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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에서 본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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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에서 본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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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9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152*210mm
ISBN13 9788955968576
ISBN10 8955968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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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탈리아라도 외래문화를 수용하는 면에서 시칠리아는 한국과 유사성이 적어 보인다. 섬이기 때문이다. 섬은 외래문화를 수용하는 태도가 반도와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육지로 이어져 있으니까 지속적으로 교류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쪽이 더 우수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 큰 물결에 휩쓸려 자기를 상실할 우려가 있다. (…) 그 말대로 시칠리아는 수도 없이 들어오는 외래문화를 하나도 뱉어내지 않고 모두 받아들여서 활용했다. (…) 괴테가 시칠리아는 “모든 것의 시작이다”라고 말한 것은 그런 뜻이었을 것이다. 본고장에서는 사라져버린 모든 문화의 유적들이 옛 모습 그대로 거기에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프롤로그, 2 외래문화 수용의 섬나라식 패턴

“팔레르모에는 굴뚝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우선 난방이 없이도 살 수 있게 기후가 온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빵을 공동으로 만드는 곳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랜 예전부터 그곳에는 요리용으로 개인집에서 큰 화덕을 만들 필요가 별로 없을 정도로 공공의 편의시설이 많았던 것 같다. 일용할 양식인 빵이 쉽사리 주어지는 시칠리아나 로마, 이집트 같은 곳은 축복받은 지역이다. 시칠리아는 자연이 빼앗는 것도 많지만 베풀어주는 것도 많은 드라마틱한 섬이다.
─프롤로그, 3 자연이 주는 것, 빼앗는 것

일본 사람들은 자연이 주는 혜택을 ‘산의 축복山の幸’ ‘바다의 축복海の幸’이라고 부르고 있다. 시칠리아는 그 두 가지를 다 누리고 있는 고장이다. 그곳을 둘러싼 바닷가에는 터키색에 가까운 고혹적인 색상을 가지고 있는 곳이 많다. 먼 바다는 또 눈이 아리게 푸른 밝은 남색이다. (…) 배도 많지 않은데, 풍랑까지 적으니 그 호수 같은 남벽색藍碧色 바다는 인간의 영혼을 위무하는 자연의 특혜다. 파도가 일지 않는 그 고요한 바다는 석류꽃과 쟈카란다, 골든체인, 레몬꽃, 유도화, 양귀비 같은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흐드러진 해변과 어울려서 시칠리아를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만든다.
─프롤로그, 4 세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연극을 그렇게 감동적으로 본 건 생전 처음이었다. 말도 못 알아듣는 관객을 그렇게 몰입시킨다는 것은 놀라운 흡인력吸引力이다. (…) 대등한 인간끼리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인간평등사상의 전통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족끼리도 의례적인 말이나 나누고, 친구끼리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풍토에서는 연극이 자랄 수 없다. 로마인들이 경마를 보거나 검투사 놀이를 보며 생동하는 스릴을 즐기는 시간에, 그리스인들은 극장의 차가운 돌 위에 앉아, 저런 깊고 어두운 인간의 내면을 응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3장 시칠리아, 그리스 비극 관람기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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