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주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이 책을 내밀었다.

평소 업무적으로 알고 지내던 분께 한 권의 책을 선물받았다. 그런데 어째 선물을 하는 입장임에도 책을 건네는 그 분의 눈빛은 조심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책 제목이……. 그 분의 눈빛에는 "내가 당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해서 주는 건 절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말아달라."는 조심스러움과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책을 받아든 필자의 입장. "이런, 또 들켜 버렸나...."하는 생각부터 들고 말았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은 일이 있었다. (사실은 종종 있다.) 한 출판사에서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이면서 잔잔하고 따듯한 감동도 주는) 만화책이 출간되었는데, 출판사 담당자 두 분이 당시 만화 담당도 아니었던 필자가 좋아할 것 같다고 서로 책을 가져다 주려고 했었다면서 선물받은 일도 있었다. 필자는 냉철한 철벽형 인간인데 이상하게 주변에서는 필자를 그렇게 보지 않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비밀스러운 취향이 있다.

누구나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변태 취향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공감 받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는 개인적인 취향. 지극히 사소하지만 나에게만은 치명적인 바로 그런 것.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를 보고 시무룩 할 때마다 귀가 추욱 늘어지는 주디(토끼 캐릭터)의 표정에 반해버렸다거나, 밥값보다 비싼 커피 전문점의 커피보다 편의점에서 파는 1,400원짜리 카페라떼가 내 입에는 더욱 맛있다거나 하는 그런 것 말이다. 고양이는 앙증맞은 발, 그리고 그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서 꼬리로 스윽 감싸는 곱디 고운 자태와 뽕 튀어나온 입이 너무 사랑스럽다는 것, 엉덩이는 역시 강아지라는 것(?) 등등. 필자는 남다른 취향이 좀 유난히 많은 것 같지만, 그리고 그런 취향을 잘 숨기지 못하는 것이 문제지만 누구나 다 그런 포인트가 하나쯤은 있다고 믿고 싶다.

『고양이 엉덩이를 좋아합니다』라니, 이 작가는 필자보다 더 본인의 취향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 틀림없다. 비 오는 날 구조한 고양이와 한 가족이 된 작가는 이 '노랑둥이' 고양이에게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두근거림을 느낀다. 그 날부터 작가는 이 고양이의 모든 것(특히 엉덩이)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가끔은 멍청하고, 가끔은 지저분하지만, 때로는 일을 방해하기도 하고 신발을 못 신을 지경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지만. 멍청해도 사랑스럽고, 지저분해도 괜찮다. 옆에 있어줘서 따듯하고 고맙다.

작가의 애정 표현이 상당히 과격한 면도 없지 않지만,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게 격한 애정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아기자기한 만화이다. 고양이도 강아지도 사랑하지만 독거 세입자 신세라 선뜻 그들을 가족으로 맞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공감보다는 부러움이 크지만. 고결하고 순수한 영혼의 애묘인 분들께서 받으실 충격을 대비해 책에 적혀 있는 경고 문구를 미리 알려 드린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하는 변태 행위를 결코 흉내 내지 마십시오. 만약 그 행위가 누군가에게 목격되고 당신의 인간성을 의심 당하는 사태에 빠져도 우리는 일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동물 애호 정신으로 고양이 엉덩이를 귀여워합시다."

<b>고양이와 고양이 엉덩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하는 마성의 고양이 만화 </b><br/><br/>[※책 주의사항] <br/>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 하는 변태 행위를 결코 흉내 내지 마십시오. 만약 그 행위가 누군가에게 목격되고 당신의 인간성을 의심 당하는 사태에 빠져도 우리는 일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동물 애호 정신으로 고양이 엉덩이를 귀여워합시다. ♪ <br/><br/>‘신경이 둔하고 자존감이 낮고 그저 밝고 건강한 게 장점’인 노랑둥이 고양이 ‘토토’. 그리고 사람으로서 잃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잃어가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토토’에게 빠져있는 고양이 바보 만화가 ‘나나옹’. 평범한 집사와 평범한 고양이 같지만, 나나옹은 고양이 꼬리를 씻어서 쭉쭉 빨거나 고양이 입 냄새를 즐겨 맡는 변태 집사이다. <br/><br/>처음 연재하던 홈페이지에서의 제목은 〈노랑둥이로 밥〉이었으나, 원고를 체크하던 편집자가 “나나옹 씨 만화에는 엉덩이가 많이 나오네요, 이것도 엉덩이, 이것도 엉덩이.” 하는 지적을 받아, “고…고양이 엉덩이를 좋아합니다!”라고 말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제목이 〈고양이 엉덩이를 좋아합니다〉로 바뀌었다고 한다. <br/><br/><b>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애묘생활을 적나라하게 그린 이색의 고양이 일상툰</b><br/>솜방망이 같은 발, 축축한 코, 포근한 햇빛 냄새가 나는 이마… 알면 알수록 모든 것이 귀엽게 느껴지는 매력적인 동물 고양이. 고양이를 키우고 고양이를 통해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경험을 하는 이들이 많다. 〈고양이 엉덩이를 좋아합니다〉는 컷 하나 대사 하나가 모두 사랑스럽고 애묘인이라면 “맞아, 맞아” 싶을 정도로 공감 가는 에피소드와 ‘이 사람 이 정도로 절실히 고양이를 좋아하는구나’ 생각하게 되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본편 외에도 등장 고양이들의 실제 사진과 고양이 장난감 만드는 법, 고양이 굿즈, 고양이털을 이용한 DIY, 고양이가 나오는 영화의 장면 등의 보너스 페이지도 수록되어 있다.<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