼아 쭉 글을 써오고 있었답니다. 그 중의 하나를 출판사에 보냈고 그래서 이렇게 된 거예요.

▶ 서랍 속에 원고가 많으신가 봐요?
이 소설이 제 첫 소설이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열한번째랍니다. 전 대학에서 문헌학*을 전공했어요. 문헌학과는 벨기에하고 독일의 대학에만 개설되어 있는 학과지요. 니체도 문헌학을 전공했다지요. 니체하고 전공이 같다니 대단하죠! 대학 다닐 때 친구들과 소설 쓰기 놀이를 곧잘 하곤 했는데, 그 버릇이 밴 탓인지 계속 글을 쓰게 됐어요.

*문헌학은 각종 문헌에 대한 비평적 분석을 통해 언어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아멜리 노통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을 망라하는 로망어 문헌학을 전공했다.

▶ 소설 속에서 프레텍스타 타슈가 책이며 작가며 기자며 여자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하는데, 그의 생각에 동의하시나요?
여자들에 대해서 그가 한 말은 절대로 용서 못해요. 하지만 대개의 경우 타슈는 제 생각을 대변하고 있지요. 저도 타슈처럼 메타포를 싫어하고 셀린이며 패트리셔 하이스미스 같은 작가를 좋아한답니다.

▶ 메타포를 싫어하시는군요. 대학에서 시험 볼 때 메타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이라도 있으신지?
수사학에는 메타포 말고도 다른 게 많은데 다들 메타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게 싫었어요. 게다가 메타포라는 건 너무 안이하잖아요. 전 대학에서 공부할 때 동사에 더 관심이 많았어요. 제 학부 졸업 논문의 제목은 『베르나노스*의 소설 속에 나타난 타동사의 자동사화』였답니다. 프레텍스타 타슈의 소설 제목 같죠? 베르나노스의 소설을 읽다 보니, 작가가 형이상학적 사고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문장 구조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동사를 통해서요. 동사가 목적어를 갖느냐 갖지 않느냐는 인생에 있어, 문학에 있어, 목표를 갖느냐 갖지 않느냐 하는 것하고 상응하는 것 아니겠어요? 제 생각에 셀린은 타동사화에 주력했던 사람이고 베르나노스는 자동사화에 주력했던 사람인 것 같아요.

*Georges Bernanos(1888~1948), 프랑스 소설가. 『시골 사제의 일기』 등의 작품을 통해 현대 종교의 허위를 폭 로하고, 증오와 죄악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성성(聖性)과 악마성이 격렬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그렸다. 레지스탕스의 선구자로 존경받고 있다.

▶ 기자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던데……
천만에요. 전 소설을 대화체로 구성하려 했기 때문에, 대화라는 양식에 걸맞는 등장인물들이 필요했을 뿐이에요. 언론계를 비난하려 한 게 아니었어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어버렸지만요. 책을 출판하게 되자, 기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이들은 소설 속 기자들이 실제와 다르다고 지적했어요.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지요. “말도 안 돼요, 네 사람 모두 각기 다른 질문을 하다니!”

▶ 왜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나요?
전 정말 별 볼 일 없는 사람이거든요. 그러니 이왕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낼 바에야 나랑 완전히 딴판인 인물을 만들어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남자이고 늙었고 아주 유명한 사람.

▶ 프레텍스타 타슈는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에 걸렸는데, 이 병은 실존하는 병인가요?
아, 아니에요. 브뤼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장난일 뿐이에요. 우리 브뤼셀 사람들이 감자 튀김을 사서 먹곤 하는 아주 지저분한 광장의 이름을 독일식으로 바꾼 거랍니다. 내 고장 사람들에 대한 내 나름의 인사죠 뭐. 왜 연골에 관한 병을 생각해냈느냐고요? 그건 제 연골 조직이 아주 특이하기 때문이죠. 전 엄지를 180도로 꺾을 수가 있답니다. 제 나이가 한 예순쯤 되면 연골 때문에 고생깨나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정말 재미있어요.

▶ 이 소설을 120시간 만에 써냈다고 하셨지요. 퇴고 같은 것도 하지 않으셨나요?
1991년 1월 14일부터 3월 11일까지 40일간 120시간에 걸쳐 썼죠. 전 절대 퇴고 같은 건 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게 글쓰기는 도박과 같답니다. 단번에 잘 써지지 않으면 실패한 거죠. 그럼 다음번을 기약하면 되고요. 글을 빨리 쓰는 건 문장의 호흡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예요.

▶ 프레텍스타 타슈는 스물두 권의 소설을 출판한 것으로 되어 있지요. 혹시 그 스물두 권의 소설들은 직접 쓰신 것 아닌가요?
하하, 맞아요. 그 제목들*을 인용하면서 얼마나 즐겁던지. 사실 『살인자의 건강법』은 그 소설들을 소개하기 위해 쓴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서 타슈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잖아요. 그 부분을 단숨에 써내려가면서 낡아빠진 기계를 술술 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정말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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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소설이든 열번째 소설이든 우리가 한 작가의 소설에서 기대하는 바는 늘 똑같지 않을까? 우리를 놀라게 할 것, 동요시킬 것, 변화시킬 것. 자신만의 문체, 자신만의 세계를 품고 있을 것. 한마디로 문학다울 것. 아멜리 노통의 첫번째 소설 『살인자의 건강법』은 이 모든 조건들을 두루 충족시키는 야심만만한 작품이다.”

--- 르 몽드
“아멜리 노통은 이 독특한 구조의 소설을 통해 문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한 문학을 가지고 노는 방법도. 끊임없는 상황의 반전과 촌철살인의 대화 - 알프레드 히치콕도 노통이 이끌어내는 서스펜스 앞에서는 감탄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 폴리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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