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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남자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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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남자가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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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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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05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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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3.55MB ?
ISBN13 9791157402328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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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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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에도 누드 해변이나 스윙 혹은 스와핑이나 동성애같이 전혀 폭력적이지 않은 생의 선택 사항이 살인이나 강간처럼 파렴치한 행동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옷을 벗고 지내는 것이 편하다, 라고 이렇게 지면에서 말하게 되면, 그래? ‘제도 밖의 성행위’ 지지자로군, 하고 생각하게 된다. 사람들은 제도권 안의 사고 방식의 사람들이든지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든지 모두가 다 광적으로 섹스에 중독되어 있다.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건전해야 한다, 음란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했다, 너는 어떻게 했니, 너는 그만큼 노골적이니, 나는 그보다 더해 보이겠어 등등 참 싫증나는 일이다. 그것 말고도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의사 소통이 존재하는가. 단 한 번의 인사에도 얼마나 많은 인상이 있는가. 상상력이 없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참 많이 피곤하다. 상상력이 없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p.50

어떻게 생각하면 이것은 어두운 이야기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상처로 간직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몸’은 어쩔 수 없이 음습한 시선의 역사를 갖게 된다. 우리는 성적으로 명랑쾌활한 이탈리아인도 아니고 바커스의 축제에 참여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록 은밀한 감동에 떨었던 순간이 있었다 할지라도 그 감동을 우리 인생의 전면에 내세우지는 못한다. 왜 언제나 반드시 완전무결해야 하는가. 또는 완전무결을 지향해야 하는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 인정받을 필요가 없는 부분에서는 자유롭게 비위생적이 되거나 비상식적이 되어도 된다. 그것은 완벽한 기호의 문제다.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털어놓고 용서를 바랄 필요도 없다. 혹 그것 때문에 죄의식과 수치심으로 고통을 받는다면 그것은 그의 몫이다. 그러나 그대, 고통 하나 없는 완전한 인생을 진정 원하는가? 상처 없는 관계를 원하는가? 하나의 비밀도 가지지 않기를 원하는가? 죽을 때까지 마음 아플 일이 없기를 바라는가? 흠집 하나 없는 완벽한 인격을 진정 원하는가? 진정인가? ---pp.64-65

몸이란 굉장히 고독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성적인 것을 의미하고 현대의 온갖 섹스 어필한 광고의 이미지를 상징하고 보편적인 미의 기준을 제시하고 때로는 에너지가 넘치고 온갖 보여지는 것들만으로 과장된 오르가슴을 강요하고 있는 이 시대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자기 자신만의 몸을 안아 보았을 때, 그때 어느 순간 불현듯 연민을 느끼게 된다. 몸이란 절대로 공유할 수 없는 극단으로, 개인적인 모든 감각의 절정인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죽는 날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하나 지닌 채 이 세상을 떠나게 되는 바로 그런 느낌이다. ---p.164

그러므로 인간은 굳이 데카당해지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자신의 특이한 성 취향을 자랑할 필요도 없고 청소년이 혹시 어두운 성의식을 가지게 될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어둡지 않은 성의식이란 또 얼마나 썰렁한가). 무지한 대중을 계몽하려는 목소리도 굳이 필요 없을 것 같다. 포즈를 취하지 않아도 몸은 이미 충분히 혼자다. 그 자체에 폐쇄성과 비극성과 극한의 개별성이 있다. 그런 몸은 죽기까지 혼자 있는 것을 택하고 싶을 것이다. ---p.165

욕망이 사라지는 그 순간, 생각하면 조금 슬프기도 하다. 왜냐하면 욕망과 함께 영원한 내 친구였던 내 몸과 이기적이고 비합리적이고 공명정대하지 못했던 나를 언제나 변명해 주었던 나의 아이덴티티, 에고가 사라져 버리고 사람들이 의미 있게 생각하는 영혼도 날아가고 내 은밀한 부끄러움, 수치심이나 죄의식도 남지 않을 것이다. 마치 핵전쟁이 일어난 것 같다. 앗! 인생의 봄과 핵전쟁이 같은 모습으로 연상된다니, 과연 무엇이 정말일까.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가 말했었다. 육체가 없으면 고통도 없다. 그러니 아가야, 그날 이후를 겁낼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라고.
---pp.174-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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