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앨버트는 영리하기도 했다. 얼마나 영리한지 하루 종일 엘시를 쫓아다니다가 엘시가 어디에 앉기라도 하면 엘시의 무릎 위로 기어올라가 집고양이처럼 등을 토닥여달라고 했다. 앨버트의 그런 행동이 엘시는 정말 좋았다. 왜냐하면 앨버트가 침대 밑에 숨어 있거나 콘크리트 연못에 잠복해 있다가 강아지나 고양이를 덮치는 바람에 엘시는 더는 다른 애완동물을 기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앨버트가 강아지나 고양이를 잡아먹은 적은 없지만, 엘시의 집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 생물 종은 히컴의 집에서는 다시는 살지 못하게, 적어도 다음 세기가 지날 때까지는 얼씬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작은 꼬마(엘시는 앨버트를 그렇게 불렀다)’를 보고 상냥하게 웃던 엘시는, 그제야 고함을 멈추고 그저 가만히 아내를 쳐다만 보고 있는 ‘남편의‘짜증’이라고 글자를 새긴 듯한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엘시는 남편의 상당히 독특한 옷차림을 보며 이렇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호머? 바지는 어디 갔어?” 호머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나야, 저 악어야”라고만 말했다. 그러고는 훨씬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다시 한 번“나야……, 아니면……, 저……, 악어야”라고 했다. 엘시는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변기에 앉아서 볼일을 보고 있었어. 그런데 당신의 악어가 욕조에서 기어나오더니 내 바지를 물었어. 바지를 벗고 뛰지 않았다면, 저놈이 날 먹어치웠을 거라고.” “앨버트가 당신을 죽이고 싶었다면 벌써 오래전에 해치웠을 거야. 그래서, 자기가 나한테 원하는 게 뭔데” “선택을 해. 나랑 저놈 중에. 내가 원하는 건 그거야.” 그래, 드디어 때가 된 거야.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이런 일이 나에게, 우리 둘에게, 우리 셋에게 거듭해서 생기겠지? 하지만 엘시가 내놓을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생각 좀 해볼게.” 호머는 믿을 수가 없었다. “나랑 저 악어 중에 선택하라는데, 생각을 해보겠다고?” “맞아. 호머. 그게 바로 내가 하려는 거야.” 엘시는 앨버트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가자, 작은 꼬마. 엄마가 부엌에 너 줄 맛있는 치킨 준비해놨어.” --- p.19~20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 눈을 껌벅일 때마다 엘시는 광부의 아내가 된 자신을 발견하고 조금 놀랐다. 그 결혼을 피하려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다음 곧바로 버스를 타고 올랜도로 갔으니까. 올랜도에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엘시는 자신의 결정이 옳았음을 알았다. 엘시는 햇살이 빛나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세계로 걸어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버스 정류장으로 마중 나온 부자 오브리 삼촌은 엘시를 아주 정중하게 캐딜락 뒷좌석에 태웠고, 조카를 마치 여왕처럼 대접하면서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부자 오브리 삼촌의 집은 ‘매매’라는 푯말이 서 있기는 했지만 엘시가 본 그 어떤 집보다도 근사했다. 부자 오브리 삼촌은 대공황 때 많은 돈을 잃었지만 허버트 후버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금방 다시 부자가 될 거라고 했다.
엘시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면서 비서 학교에 등록을 했고, 이전에는 만나보지 못한 아주 흥미로운 남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엘시는 크리스티안 버디 엡슨이라는 비쩍 마른 키 큰 남자를 좋아했는데, 버디의 부모님은 올랜도 시내에서 댄스 교습소를 운영했다. 처음부터 버디는 엘시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엘시의 웨스트버지니아 말투를 놀렸던 다른 사람들과 달리 버디는 친절하고 정중했으며, 언제나 엘시의 말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고 재미있었다. 심지어 엘시를 자신의 부모님께 소개하기도 했고, 엘시에게 최신 댄스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엘시는 예전부터 좋은 일은 지속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그랬다. 버디가 배우 겸 직업 댄서가 되겠다며 자기 여동생과 함께 뉴욕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버디가 떠난 후 몇 달이 지났고, 버디에게서 편지 한 통 오지 않자 엘시는 버디가 한동안은 플로리다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p.33~34
호머는 차 밖으로 나와 뷰익의 유리창을 박살내고 자기 얼굴에 상처를 낸 야구공을 찾아냈다. 화가 잔뜩 난 호머는 야구공을 집어들어 경기장을 향해 힘껏 던졌고, 야구공이 경기장 담장을 넘어 외야석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한껏 성질을 내며 야구공을 던진 탓에 기분은 나아졌지만, 그것으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도대체 앞 유리는 어떻게 갈 수 있을까? 1925년 형 뷰익 컨버터블 튜어링 카는 대량 생산된 차가 아니었다. 그런 차를 이런 노스캐롤라이나 주 오지까지 와서 고쳐줄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 그리고 설사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호머와 엘시에게는 그 사람에게 지불할 돈이 없었다. 더구나 먹을 것도 없었고, 지금 두 사람은 경찰에게 쫓기고 있는지도 몰랐다. 경찰
에게 쫓길 이유는 많았다. 첫째, 호머는 은행 강도를 목격한 사람이니까(더구나 그 와중에 1페니를 훔치기까지 했다). 둘째, 양말 공장이 폭발했을 때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셋째, 시인의 농장 묘지에 묻혀 있던 사람 중에는 살해된 사람도 여럿 있음을 알고 있으니까. 넷째, 엘시가 불법 밀주를 싣고 선더로드를 달렸으니까. 호머가 신중하고도 순차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호머와 엘시는 아주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게 분명했다. --- p.231
엘시가 객실 청소원, 요리사, 관리인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오스카 선장의 여인숙은 입소문이 나서 평일이면 방마다 선원들로 가득 찼다. 주말에도 맛있는 음식, 파도가 부서지는 해변, 항상 웃는 것처럼 보이는 상냥한 악어를 만나려고 손님들이 몰려왔다. 이 여세를 몰아가려고 오스카 선장은 나무에 선전 문구까지 써 붙였다. “악어 앨버트를 보러 오세요. 무료입니다.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내내 앨버트를 볼 수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음료가 있는 오스카 선장의 여인숙으로 오세요!” 앨버트는 처음에는 앞마당에 묶여 있었지만, 몇몇 남자 아이들이 앨버트의 꼬리를 잡아당기려고 시도하자 호머가 버드나무 주위에 우리를 쳐줬다. 호머는 헛간에서 욕조를 찾아와 앨버트가 언제든 늘어지게 누워 있도록 물을 가득 담아줬다. 손님이 많을 때면 앨버트를 보호하려고 우리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 오스카 선장의 서재에서 꺼내온『모비딕』을 읽었다. 호머는『모비딕』이 지루하지만 아주 멋진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수탉은 우리에 들어가 앨버트의 등에 있는 기생충을 쪼아 먹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호머의 어깨에 앉아 자기 깃털로 호머의 귀를 덮어줬다.
--- p.326~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