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런과 괴테가 앉아서 글을 써 내려 갔을지도 모르는 중세풍 카페의 구석자리에 앉아, 방금 만난 여인을 유혹하는 카사노바를 힐끔거리며 본다. 전투의 승전담을 전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나폴레옹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본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괴테와 대화하고 카사노바에게 작업의 정수(?)를 배울 수 있는 곳, 카페 플로리안. 카페에 앉아 누군가 “합석해도 될까요?”라고 물으며 앉아주기를 기다렸던 외로운 여행자의 은근한 바람은 밀려오는 바닷물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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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도시에서 최고의 ‘탈것’은 단연, 곤돌라다.
이탈리아어로 ‘흔들리다’라는 뜻으로, 고대의 배 모양을 본떠 만든 배의 앞과 끝이 위로 굽어져 있는 길쭉한 모양의 작은 배, 곤돌라. 16세기 당시 그 수가 1만 척에 달했다는 곤돌라는 모터보트의 보급으로 인해 현재 겨우 수백 척 정도가 남아 관광객들에게 베네치아의 낭만을 전하고 이다.
누군가는 말했다. 함께 탈 때는 가장 관능적인 것이 곤돌라이지만 혼자 탈 때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것이 곤돌라라고.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넘어가는 어스름한 시간.
어딘가에서 곤돌리노(사공)의 읊조리는 듯한 뱃노래가 들렸다.
이번에는 외로움을 노래하듯 쓸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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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떠 있는 도시.
누군가의 말처럼 보지 않았을 때보다 보고 나니 더 믿기지 않는다.
그 비현실감이란.
그러면서도 신기를 본 듯한 그 신비한 설렘 속으로 빨려드는 나를 굳이 말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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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상상력으로 칠한 듯 노란색 벽과 푸른색 지붕, 빨간 창틀을 한 예쁜 집들이 섬 안에 가득하다.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는 것이 생업인 어부들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 자신의 집을 찾기 쉽도록 집마다 각기 다른 독특한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는 이곳의 집들을 보기 위해 작은 섬은 항상 북적거린다. …화려하지만 보드라운 빛깔이 가득 넘치는 부라노는 56피스 파스텔 상자를 열어 하루 종일 칠한 것 같은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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