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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에 대한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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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에 대한 찬사

: 아버지 되기 두려워하는 남자들을 위한 심리분석 에세이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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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5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66쪽 | 303g | 133*195*20mm
ISBN13 9788993225259
ISBN10 899322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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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시몬 코르크 소스
정신분석가이자 파리 제 7 대학의 교수이다. 오랜 기간 장애인 및 그 가족을 대상으로 정신분석 작업을 했으며, 근본심리병리학과 정신분석학 박사이다. 그녀의 저서로는 "깨어진 거울, 장애와의 그 가족 그리고 정신분석학"과 "오이디푸스에서 프랑켄슈타인까지", "장애의 인물들", "나의 정신분석가와의 대화", "어린아이 - 왕을 위한 변호" 등이 있다.
역자 : 김택
성균관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독일 브레멘 대학에서 라캉과 카프카를 주제로 연구했다. 95년 이래로 영어, 독어 , 불어 등 3개 국어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독일 잡지사에서 일러스트레이트로 일하기도 했다. 현재는 번역일과 더불어 유럽의 미디어를 통한 국제정치 및 문화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해방론』, 『미래의 아이들』, 『모네』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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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아버지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존재한다! 다만 동일한 아버지가 아닐 뿐이다. ... ‘아버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널리퍼진 확신은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지만 미디어에 의해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다. 나는 이런 호들갑스러운 견해들에 반대한다.---pp.7-8

오늘날 우리는 부성의 과거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지만 새로운 모델을 찾아내지는 못한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부성은 재구성되고 있는 제도이다. 이것은 현재의 아버지들이 직면해야하는 도전이다. 현재의 상황에 훨씬 적합한 부성을 새롭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버지란 무엇인가? 어떻게 해서 우리는 아버지가 되는 것인가? 부모/자식의 관계에서 아버지의 위치가 변하면 어떤 결과가 생겨날 것인가? 부부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할아버지나 할머니와의 관계는? 또 교육은 어떻게 될까? 모두가 아버지를 찾는다. 어머니 , 자식들, 사회 전체가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들 자신이 아버지를 찾는다. 모든 사람은 권위적이고 쌀쌀한 가부장에 대해 향수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친근하고 부드러운 아버지? 그런 것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인가? 왜 그런가? ---pp.9-10

아버지란 무엇인가? ...아버지는 부재하며 부족한 부적격자이며 버림받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으며 일관성이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기능저하의 상태에 빠졌으며 자신의 자리를 포기하고 도피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항상 외부에서 겉돌고 있으며 사람들이 기다리는 장소에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또한 부름을 받아도 나타나지 않으며 부탁을 받은 것을 보장해주지 않으며 질문을 받아도 대답하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아버지라는 기능은 오늘날 부정적인 용어로만 표명될 수밖에 없다. 나는 아버지가 부정적인 환영의 대상이 되었노라고 주장할 생각이다. 왜 사회는 아버지를 보지 못하도록 하면서 어머니만 보도록 고려하는 것인가? ...왜 사회는 실제의 아버지를 승인하지 않는 것일까? 왜 아버지들은 뭔가 이상한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인가?---pp.17-30

현대 사회에서 아버지의 지위는 여러 가지 변화 덕분에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곧 성적인 자유, 출생의 조절, 여성해방, 이혼의 증가, 가족의 재구성 등의 변화가 그것이다. 탈근대 사회는 30년전부터 전능한 아버지라는 근대적인 모델을 거부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변화는 훨씬 이전부터 생겨났다. 가부장 모델이 의문시 된 것은 19세기부터이다. 흥미로운 것은 정신분석학이 역사적으로 가부장이 몰락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탄생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정신분석한은 가부장의 추락의 원인일까? 아니면 가부장의 추락이 정신분석학 탄생의 조건이 되었던 것일까? 다르게 말하자면, 정신분석학이 현대사회에서 아버지의 몰락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1950년대서부터 특히 1970년에 생겨났다. 양성평등, 감성적 결합에 입각한 부부, 자유로운 합의에 따른 공동보조를 취하는 탈제도화된 가족 등은 그 토대를 민주주의의 모델에 두고 있다. 또한 철학, 심리학, 사회정치학, 인식론, 윤리학 등의 지평에서 아이들의 지위에 변화를 가져온 광대한 사회역사적 운동들도 빼놓을 수 없다. 가족적 삶의 양식의 다양화는 종종 생물학적 관계의 외부에서 새로운 부성의 형태를 창출했다. 더욱이 최근에 생물학적 부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면서 전통적인 모델이 커다란 타격을 받으며 진부한 것으로 전락했다. 여성이 변화하고 아이들도 변화했기 때문에 가족은 더 이상 이전의 모습이 아니다. 그 결과 아버지는 새로운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 현대사회 변화의 주요한 측면의 하나는 남성과 여성을 재배치한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위치는 이전과는 달리 새롭게 조직된다. 이로 인해 아버지의 역할과 지위에 변화가 생긴다. 남성상의 표상은 집단무의식에서는 물론 노동과 가정의 영역에서도 변화되었다....현대의 젊은 남성은 간호나 미용 등 전통적으로 여성들에게 할당되었던 영역들을 침범한다. 그들의 관심이 육아나 출산에까지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아버지들은 초음파 검사의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분만에도 참여한다. 아버지들은 돌보고 젖먹이고 기저귀를 채우는 신생아에 대한 책임을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이것은 그들이 다른 방식으로 가질 수 없었던 지위와 지배력을 회복하는 방법일까? 아버지는, 어머니가 집안과 아이들에 전념하고 아버지까지 돌보던 시절에 가족에게 필수품만을 조달해주기만 하던 자신의 잃어버린 위신을 회복하려는 것일까? ---pp.15-18

아버지의 부재는 어린이의 동화에도 나타난다. 실제로 동화는 허약하거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거나 보잘 것 없거나 나이든, 심지어는 위험한 아버지의 상(상(像))만을 전달한다. “작은 빨간 모자‘에 는 아버지가 등장하지 않는다. ’숲속의 잠자는 마녀‘와 ’백설공주‘에서 아버지는 마녀의 파괴적인 행동으로부터 어린 딸을 지켜주지 않는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아버지는 아이들을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현대의 작품들에서는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pp.24-25

정신분석의 아버지인 프로이트는 어떤 아버지였나? 사실상 우리는 부성과 관련하여 프로이트의 이론을 광범위하게 거론한다. 하지만 아버지로서의 프로이트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해보지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로서 그의 구체적인 경험이 어떻게 이론에 반영되어 있는지를 보는 것은 흥미롭지 않을까? 우리는 프로이트에게 6명의 아이들이 있으며 그들이 19세기말 비엔나의 생활양식에 따른 매우 고전적인 부르주아의 환경에서 성장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족 식사, 전원에서 여름나기, 산을 오르며 산보하기 등 그들의 가족생활은 전통적인 관습을 따랐다. 하지만 이 가족은 위대한 인간 프로이트의 요구와 불평에 따라 대부분의 행동거지가 정해졌다....프로이트는 아들과 딸에 대해 각기 다른 교육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일까? 그의 아들들인 마르틴, 에른스트, 올리퍼가 자유롭게 자신들의 삶을 결정할 수 있었던 반면, 프로이트는 손위 딸인 소피와 마틸데를 부르주아지의 대단히 관습적인 원칙에 따라 키웠다.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에 보다 충실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 1913년 18세의 안나는 런던으로 여행을 떠난다. 거기서 안나는 에른스트 존스를 만나는데 그는 안나에게 구애를 했다. 프로이트는 그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프로이트는 존스의 나이가 너무 많은 반면(그는 35세였다) 안나에게 그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프로이트는 존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그녀는 여성으로 취급받기를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네. 성적인 욕망의 경험과는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일세. 오히려 남자를 거부하는 경향을 갖고 있네. 우리, 즉 안나와 나는 명백히 약속했네. 2-3년간은 결혼이나 그것을 대비하는 어떤 일을 꿈꾸어서는 안된다고 말일세. 나는 안나가 이 약속을 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네.‘ 이후로 프로이트는 자신의 딸에 접근하는 모든 남성을 떼어놓기 시작한다. 그는 완벽한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안나가 남성과 함께하는 여성의 삶을 실현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안나가 교원채용시험에 떨어지기를 바라면서 의학공부를 그만두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안나 프로이트가 아버지로부터 분석을 받았으며 병에 걸린 프로이트의 마지막 몇 년 간을 전적으로 아버지에게 헌신했다는 점도 감안해야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소유욕과 권위로 가득찬 아버지였다. 그는 자신의 막내 딸에 대해 지배와 독점이라는 성격을 갖는 관계를 유지했다. 인간의 정신적 삶에 대해 대단한 통찰력을 보여준 이 위대한 사상가가 스스로의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서는 그렇게 맹목적인 태도를 보여준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자신이 맡은 아버지의 역할이 그의 연구의 범위를 벗어난 것처럼 말이다. 아버지의 위치는 분명한 윤곽을 그리기 어렵다. 사람들도 그것을 보지 못하지만 아버지 스스로도 보지 못한다. 과연 아버지의 운명에는 포착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내재되어 있는 것일까? ---pp.26-30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수많은 젊은 남성들을 위축시키는 무거운 책임감이다. 이 점은 세계적으로 저하되는 출산율이 잘 말해준다. 그 원인으로 제시된 근거들은 보통 현대적인 삶의 양식에서 찾아진다. 특히 아기를 표상하는 모든 요소들이 현대적인 삶의 양식과 공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초현대적인 주체는 경제적으로 독립해있고, 전통으로부터 해방되어 있으며 가족적인 강제로부터 벗어나 있으며 자유롭게 관계를 선택하고 감정의 흐름에 따라 관계를 바꾼다.---p.34

경제적으로 자립한 성인은 자신의 삶을 노동과 취미에 바친다. 아기가 이러한 삶에 무엇인가를 더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기는 무엇인가를 빼앗아가는 존재이다. 경제적, 심리적 문제로 서로 다투기에는 여념이 없는 아직은 젊은 미래의 부모들은 어린아이를 갖고자 하는 욕망을 순전히 개인적인 요인으로만 환원시킨다. 하지만 아기를 갖는 행위는 생물학적인 행위도 의식적인 계획도 아니며 그렇다고 순전히 개인적인 심리적인 욕망도 될 수 없다. 아기를 갖는 행위에는 결코 부인해선 안될, 무의식적이자 인간적인 이중의 차원이 자리잡고 있다. 그 차원이란 개인을 넘어서서 삶의 비밀을 건드리는 것이며, 따라서 신성한 것을 계승하는 것이다.
출산이라는 비밀스럽고도 막중한 문제와 관련된 이러한 진화에는 보다 심오한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 부성은 아버지들을 삶과 죽음, 존재와 비존재라는 신비가 작동하는 유전이라는 불안한 길로 내몬다. “태어나기 전에 나는 어디에 있었어?‘라고 아이들은 묻는다. 이 질문은 매우 적절하면서도 심오한 것이다. 부모들은 출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물이나 사람을 존재하게끔 만드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우리가 사는 오늘날의 탈종교화된 사회에서조차 불가분 신의 창조물로 표현된다.---pp.35-36

어린아이를 짊어지는 것이 세상을 짊어지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부모가 되려는 모든 성인은 이러한 시련을 반복하면서 그 근본적인 경험을 되살린다. 물론 거기엔 위험이 동반되어 있다. 아기를 낳고 아버지가 되거나 반대로 아버지가 되는 것을 가로막는 것 모두 위험에 노출된 유전에 대한 무의식적인 판타즘이다. 매스컴에 의해 삭제되고 왜곡된 채 떠벌려진 출산학의 발전은 수정에서 임신과 탄생에 이르는 전 과정이 지배되고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내었다. 하지만 사실상 아기를 출산하려는 욕망에는 무의식의 메커니즘과 충분할 정도로 연관되어 있는 미지의 영역이 남겨져 있다. 무엇이 유전되는 것인가? 또 우리에게 유전된 부분은 무엇인가? 유전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의학적 지식을 넘어서면 우리는 이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유전은 우리를 불가사의한 신비와 마주치게 만든다. 그것은 부성에 관련된 관건의 하나이며 아마도 어떤 젊은 성인에겐 부모가 되는 것이 힘든 이유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조상으로부터 빚진 삶의 부채를 인식하고 후손들에게 전달하는 모든 유전에 내재된 위험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pp.37-38

우리는 오이디푸스 신화를 유전이 우리에게 예정해둔 불확실성, 위험, 놀라움, 선과 악 등에 대한 묘사로 다시 읽을 수 있다. 자신의 기원에 대한 진실을 인식하려는 시도 끝에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유전은 비밀스러운 통로들을 이용한다. 그 통로에서 흔적들을 찾아내어야 한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사람의 아들이 아니었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고장이라고 생각했던 코린트에서 낯선 사람이었고 반대로 자신이 이방인이라고 생각했던 테베가 그의 고향이었다. 그는 아내인 이오카스테의 아들이었다. 그래서 오이디푸스의 아이들은 그의 형제이자 누이가 되었다. 버려진 아기는 사랑받는 아들이었다. 하지만 왕에게 오이디푸스는 괴물이었다. 따라서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는 유전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의 상연이자 신화의 탐험이며 위험의 현시이다. ‘이전에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공포로다’라고 오이디푸스는 말한다. 유전의 문제는 특권적인 방식으로, 상징적인 유전의 전통적인 담지자인 아버지와 관련을 맺지 않는가?---p.38

젊은 성인들이 부모가 되거나 되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에 걱정을 주거나 괴롭히는 어려움을 묘사하기 위해서 나는 문학적인 예를 제시하겠다. ‘아이를 낳을 것인가 말것인가’라는 선택을 구성하는 근원적인 실존적 문제에 대해 200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헝가리의 임레 케르테스는 부성을 욕망하거나 아니면 특별히 강력한 방식으로 부성을 거부하는 문제에 대해 질문하는 중요한 책을 저술했다. 이 책에서 한 아버지는 자신이 낳지 않기로 한 아기에게 말을 건넨다. 그의 성찰은 부성에게 특수한 문제들을 광범위하게 넘어서서 부모가 된다는 것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 정신분석학의 근본적인 공헌 중 하나인 양가성이라는 개념은 상반된 감정들이 동일한 사람에게 동시에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성인이 아기에게 투사하는 것은 때때로 사랑을 넘어서서 숭배로 이어지는 이상화된 경이적 이미지이기도 하지만, 오이디푸스의 경우에서처럼 파괴적인 증오를 야기하는 불청객이자 낯설은 박해자의 이미지기이도 하다. 아기는 숭배되는 우상인 동시에 쳐부수어야하는 적이기도 하다. 분명 아기에겐 사랑이 자리잡고 있지만, 우리는 위니코트의 ‘일차적 사랑’에 증오가 포함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기쁨의 근원인 아기는 불안을 야기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친밀함과 낯섬이 혼재된 아기는 가깝게 혹은 멀게도 느껴진다. 사랑의 대상인 아기는 증오, 염려, 파괴, 매혹, 공포 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기의 이상화는 그 반대쪽을 은폐하는데 공헌한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왔지만 우리로부터 유전받은 것을 드러내어주는 아기는 우리게에 박해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위험에 처한다.---pp.40-44

아기는 탄생을 통해 부모에게서 일종의 빚을 진다. 부모가 세상에 아이들을 내어놓음으로써 삶과 존재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모를 만드는 것 역시 아이들이다. 아기의 탄생은 부모의 실존, 즉 그 자신이 어떤 부모로부터 태어났다는 사실을 확증하는 것이다. 어떤 부모들은 신생아가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부모가 부모로서 탄생?다는 내용의 탄생 통지서를 돌리는 것은 바로 그런 연유에서다....유전의 사슬은 항상 조상과 자손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갖는다. 아기를 낳는 순간 부모는 어떤 의미에서 자신의 부모를 낳는 것이기 때문이다....아버지가 아기를 낳으면 아기는 자신의 이미지만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이미지도 갖는 존재가 된다. 유전은 수세대를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다.---p.48

신화나 민속 등 많은 설화에서 아버지는 위협적인 존재, 잠재적인 영아살해자, 자손들의 파괴자 등으로 나타난다. 하늘이라는 뜻의 우라노스와 땅이라는 뜻의 갈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인 거인 크로노스는 자신의 아이들을 잡아먹는 무의식적 판타즘을 표상화는 신화 속의 상징적인 형상이다. 크로노스는 많은 설화에 등장하는 식인귀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모두 일종의 식인귀라는 것인가? 식인귀는 아버지에게 잡아먹힌 아이들의 죽음에 대한 원형적인 형상화일 것이다. 약간 다르긴 하지만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행위도 같은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마지막 순간에 개입하기 전까지 아들을 죽이는 몸짓을 중단하지 않았다.---p.55

아이를 갖고자 하는 욕망을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갖고자 하는 욕망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한다. 매우 무거운 주제이지만 우리는 왜 인간이 아기를 갖으려 하는지를 자문해 볼 수 있다. 이 질문은 세계적으로 낮아지는 최근의 출산율이 계속되는 한에서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그 이유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아이지만 남성의 수태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여기엔 두가지 규명되지 않은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50년전에 비해 인간의 정자가 40% 가량 감소했고 고환암의 발생율은 2배나 증가한 것이다. 사회심리학적인 차원에서 어른들은 아이를 낳거나 일을 뒤로 미루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아이를 갖고자 하는 욕망을 재충전하는 대신 직업적인 관심에 우선권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현재 규모가 점점 커가는 일련의 성인 집단은 아이를 갖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부모되기 없는 어른되기가 가능해질 것이다.---p.60

최근 한 남성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아기를 낳은 여성을 고발했다. 법정은 테스트를 치룬 후 그를 아버지로 지정하면서 그에게 부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남성은 자신이 거부했던 아기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었다. 이것은 혈통과 관련하여 전례없이 제기되는 질문들이 발생하는 새로운 상황의 전형으로, 모든 문제를 법정에서 해결하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경향에서 등장하는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하는가? 오를레앙 상급법원은 ‘아버지가 된다는 단순한 사실은 굳이 조사를 해보지 않더라도 손해를 주는 사실로 간주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시에 법정은 ‘모든 남성은 피임을 하지 않고 맺은 관계가 출산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한다’라고 못박았다.---p.71

사람들은 아버지가 부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처럼 부재하지 않는다. 그는 다른 방식으로 함께 한다. 같이 있는 방식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다. 최근 아버지와 아이들의 교류를 조사하는 전문가들의 조사결과는 아버지가 매우 자주 아이들의 곁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는 아기가 일찌감치 발견하는 전오이디푸스적인 아버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장 르 카뮈는 이러한 교감을 ‘최초의 부성’이라는 용어를 통해 일찌감치 나타나는 특수한 이 같은 상호교류를 묘사했다. 우리는 탄생의 지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봐야한다. 최근의 연구를 통해 자궁 내의 태아에게 ‘탄생 이전의 아버지’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태아는 어머니와는 다른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외부에서 오지만 어머니의 세계에 외적인 지각을 즉각적으로 도입하고 불연속서과 이타성이 시작되게끔 만든다. 따라서 생애 최초의 몇 년 간 아버지가 직접적이고 활동적으로 아기의 곁에 있는 것은 아기의 성장에 커다란 역할을 한다. 어머니와 다른 아버지의 양식이 존재한다. 훨씬 자극적이고 덜 직접적으로 아버지는 어떤 특별한 소질을 장려한다. 어떤 점에서 아기가 이같은 다양성으로부터 이득을 보는가를 생각해 보기는 쉽다.---pp.92-93

좋은 직장경력이 있는 40세 가량의 D씨가 나에게 심리치료 상담을 받으러 왔다. 그는 새 부인의 아들인 12세의 파비앙의 계부 역할에 불쾌감을 느꼈다. 그는 좋은 의지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이 꼬마와 좋은 교류를 나눌가를 자문해 보았지만 같이 산 지 4년이 지나도 파비앙은 그를 피했다. 그는 파비앙과 그의 어머니 사이의 관계에서 배제된 것처럼 느꼈으며 얽히고 설킨 복잡함 때문에 가족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서로 사랑하고 껴안아 주고 토론도 하고 꾸짖기도 하고 화해도 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D씨는 자신이 파비앙에게서 느끼는 실망이 자신이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전 상황의 반복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기다리는 것을 다시 보지 못하리라는 인상으로부터 이미 고통을 받은 여러 번에 걸친 인생의 경험을 떠올렸다. 그는 마치 파비앙과 어머니의 관계가 그렇듯 관계가 혼란스러운 부모에게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 것이 힘들었다. 어린 시절 내내 그는 부모의 갈등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 어머니의 편을 들어 아버지의 폭력과 부당함을 비난했던 것이다.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과거의 외상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중략)...또한 그는 파비앙에게 파비앙이 줄 수 없는 애정을 요구했다...객관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새로운 아버지의 매력과, 거의 존경할 수 없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친아버지에 대한 충절 사이에서 벌어지는 ‘충성갈등’에 소년이 놓여있다는 점이 고려되지 못한 것이다. 유혹과 거부 사이에서 출구를 찾던 파비앙은 거의 마음에 드는 태도를 취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어머니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좋은 의도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든 계부에게든 모든 상황에는 무의식적인 판타즘이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p.107

2002년 3월에는 연대친권에 관한 법이, 2005년 1월에 부성의 승계에 관한 새로운 법이 생겨났다. 연대친권에 관한 법은 부모의 권위가 행사되는 양태의 규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부부의 삶을 우발적인 요소에 좌우되지 않게끔 하려는 것이다. 이혼 후에도 부모/아이의 관계의 지속성을 실천적, 경제적, 정서적인 차원에서 보장하기 위한 이 법은 아이가 부모 각각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부모의 역할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약정을 담고 있다....이 법은 벌써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비판들이 문제를 삼는 것은 부모가 여럿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이에게는 생부모 만이 아니라 부모로 여겨지는 다른 어른들도 있다. 심지어 후자가 전자를 대신하기도 한다.---p.114

아버지 되기에는 어떤 심리적 단계들이 존재할까? 아버지가 아기, 어머니, 혹은 사회에 대해 어떤 사람인가만을 늘어놓는다면 소년을 아버지로 만드는 심리적 성장, 혹은 부성의 심리적 관건들에 대해서는 훨씬 적게 말하게 될 것이다....(중략)...아기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부모는 자기 자신의 탄생을 다시 경험한다. 신생아와 만났을 때 아주 어린 시절의 자기 경험이 되살아난다. 곧 유아기가 다시 깨어나는 것이다. 오랫동안 의식이 접근하지 못하던 원초적인 경험들이 나타난다. 오래된 사물들의 회귀는 신생아가 탄생하는 시점이 흥분과 불안으로 가득한 기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러한 현상은 위니코트가 ‘최초의 모성적 불안’이라는 이름으로 묘사한다.그는 아기가 태어나기 직전서부터 태어난 후 첫달이 되기까지 어머니가 겪게 되는 매우 특수한 심리적 단계를 설명한다. 기묘한 현상은 정신증에 가까운 병이 실제로 발생하지만 일시적이기 때문에 곧바로 어머니가 잊게된다는 것이다. 아기에 대한 강력한 정체화는 자신이 낳은 신생아에 대한 극도로 예민한 감각의 상태에 빠지게 만든다. 이때 아기의 요구를 이해하려는 어머니에게 자기 자신의 유아성을 되살리는 퇴행이 발생한다...(중략)...아버지들 역시 이 퇴행적 정체성의 운동으로부터 면제되지 않는다. 아버지들은 그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힘을 쏟지만 표현은 덜 하는 것 같다. 나는 ‘최초의 부성적 불안’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pp.122-123

30대 남성인 프랑수아는 자신의 실존을 마비시키는 공포불안 때문에 심리치료를 받았다...상담의 회수가 늘어가면서 그가 결혼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며, 아기를 갖는다는 생각을 분노로서 억제하려 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음이 나타났다. 하지만 아기를 가질 계획을 가지고 있던 그의 여자친구는 점점 고집스럽게 되어갔고 그로 인해 프랑수아의 불안과 거부감은 커져만 갔다....프랑수아가 어렸을 때 부모는 이혼을 했고 그는 오랜기간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다. 그는 이 시기를 어머니와 가깝고 친근하게 보냈으며 그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관계가 거북해지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자신과 하루종일 전화통화를 하는 것을 그리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며 그에게 많은 문제가 있고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마 프랑수아에게 다른 여성을 위한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의 감정은 어머니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아들은 아버지가 될 수 없었다....상담이 진행되면서 프랑수아는 놀랍게도 좌절과 분노를 표현하면서 아버지를 비난했다. 그를 통해 프랑수아는 자신이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예전의 쾹음처럼 아버지를 비난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자신에게 주지 않은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여성의 기다림, 즉 아기를 주고 싶은 남성을 기다리는 여성의 기다림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나 공격적이라서 회피하는 게 좋을 정도의 남성적인 경쟁을 동원하는 적대적인 감정과 겹쳐져 있었다. ---pp.147-150

프랑수아의 이야기는 아버지 되기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중의 정체화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오이디푸스적 정체화(능동적, 남성적 아버지가 되기)이고 두 번째는 보다 원형적인 정체화이다. (수동적, 여성적 정체화로, 다산성의 기원인 아버지의 페니스를 받아들이기)
아버지가 되는 남성은 아버지가 되려는 아들이다. 아기의 탄생은 자기 자신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활성화시킨다. 출산은 그에게서 오이디푸스적인 순간에 구성되는 아버지의 이미지에 대한 정체화 또는 반정체화를 불러일으킨다. 소년은 아버지와의 정체화과정에 들어섬으로써 부성에 접근할 수 있다.---p.152

현재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부성의 영역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진화라기 보다는 진정한 인류학적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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