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글, 얼마나 매력적인 단어인가? 자유롭고 달콤하다. 그러나 여행작가란 여행도 하고 돈도 벌고, 마당 쓸고 동전 줍는 사람이 아니다. 땀 흘리는 노력이 필요하며 현실은 만만치 않다. 나는 여행작가에 대한 환상보다는 여행과 글을 통해 찾는 자유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프롤로그」중에서
왜 쓰는가에 대한 의식이 분명하거나 쓰지 않고는 못 배길 상황, 예를 들면 현실이 너무 싫어서 도피하고 싶거나, 뭔가를 성취하기 위한 강렬한 도전의식이 있을 때 글이 잘 나온다. 끊임없이 주변의 대상들과 눈, 코, 귀, 입, 피부 등을 통해 깊숙이 교감하면서 가슴에 많은 걸 축적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즉, 과거의 추억, 미래의 상상과 연결시키면 글이 잘 풀린다.
---「글이 잘 써지는 조건」중에서
정보성 글과 달리 자유로운 여행기를 쓰는 사람들은 여행을 기획과 취재에 한정하면 안 된다. 기획이라는 굴레 속에 자유로운 여행이 갇혀버리고 모든 이를 비즈니스적인 취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럼 얕은 글, 작위적인 글이 나오기 쉽다. 마음이 서로 오가고, 열린 마음으로 대할 때 생각지 못한 것들을 더 많이 경험한다.
---「글이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중에서
여행기에 쓰이는 글의 형태에는 대략 네 가지다. 서술, 묘사, 대화는 소설에서 쓰이고 독백은 원래 희곡에서 쓰이는데, 여행기에서는 다 쓸 수 있다. 서술은 ‘이야기하기, 설명하기’로 사건, 행적 등을 적으며 시간 순서에 따라 빨리 전개하는 게 좋다.(서사라는 표현도 쓴다.) 묘사는 ‘보여주기’로 상황과 심리 등을 표현하면서 문학적인 감성을 드러내는 데 많이 쓰인다. 대화는 상황을 생동감 있게 끌고 나갈 수 있으며 독백은 자신의 내면적 심리 상태를 잘 보여준다.
---「문장의 법칙」중에서
그러나 역시 ‘왜’가 글쓰기의 가장 큰 동력이다. ‘왜’는 머리가 아니라 평소의 삶에서 솟구쳐야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왜’가 심각한 의미가 될 때도 있지만, “나는 이유 따위 필요 없어. 삶의 의미고 여행의 의미고 다 귀찮아. 그냥 여길 벗어나서 즐기고 싶어!”라는 의지가 강하면 그게 ‘왜’가 된다. 억지로 의미를 찾지 말고 먼저 자신에 대해서 솔직하면 된다. 그래야 글이 잘 나온다.
---「여행기의 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중에서
글이 잘 나오려면 메시지가 분명한 사진이 좋다. 사람이든, 풍경이든, 사건이든, 감성이든 사진을 보는 순간 독자를 확 빨아들이는 초점과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내가 왜 이 사진을 찍었으며, 이 사진을 찍는 순간 나를 빨아들인 것이 무엇이었나? 그걸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일반 여행기의 사진은 글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지만 사진에세이에서는 사진 자체에 힘이 있어야 한다. 아름답거나, 멋진 사진 이전에 강렬한 메시지, 초점이 있는 사진이 글을 잘 불러낸다.
---「책 원고의 분량」중에서
여행작가가 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낯선 세상, 낯선 문물에 대한 호기심이다. 어떤 공부를 하더라도 이 호기심과 결합 되면 여행작가가 되는 데 도움이 된다. 적은 경험과 지식을 과대포장하여 빨리 성취하려는 조급함보다 꾸준히 내공을 키워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떤 공부를 해야 여행작가를 할 수 있나요」중에서
어디에서 무얼 하든, 어떻게 되든 겁낼 필요가 없다. 징징거릴 필요도 없다. 어떤 일이 닥치든 다 받아들이고 용감하게 살면 된다. 니체의 말처럼 ‘아모르 파티(운명을 사랑하라)’인 것이다. 그리고 때가 되면 세상을 뒤로하고 먼 여행길을 떠나면 된다.
여행작가? 그런 타이틀은 껍데기다. 그거 되려고 너무 노심초사하지 말라. 여행과 글은 기획성, 생산성, 효율성, 경쟁으로 가득 찬 세상이 아닌 자유와 여백의 영역이다. 너무 타이틀과 성과에 집착하면 그 소중한 곳이 오염된다.
---「에필로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