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답보가 아니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내가 내딛는 발이 바로 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쓰고 보자는 얘기지. 왜 고개를 흔들지? 막무가내라고? 아, 물론 길이 나 한 사람 걸어갔다고 해서 뚫리지는 않겠지만 내가 걸어갔으니 내 길인 것은 분명하잖아. 말장난이라고? 그렇게 보일 거야.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어? 내 문제를 나만큼 심각하고 진지하게 오랜 시간 고민한 사람이 있겠어? 물론 세월 지나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을 찾아 새로운 길을 가게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겐 이 방법뿐이야. ·····(중략)·····
나를 존중하고 내 인생을 사랑하지 못하면 글을 쓸 수 없을 것만 같아. 내 바람들을 무시하고 나라는 사람을 하찮게 여긴다면 나는 글을 쓰지 않을 거야.
--- p.298∼299

일흔도 다 된 아저씨가 여든은 넘겼을 할아버지에게 애들처럼 형이라고 부른다. 뒤 좀 봐달라고 형을 보챈다.
작고 볼품없는 과일가게 앞. 복잡한 골목길에서 둥근 손 아줌마와 트럭을 모는 초로의 아저씨, 그리고 버섯 같은 할아버지는, 여간 느리지 않은 천천함으로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바도 오는데, 나는 걸음을 멈칫, 멈칫, 그 풍경을 바라본다.
바가 오는데, 나는 자꾸만 웃음이 난다. 그 웃음이 점점 함박져 간다. 형! 형! 부르는 그 말이 하도 앙증맞아서, 하도 정겨워서, 하도 예뻐서, 나는 걷기보다는 풍경만 바라본다.
어쩐지 아름다운 사람들, 어쩐지 아름다운 삶들····· 마법 같은 비가, 빛처럼 부서져 내린 는 아침.

작가의 말 중에서<br/> <br/>은행이 함부로 떨어지고 으깨져 냄새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낼 때 나도 책 한 권 낼 작정을 했다. ·····(중략)·····<br/>과정이다. 삶이 죽음을 전제로 한 과정이듯 내 글도 팽팽하게 줄을 당기고 있는 과정이다. ·····(후략)·····<br/><br/>추천사<br/><br/> 임하는 글의 소재를 평범한 일상에서 찾아내곤 한다. ‘어라, 이런 경우가 내게도 있었는데 나는 왜 허투루 넘겼을까?’ 하는 의문은, 그의 글을 읽고 나면 따라오는 후폭풍이다. 흘려보내기 쉬운 일상의 자질구레한 단면들이 임하의 글을 거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글이 가벼울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임하의 글을 읽노라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그만이 가진 철학이 존재함을 분명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중략)·····<br/> 임하의 글은 자기 들여다보기가 확실하다. 무엇보다 가식 없는 담백함이 느껴진다. 때론 이렇게 정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는 솔직하다. 소신 있는 그의 주장이 나에게 와 닿는 까닭이다. <br/>― 방순이(수필가)-<br/><br/>보통의 수필은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확인하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데 비해 임하의 글을 읽으면서는 그렇지가 않다. ·····(중략)····· 그가 글을 통해 하는 말들은 오래도록 나를 건드린다. 내 안에 있는 치사하고 옹졸한 감정을 그가 이미 다 들쑤신 때문이다. ·····(중략)·····<br/> 세상에 수필은 아주 많지만, 읽고 생각하며 변화하고 싶은 사람에게 나는 임하의 글을 추천하고 싶다. 글을 읽으며 그의 분방한 마음을 대하다 보면 어느덧 솔직해지는 지신과 만날 수 있기 때문에.<br/>― 조양여(수필가)-<br/><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