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화려하게 생을 살며 행복을 누려야 할 많은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바라봐야 하는 슬픈 현실 속에 우리는 지금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려 춘천 작은 마을로 와 봉사 활동을 하던 이웃 사랑이 넘쳐나던 대학생들의 산사태로 인한 의로운 죽음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자신의 아픈 몸을 돌보지 않고 거리에서 과일을 팔던,아직도 성인이 되려면 한참인 자식들을 남겨둔 채 숨져간 어느 젊은 아주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어렵게 하루하루를 살면서도 남편이 자신에게 남겨 주었던 유산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사회에 선뜻 기부하며 남편을 홀로 가슴속에 영원히 묻은 채 숨져간 어느 미망인의 애끓는 죽음이 우리를 참으로 부끄럽게 합니다.
우리는 기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음에도 이런 어두운 일들로 늘 그러한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 것입니다. 살아가는 일이 이리도 빠듯하고 삶이 팍팍해 허덕이는데도 우리는 이런 슬프고 안타깝고 기막힌일들로 삶을 원망하며 그저 한숨지으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여전히 아이들을 아직도 가르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교사로 자랑스럽게 오늘도 학교로 발길을 향합니다. 때론 예전 같지 않은 나의 저질 체력을 감추기 위해 무진 노력하지만 이내 아이들에게 들켜버리면서도 아직도 나는 가르칠 수 있는 힘이 젊은 교사 못지않음을 항변하곤 합니다.
나는 오늘도 노심초사합니다. 그래도 단 한 사람이라도 나를 기다려주고 나를 인정해주는 아이들이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버리지 않으며, 오늘도 나는 힘차게 교실 문을 향합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사이 벌써 하루 해가 그렇게 빨리 흘러가고 있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는 앞으로도 계속 보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