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찢어버린 카드에도 중요한 역할이 있다. ‘보물’로 뽑혔다가 버려진 이 카드들을 찢을 때의 아픔과 정도가 그 중요성을 나타낸다. 인생에서 완전한 소유는 없다. 살다보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물건, 일, 사람도 결국 온전히 자신의 것은 아니다. 자신의 육체조차 그렇다. 그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러니까 더욱 소중히 하자’고 생각할 수 있다. 잃을 때의 아픔을 상상해서 그것이 곁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돈에 대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무엇을 소중히 생각하는지 지금 알아두는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작업이다. 소중한 것은 순간순간 변한다. 이 과제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끔씩 ‘지금의 나는 무엇을 소중히 여길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한다. 우리의 의미 있는 삶을 위해 말이다.
---「1교시_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돈일까?」중에서
‘복권이 당첨되어도 계속 일을 할까?’라는 두 번째 질문에는 ‘복권에 당첨되어도 일은 평소처럼 하겠다’는 대답이 90%가 넘었다. ‘복권에 당첨되면 예상되는 나쁜 일’을 묻는 세 번째 질문에는 ‘모르는 친척이 갑자기 나타난다’, ‘돈을 보고 접근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 같다’, ‘범죄의 표적이 될 것 같다’는 답변 외에 ‘일에 집중하지 않아 실패할 것 같다’, ‘금전감각을 잃을 것 같다’는 현실적인 대답도 많았다.
네 번째의 ‘결혼에 관한 질문’에는 ‘화려하게 치를 것 같다’, ‘해외에서 식을 올리겠다’는 답도 있었는데 ‘평범하게 하겠다’는 학생이 더 많았다. 단, 복권 1등에 당첨된 사실은 ‘결혼 상대에게 알리지 않겠다’고 쓴 사람이 대다수였다. 이렇듯 어려도 알 건 다 안다.
‘복권을 살까, 사지 않을까’라는 마지막 질문에서는 의견이 나뉘었다. ‘산다’는 사람과 ‘사지 않는다’는 사람이 거의 반반이었다. ‘사지 않는다’는 사람 중에는 ‘사도 당첨되지 않으니까’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고 간혹 ‘내 생활비는 직접 벌고 싶다’는 고등학생의 귀감이 될 법한 학생도 있었다. ‘산다’는 쪽에서는 ‘한 방 터뜨려 보고 싶다’는 이유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완전히 반대였다. 하나같이 1등에는 당첨되지 않을 거라면서도 ‘설렘을 느껴보고 싶다’, ‘잠시라도 꿈을 꿔보고 싶다’는 이유로 복권을 살 거라고 대답했다.
앞의 자료에서 보았듯이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래서 ‘당첨된다’거나 ‘당첨되어서 꼭 어떤 것을 하자’라는 목표가 아니라 ‘재미로 즐기는 여유’로 생각해야 한다. 복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구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학생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당첨금 액수는 점점 커지고 있다. 나중에는 해외 복권처럼 수백억 원에 이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첨금만 노려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이 늘지 않았으면 좋겠다.
---「칼럼 ① 복권을 샀다! 1등에 당첨됐다! 」중에서
[질문] 내가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일까?
미나미노식 워크 라이프 밸런스로 보면 행복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즉 개인적인 행복과 사회적 행복이 그것이다. 약간 억지일 수도 있지만 이것을 ‘라이프적 행복’과 ‘워크적 행복’이라고 부르자. 좋아하는 사람과 물건에 둘러싸여 있을 때, 케이크를 먹을 때, 망상에 빠져 있을 때 등등 사람이 느끼는 행복은 무척 다양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아하는 케이크라도 하루에 3번씩 10년 동안 계속해서 먹는다면 어떨까? 그건 아마 행복이 아니라 고문이 될 것이다.
라이프적 행복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실현되었을 때 느끼는 행복감으로 필요 이상 길게 지속되면 행복하지 않거나 도리어 고통이 되는 행복이다. 반면에 누군가에게 감사인사를 받아 기쁨을 얻고 도움을 주어 충실감을 느끼는 감정들은 사회적인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이다. 이것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감정인데 이런 ‘워크적 행복감’은 꼬박꼬박 하루 3번씩 10년 동안 지속되어도 전혀 고통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행복이 넘치는 인생을 만들어 준다.
타인으로부터 감사받고 인정받는 느낌은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원천이 된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 열심히 일만 하면 금세 지쳐버린다. 자칫하면 소진증후군이나 과로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인간에게는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을 위한 시간이 확보되어야만 누군가를 위해서도 힘을 쓸 수 있다. 이것은 워크 라이프 밸런스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병을 얻어 자리에 눕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당해 일종의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느끼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는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생각하고 연인이 상대를 생각하듯이 그 사람의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은데 막상 자신이 심각한 고통에 빠진 상황에 처하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이때는 밸런스 감각이 ‘라이프’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상태에 처하건 자신이 할 수 있는 ‘워크’를 찾아 누군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사람도 많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감동하게 된다. 그리고 진심으로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더 많이 ‘워크’와 ‘라이프’를 이렇게 인식하면 돈에 얽매이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날 것이다. 어쩌면 ‘일하다’라는 의미마저 바뀔지 모른다. 시민 강좌에 참석한 많은 어른들은 이렇게 새로운 개념의 워크 라이프 밸런스에 관한 생각을 듣고 ‘나도 내일부터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칼럼 ② 일과 생활의 균형」중에서
그 선택이 구체적이 될수록 현대사회에서는 돈 문제와 관련된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무엇을 갖고, 어디에 사느냐’는 결국 돈 이야기다. 유일하게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할까’라는 주제는 돈과 관계없을 것 같은데, 막상 학생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교제비 때문에 걱정이라고 할 만큼 친구와의 교제에도 돈 드는 일이 많아진 것 같다.
실제로 -청소년의 생활과 돈에 관한 조사(제2회 2010년 금융홍보중앙위원회)] 결과를 살펴보니 중·고등학생 모두 용돈 내역에서 ‘친구와의 외식·간식비’가 2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외에 중학생의 경우는 ‘친구 선물’ 비용이 3위, 고등학생은 ‘휴일에 놀러갈 때 쓰는 교통비’가 3위였다. 이 내용을 보면 청소년의 교제비도 적지 않게 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요즘 세상은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답게 살고 싶어도 정말로 돈이 없어 못 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어떨까. 돈이 있으면 지금보다 ‘나답게’ 살 수 있을까? 참고로, 앞의 조사에서 ‘돈을 많이 저축하고 싶다’는 설문 항목에 ‘그렇다’고 답한 중학생은 89.1%, ‘그렇지 않다’는 4.7%였고 고등학생의 경우는 ‘그렇다’가 92.3%, ‘그렇지 않다’가 3.3%였다. 돈을 저축하는 목적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이 돈을 갖고 싶어한다. 반면에 ‘부자는 근사하다’라는 항목에 ‘그렇다’고 대답한 중학생은 17.3%, ‘그렇지 않다’가 64.5%였고 고등학생은 ‘그렇다’가 21.7%, ‘그렇지 않다’는 60.1%로 나타났다. 이것은 돈을 어느 정도 갖고 싶지만 필요 이상으로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일까.
우리 학교 학생들도 늘 ‘용돈을 더 받았으면 좋겠다’, ‘돈이 있으면 언제든 콘서트에 갈 수 있다, 다음 달은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려 돈을 더 벌어야 한다’ 하고 돈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들도 전부 쓰지 못할 만큼 많은 돈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돈이 충분히 있으면 ‘나답게’ 살 수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많은 사람의 얘기를 들었는데 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원하는 것을 전부 갖고, 하고 싶은 것을 전부 해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답다’는 것은 돈을 들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에 만족할 수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감각이기 때문이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자신의 생활방식에 자신감을 갖는다는 의미다. 패션이든 음식이든 놀이든 사람이든 자신의 선택에 스스로 납득할 수 있어 만족감이 상승한다. 그래서 그것은 즐겁고 충실한 인생이 된다. 그러나 여러분은 아직 어른의 보호 안에서 생활하고, 자립했어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이 적어 매일의 생활을 꾸려가는 것이 고작이다. 그래도 그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면 그것은 자랑스러운 일이고 분명히 미래의 귀중한 재산이 될 경험이 된다. 돈이 있어도 최선을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반대로 돈이 없어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인생의 달인’도 있다.
‘나답다’를 결정하는 것은 사소한 일부터 중요한 일까지 매일의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선택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누구와 무엇을 먹고 그 사람과 어떤 대화를 나눌까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물건과 정보가 넘쳐나고 모든 것이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물건 하나하나, 상황 하나하나를 자신 있게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자신 있게 선택하려면 판단 기준이 되는 가치관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3교시에서 그 필요성을 느낀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가치관은 사회에서 생활하면서 차츰 구축하고 획득해 나가는 생각이다. 기준이 되어야 할 사회 자체가 맹렬한 속도로 변화하기 때문에 가치관을 쉽게 정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 권하고 싶은 것이 ‘진정한 나’를 체험하는 작업이다.
---「4교시_ 나답게 살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