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K. 체스터튼의 걸작 《목요일의 남자》는 신학적 논쟁의 가장 심오한 두 가지 주제, 즉 인간의 자유의지와 거대하고 사악한 악마의 존재를 주제로 삼은 소설이다. 이 둘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중략) 이 책에서 체스터튼이 말하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신을 믿는 자는 ‘복음’의 놀라운 의미를 깨달아야만 미겔 데 우나무노가 ‘생의 비극적 의미’라고 불렀던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의 무시무시한 뒷모습조차도 신의 빛나는 평화에 묻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 마치 수수께끼처럼 등장하는 가로등, 사과나무, 풍차, 풍선, 배, 코뿔새, 코끼리, 달과 같은 것들은 바로 체스터튼이 바라보는 이 세계의 의미를 드러내는 장치들이다. 이 소소한 것들에 지금껏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유쾌함이 깃들어 있음을 깨달은 체스터튼은 나중에 ‘어마어마한 소소함’이라는 제목의 수필집까지 출간했다. (중략) 이 소설을 읽고 난 다음에는 이 세상의 어떤 사소한 것도 일상에 묻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경이와 감사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체스터튼이 가톨릭교회가 복음을, 문자 그대로 ‘좋은 소식’을 이 세상에서 실현하려 했고, 그런 의도가 계속 유지되어 왔다고 믿게 되기까지에는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그는 1922년 기독교에 귀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