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래는 조금씩 땅 위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지. 그렇게 싱그럽던 바다 내음이 지겨워지기 시작했어. 하루 종일 물에 떠있는 일에도, 먹이인 플랑크톤에도 진력이 났지.

"햇빛을 받아 반짝이던 나뭇잎은 여전할까? 비 온 뒤 산마루에 걸리던 결 고운 무지개는?

큰 고래는 땅이 그리워서 더 이상 못견딜 지경이 되었어.

"땅 위로 갈 수 있다면, 땅 위에서 살 수만 있다면."

큰 고래는 이렇게 혼잣말을 하게 되었지. 그리고는 저먼 바닷가 가까이로 헤엄쳐 왔어.
그러다 마침내 밀물에 의지해 모래밭 위로 덜컥, 올라앉았지. 또 한 번의 기적을 기대하면서.
하지만 너도 알지? 기적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니? 문제는 바로 코뿔소의 시력이라는 것을. 그래, 그래서 코뿔소는 눈앞에서 얼찐거리는 모든 것에게 덤벼들 수밖에 없었던 거야. 불안해서 말이야.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지독한 근시, 바로 그게 코뿔소의 비밀이었던 거지.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검은코뿔소가 그 사실을 모든 동물에게 감추고 싶어한다는 것이었지.

'눈이 어두운 야생동물.'

코뿔소의 귀에는 낄낄거리는 다른 동물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어. 그래서 코뿔소는 이번처럼 뻔한 일에도 억지를 썼던 거야.

- 네가 먼저 날 꼬나봤잖아?
- 비켜! 내 앞에서 알찐거리면 가만두지 않겠어!
- 뭐라구? 난 그저 달리기 연습을 했을 뿐이야. 네게 달려든 게 아니라구!

참으로 답답한 일이었지.

'미안해. 잘 안 보여서 착각을 했어' 라고 한마디 하면 그대로 끝나 버릴 일이 점점 더 힘들게 되었어. 자신의 억지가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검은코뿔소는 가끔 한번씩 진짜로 달리기 연습을 하기까지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