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재앙이었던 나치의 광기 어린 인종주의, 그에 동조하고 연합했던 아리안가 마자르의 군상, 살아야 한다는 본능으로 인간이기를 포기해야 했던 유태인들, 무수한 죽음의 위험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 남은 아버지의 남다른 처세, 아버지에게 드리워진 역사의 그늘로부터 벗어나려는 아들....... 어떠한 소설적 허구보다도 단연 현실이 더 극적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아트 슈피겔만의 이 '쥐'는 읽고 난 다음 다시 독자들로 하여금 각자 자기의 과거와 현재를 집필하게 한다. 특히 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광기의 역사를 체험하였고 아직도 그 악몽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은 물론, 지금도 지구상의 많은 인류에게 이러한 극한적인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세기말적 상황은 감동을 단순히 감동으로 끝나게 하지 않고 가슴 저린 고통으로 남게 한다. 이 책은 자신의 현재와 과거를 재구성하고 스스로의 삶을 조감하여 자신을 재발견하려는 많은 독자들의 짙은 공감을 받으리라고 믿는다.
--- 김영복교수의 추천의 글 중에서
이튿날 두 아가씨가 음식물을 들고 들어왔어. 그들과 함께 유태인 경찰의 우두머리인 하스켈이 왔더구나, (이봐 블라덱. 내가 자네와 자네 처 가능하면 조카도 빼줄 수 있네. 하지만 자네 어른들은 너무 연로하셔. 경비병들 앞을 통과할 수가 없거든.) 부탁하네! 그만한 값어치가 있을 걸세. 그가 두 아가씨를 주방으로 보냈지. 어이 서둘러. 이 빈 바구니를 잡고 나하고 같이 들어옮기는 거야. 창문으로 우린 록렉이 가는 걸 지켜 봤지. 마르카와 나도 내보내 줘야 하네. 자네 사촌에게 이 금시계며 다이아몬드며 뭐든 주게! 그럼요. 가능한 모든 수를 쓰겠습니다. 다음날은 아냐와 내가 빈 바구니를 들고 나갔지. 히스켈은 장인의 보석들을 받아 챙겼어. 헌데 결국 두분은 구해 주지 않았단다. 장인은 백만장자였지만 그것도 그분의 목슴을 구해 주지는 못했다. 수요일에 객차가 왔지. 아냐와 난 창가의 장인과 장모를 봤단다. 머리를 쥐어 뜯으면 울부짖고 계셨어.
--- p.115
블라덱: 아티, 그런데 너 왜 우는거니? 나무를 잘 붙들려무나.
아티: 제가 넘어졌는데요. 친구들이 절 두고 가버리잖아요.
아버진 톱질을 멈추셨다.
블라덱: 친구? 네 친구들? 그애들을 방 안에다 먹을 것도 없이 일주일만 가둬놓으면... 그땐 친구란 게 뭔지 알게 될거다....
--- p.6
...'마르카와 나도 내보내 줘야 하네.자네 사촌에게 이 금시계며 다이아몬드며 뭐든 주게!'
' 그럼요.가능한 모든 수를 쓰겠습니다.'
하스켈은 장인의 보석들을 받아 챙겼어.한데 결국 두 분은 구해주지 않았단다.수요일에 객차가 왔지.아냐와 난 창가의 장인과 장모를 봤단다.머리를 쥐어뜯으며 울부짖고 계셨어.장인은 백만장자였지만 그것도 그 분의 목숨을 구해 주지는 못했다.거기서 바로 가스실로 가셨지...
--- p.115-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