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안에는 칼 한 자루를 사서 품었다. 그는 간밤에 계집이 사랑방 문을 두드리던 일과 오늘 아침에 계집이 조광조의 머리를 빗겨주던 일을 다 알고 있었다. 오늘 밤에는 반드시 일이 있으려니 하고, 칼을 사서 품은 뒤에 한꺼번에 남녀를 다 죽여 버리려고 일부러 술을 마시고 돌아왔다. 주인이 펄썩 사랑문을 열고 보니 손님도 없고 부담 농짝도 없었다. 방으로 들어가 보니, 밥값이 될 만큼 선반 위에 피륙 한 필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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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픈 국상 속에서 인심은 술렁거렸다. 궁중과 조정과 유림과 시정은 말할 것 없이 모두 다 걱정과 근심들이 가득했다.
"저 어린 핏덩이 원자의 신세가 어찌 되나?"
어머니 왕비를 잃은 핏덩이 원자 어린 아기의 운명은 진실로 바람 앞의 등불인, 외롭고 고단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핏덩이 왕자는 다만 아버지 중종전하가 있을 뿐, 임금의 후궁인 꽃 같은 팔선녀가 모두 다 핏덩이 원자의 대적이었다. 꽃 같은 팔선녀들의 소생인 복성군, 해안군, 금원군, 영양군, 덕양군, 봉선군, 덕흥군 등 일곱 후궁의 아들이, 나이는 어리나 모두 다 이 핏덩이 원자의 적국이었다.
"나라가 장차 어지럽겠구나!"
유림들은 탄식했다.
"후궁 속에서 누가 왕후가 되는지, 그 아들이 전하의 뒤를 잇기가 십상팔구다. 원자의 복은 박하고 기구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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