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노애락, 인간의 삶 속에서 탄생한 위대한 예술의 힘!
--- 전지연 (penpen97@yes24.com)
그림이나 조각 등의 예술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기준이란 무엇일까?
갤리러에서는 벽에 걸린 액자를 보면 두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팔짱을 끼고 고민하듯 보는 것?
아니면 미술사 연대기를 완벽하게 암기하여, 해당 미술사조에 근거한 교과서적인 지식으로 이해하는 것?
정답이나 정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비평가들이나 전문가들은 느끼는 대로 즐기라고 말한다.
사실 느낌의 정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감정적으로 섬세한 사람들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예쁘다, 좋다, 나쁘다 등의 단순한 감정만으로도 생활 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도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사이먼 샤마을 따라 작품들을 감상하고 나면, 당혹스럽고 버거웠던 예술작품들이
얼마나 감동적이며,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인간과 같은지를 절감하게 된다.
이 책은 EBS에서도 방영되었던 '사이먼 샤마의 미술특강' 이라는 BBC의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여덟 명의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엮은 것이다. 두툼한 페이지와 무게에서도 느껴지듯 이 책은 단순히 상식을 쌓는 예술 작품 가이드집이라고 보기만은 무리가 있다. 방송의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고, 방송에 나왔던 예술작품들을 적극적인 시각으로 촬영한 화보를 곁들어 직접 눈으로 예술 작품을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생동감을 부여한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예술 작품에 대한 해석을 예술가의 인간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자 했던 점이다. 난봉꾼이며, 살인까지 저질렀던 카라바조는 그림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면서까지 구원받고자 했다는 점, 베드로 성당 증축의 부실공사로 모든 명성을 잃은 후의 베르니니가 추락의 끝에서 탄생시킨 성모 마리아상, 그림으로 선교를 시작한 목사 지망생이었던 반 고흐의 바램이 농부들의 일상을 그린 전원적인 그림으로 형상화 되었다는 등의 의견은 다른 미술 관련 책이나 안내서에서 엿볼 수 없었던 저자만의 새로운 해석이었다.
저자의 해석처럼 예술가들의 삶에서 묻어나는 고통,인내,환희,열망,구원 등의 감정이 그들의 작품 속에 투영되고, 수많은 세월이 지나도 우리는 그들의 작품 속에 살아 숨쉬는 이러한 감정들을 통해 감동받게 된다. 이렇듯 살아 숨쉬는 예술작품이 전달해 주는 감동, 이것이 바로 예술의 위대한 힘(파워 오브 아트)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