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는 벌써 일어나서 침대 옆에 앉아 있다. 의사 세 명이 달래고 있고 피타는 얼떨떨해 하는 모습이다. 의사들은 피타의 눈에 불빛을 비쳐보고, 맥박을 잰다. 일어나서 가장 먼저 보는 얼굴이 내 얼굴이 아니라서 실망스럽지만, 어쨌든 지금 피타는 내 얼굴을 보고 있다. 믿을 수 없어하는 표정이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더 강력한 어떤 감정이 떠오른다. 욕망? 절박함? 의사들을 제치고 벌떡 일어나 내 쪽으로 오는 걸 보니 둘 다인 게 불명하다. 나는 피타를 껴안으려 양팔을 벌리고 달려간다. 피타의 양손도 내 쪽으로 향한다. 내 얼굴을 감싸려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피타의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그의 손가락이 내 목을 조른다. --- 본문 중에서
“우리가 지면요?”
내가 묻는다.
“우리가 지면? 그렇게 되면 내년에는 잊을 수 없는 헝거 게임이 펼쳐질 것 같구나.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데 말이야.”
플루타르크는 조끼에서 약병을 꺼내 흔들더니, 짙은 보라색 알약 몇 개를 손 위에 떨어뜨리고 우리에게 내민다.
“너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자물쇠 딸기’라고 이름 지었단다, 캣니스. 우리 중 누구라도 생포되면 반군에겐 치명타가 될 거야. 하지만 내가 약속하는데, 고통은 조금도 없을 거다.”
나는 어디에 넣어야 할지 모른 채 캡슐을 받아든다. 플루타르크가 내 왼쪽 소매 앞의 어깨 부분을 톡톡 두드렸다. 살펴보니 작은 주머니가 있다. 알약을 잘 넣어둘 수 있는 동시에 숨겨 주는 주머니다. 만약 내 손이 묶인다 하더라도, 머리를 움직여 입으로 삼킬 수 있을 것이다.
시나는 모든 경우를 다 생각해 둔 모양이다. --- 본문 중에서
“캣니스,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 것 같아? 뭐가 남게 될까? 아무도 안전하지 않아. 캐피톨에서도, 구역들에서도. 그리고 너……, 13번 구역에 있는…….”
피타는 숨을 쉬기가 힘든 것처럼 공기를 훅 들이마신다. 눈은 미친 사람 같다.
“아침이 되기 전에 죽어!”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곳에서 스노우가 명령한다.
“끊어!”
비티는 병원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이 담긴 스틸 컷을 3초 간격으로 내보내 방송 전체를 혼란에 빠트린다. 하지만 내 사진 사이사이로 우리는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실제 상황을 볼 수 있다. 이야기를 계속하려는 피타의 시도. 카메라가 쓰러져 흰 타일 바닥을 비추는 것. 부츠를 신은 발들이 돌아다니는 것. 피타의 괴로운 비명소리와, 그것과 연관돼 있을 게 분명한 구타소리.
그리고 타일 위에 뿌려지는 피타의 피.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