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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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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역사

: 중세 사회의 산 자와 죽은 자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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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694g | 152*225*23mm
ISBN13 9791195014644
ISBN10 119501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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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장클로드 슈미트 Jean-Claude Schmitt
오늘날 프랑스 아날학파를 이끌어가고 있는 저명한 역사가이다. 1946년 프랑스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사회과학대학원(Ecole des Hautes Etudes en Sciences Socials)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1978년 중세 사학의 대가이자 스승인 자크 르 고프와 함께 역사인류학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역사학과 인류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접목시킨 학제간 공동연구에 힘쓰고 있다. 2002년에 프랑스 정부로부터 교육문화훈장을 받았으며, 2005년에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주요 단독 저서로는 『성견 긴포르. 13세기 이후 아이들의 치유자』, 『서양 중세의 몸짓의 역사』, 『중세의 미신』, 『유대인 헤르만의 개종』 등이 있으며, 공동 저서로는 『청소년의 역사』, 『서양 중세사 이론 사전』 등이 있다.
역자 : 주나미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서양중세사를 전공했다. 「카타르파 교리의 특징과 그 현실적 의미」라는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두산백과사전의 역사?신화 분야 전문 집필자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번역한 책으로는 『곰, 몰락한 왕의 역사』(미셸 파스투로), 『맨더빌여행기』(존 맨더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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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산 자의 상상을 벗어나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문화와 신앙, 시대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저세상에서의 삶을 죽은 자에게 부여했고, 죽은 자가 머무는 장소를 상상했으며, 그렇게 자신이 바라고 두려워하는 죽음 이후의 운명을 상상해왔다. 그러므로 죽음을 상상하고, 죽은 자의 저세상에서의 운명을 상상하는 것은 세계의 모든 사회들에서 종교적 신앙의 핵심을 이룬다. 그리고 그런 상상들은 지역마다 다양한 형태를 띠고 나타나지만, 환시와 꿈이 언제나 중요한 구실을 한다. --- p.11

심성은 옛적부터 이어져온 사고나 행위의 ‘오래된 층들’만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의 사회관계나 이데올로기의 생생한 현실 안에서만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믿음과 이미지, 말과 몸짓으로 구성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현실의 상황을 살펴보아야 우리는 비로소 중세 기독교 문화가 어떻게 유령에 대한 관념을 확산시켰으며, 죽은 자가 출현할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 p.14

중재를 요청하는 유령에 관한 이야기는 평신도 사회에서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를 관리하는 전례의식과 예배의식이 늘어나고 확산된 것에 비례해서 증가했다. 클뤼니가 확립했던 전례의 규범은 탁발수도회가 제공한 규범으로 바뀌었다. 클뤼니의 전례 규범에서 수도사의 기도는 유족이 승인한 토지의 기부와 교환되어 독실한 귀족 후원자의 영혼이 구원받는다는 것을 보증했다. 탁발수도회의 규범에서는 죽음을 앞둔 자가 공증인이 입회한 상태에서 유언장을 작성해 한시라도 빨리 자기 영혼이 연옥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미사를 최대한 많은 교회에서 올려달라고 돈을 개인적으로 기부했다. 한쪽에는 토지ㆍ수도사가 행하는 전례의식ㆍ귀족 가문의 집단적인 의지가 존재한다. 다른 한쪽에는 개인의 의지ㆍ화폐와 도시민이 맡은 역할ㆍ탁발수도사ㆍ자크 시폴로가 ‘저승의 회계장부’라고 부른 장부가 존재한다. --- p.210

무장한 인간들이 저승에서 겪는 비참한 운명은 특히 두 가지 이유로 정당화된다. 하나는 가난한 자와 약자에게 행했던 폭력이고, 다른 하나는 마상창시합의 관습이다. --- p.219

탁발수도사들의 설교에는 수많은 유령이야기가 촘촘하게 짜인 일상적인 사회적 관계 안에 폭넓게 존재했다. 물론 설교가가 유령에 관해 말하는 것은 주로 죽음에 대한 준비의 필요성이나 운명과 미래의 불확실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유령은 어디나 교묘히 잠입하고, 사람들의 일상적 삶 한복판에 갑자기 출현했다. 그래서 모든 것에는 끝이 있으므로 언제나 마음속에 죽음을 준비해 두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장 예기치 못한 순간에 상기시켰다. --- pp.222-223

유령이야기가 점차 진부한 것으로 변해간 경향은 결코 고립되어 나타난 현상이 아니었다. 이는 기독교도를 교화하기 위해 그들을 죽음과 죽은 자에 익숙하게 만들려고 했던 총체적인 전략과 연관되어 있었다. 그러한 전략은 이 밖에도 장례를 점차 의식화하거나, 산 자의 공동체 한복판에 마련된 거룩한 장소로 묘지 공간을 중시하거나, 죽은 자를 위한 예배에 참석하거나, 특권계급에서는 시도서를 매일 독송하는 것으로 조직적으로 실천되었다. --- p.227

유령이야기는 죽은 자의 이 세상으로의 귀환이나 연옥에서의 고난에 관한 다양한 신앙의 양식을 표현하고, 동시에 그러한 양식을 새롭게 만들어낸다. 도덕과 행동의 규범을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것도 유령이야기의 목적 가운데 하나이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발달에 크게 기여한 것도 있다. --- p.283

중세 기독교는 자신을 작동시키는 2개의 근본적인 욕구들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을 해결하지 못했다. 한쪽에서는 신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육체를 부정하고 ‘영적’인 것을 ‘비물질적’인 것과 동일시하려 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상상’해서 공간과 시간 안에 위치시키고, 제외해야 마땅한 경우까지도 장소ㆍ형태ㆍ부피ㆍ육체를 부여하려고 했다. --- pp.320-321

죽은 자는 산 자를 벗어난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러한 사실을 되새겨왔다. 유령을 움직이고 말하게 하는 것은 꿈ㆍ이야기ㆍ공유된 신앙과 같은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상상력이며, 장례식이나 설교장소에서 행해지는 사회화된 말이다. 꿈에서 듣거나, 대화로 전해듣거나, 소문으로 듣거나, 설교로 들은 이러한 말과 이미지들 덕분에 산 자는 죽음 이후의 삶을 상상하고, 경계심을 품은 상태에서도 자신들을 떠나간 사람들과 상상의 관계를 유지한다.
--- p.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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