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괴팅겐 대학교에서 현대 독일문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Erfahrung der Moderne und Formen des realistischen Roman을 비롯하여 독일문학과 독일문화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역서로 『청기사』(열화당), 『차마 그 사랑을』(문학동네), 『장소, 공간, 경계』(에코리브르), 『게오르크 짐멜의 문화이론』 을 비롯하여 다수의 청소년문학 번역서가 있다. 현재 해양대학교에서 유럽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역자 : 남기철
건국대학교 독문과 및 동대학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현재 번역가로 일하고 있으며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장편소설 Ransch der Verwandlung을 우리말로 옮기는 중이다.
그는 전율하고 경악하면서 불현듯 인식의 참뜻을 깨달았다. 그들 두 사람은 과거를 찾아 헤매던 그림자가 아니었던가. 이제 현실이라고 부를 수 없는 과거를 향해 막연한 질문을 던지던 두 개의 그림자가 아니었던가. 살아 있고 싶지만, 결코 그럴 수 없는 그림자들, 그녀도 그도 이제 더는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지만, 끊임없이 과거를 쫓는 헛된 노력을 계속하며,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으려고 애쓰며 서로 달아나고, 서로 붙잡으려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 그들은 발밑에 길게 드리워져 있던 그 검은 유령과 존재일 뿐이었다.--- p.85
종이 한 장만 부스럭거려도 그 소리가 들릴 것처럼 사방이 적막했다. 그 절대적인 고요 속에 우리 집과 옆집 정원 사이 산울타리 쪽에서 갑자기 뭔가 소리 없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자, 나는 화들짝 놀랐다. 달빛을 받아 희게 빛나는 잔디와 확연히 구별되는 어떤 시커먼 물체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이끌려 그쪽을 지켜보았다. 사람은 아니었다.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그림자였다. 살아 있는 생명체의 그림자가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