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가 자기 혼자만으로 자급자족하기 어렵다. 많은 것을 필요로 해서 서로 다른 사람을 불러서 필요한 여러한 여러 일을 하는 것이다. 나아가 많은 사람이 협동자요, 원조자이면서 같이 모여 사는 나라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기원전 400여년 전에 플라톤은 ≪국가politeia≫에서 소크라테스를 통해 교역이 국가의 기원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최소한 “농부 한 사람, 건축공 한 사람, 옷을 짜는 직조공 등이 반드시 있어야만 의식주를 해결하며 나라가 성립될 수 있다”고 했다. 서로가 서로의 능력에 따라 서로에게 도움을 주어야 자신의 생활도 더 윤택해질 수 있다. 경제학의 다서 번째 계명이 바로 교육이 서로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p.38
영국의 남해회사The South Sea Company사건도 비슷한 시기에 발생했다. 당시 신대륙인 남미와의 독점적 무역권을 전제로 설립된 남해회사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너도나도 미지의 세계인 남미와의 교역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거품을 알게 된 후 주가는 폭락했다. 결과는 프랑스에서와 같았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튤립 공황을 겪었던 사건도 본질적으로 모두 같은 내용이다. 꽃의 향기보다는 투기에 휘말려 5만 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역시 거품은 작은 한파에도 쉽게 꺼져버렸다. 버블에는 공통점이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신비로운 대상을 목표물로 삼는다. 그것이 갖는 잠재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동원한다. 거품이 수많은 물방울로 구성되어 있듯이 수많은 개미군단이 동조하지 않는다면 결코 버블은 일어나지 않는다. 돈을 좇는 우리의 나약한 심성이 거품을 만드는 공범자인 셈이다.---p.63
도박, 복권, 기업의 투자행태는 기본적으로 같은 틀에서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분의 1 확률로 12,000원을 벌 수 있고, 나머지 2분의 1확률로 8,000원밖에 기대할 수 없는 때가 있다고 하자. 평균 기댓값은 {12,000×(1/2)+,8,000×(1/2)}해서 10,000원이 된다. 만약 기업이 이런 사업에 투자한다면, 1만 원짜리 복권을 사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미래가 불확실한 경우에는 어떤 사업에도 복권을 사는 것과 같은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위험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는 데 있다. 이런 사업에 투자비가 11,000원이 들어도 뛰어드는 투자가가 있다. 반대로, 9,000원의 투자비에도 참여하지 않는 기업가도 있다. 복권의 사례를 보면 더욱 분명하다. 100명에게 복권을 팔고 당첨자 한 사람에게만 100만 원을 주는 때를 생각해보자. 100만 원에 당첨될 수 있는 확률이 100분의 1, 떨어질 확률이 100분의 99가 되므로 기댓값은 1만 원이 된다. 따라서 이 복권을 1만원에 판다면 복권값과 기댓값이 동일하므로 ‘공정한 도박’이 된다.---p.110
세상에 세금을 많이 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세금에서 해방된다면, 국적이라도 바꾸겠다는 사람이 어찌 클레이스터르스뿐이겠는가. 실제로 글로벌 경제에서는 조세 천국으로 외국 기업을 유혹하고 있는 나라도 많다. 자국민에게 세금감면을 시행하는 나라도 많다. 과연 세금은 적게 거둘수록 좋은 것일까? 재정지출과 세금감면 중 어떤 정책이 더 효과적일까?---p.중략) 이런 이유로 정부가 세금을 거두어서 지출하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소비자가 그 세금을 쓰게 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1천억 원의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만큼 세금을 감면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경기를 부양시킨다. 세금을 적게 부과하여 클레이스터르스 같은 선수를 많이 유치하는 정부가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가 된다.---p.167
괴짜 천재인 내시는 기숙사 유리창을 노트 삼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찾으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내시는 네 명의 짓궂은 친구들과 함께 바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 금발미녀를 보게 되고 그녀를 둘러싼 친구들의 ‘경쟁’을 보며 직관적으로 ‘균형이론’의 핵심을 파악한다. “우리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이 있다고. 만일 우리가 모두 그녀를 원한다면 승자는 한 명뿐이겠지. 그렇지만 모두가 한 사람에게만 관심을 두지 말고 그녀와 같이 다른 네 친구에게도 고개를 돌려 대시한다면 우리 모두가 동시에 행복해질 수 있어. 한 사람만 행복해지는 결과에서 다섯 명 모두 행복해지는 상태가 되는 거지. 서로 조정만 잘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거라고.” 그의 이론을 요약하면 이렇다. 그가 생각하는 걸 나도 생각하며 행동한다면, 경쟁자와 나 자신 ‘모두’기 만족할 수 있는 ‘균형’에 도달할 수 있다. 따라서 경쟁자가 지금과 같은 행동을 지속한다면 나 자신도 현재의 선택을 바꿀 필요가 없는 ‘내시의 균형’이 존재하는 것이다.---p.200
실제로 ‘창’이 사치를 나타내는 척도캷 사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1696년 영국에서는 유리창의 수와 크기에 따라 건물의 세금을 결정하였던 것이다. 유리가 귀한 당시로서는 집의 크기보다 유리창의 수에 따라 호화주택 여부를 평가하고 창이 많을수록 높은 세금을 부과하였다. 다시 말하자면 유리창은 일종의 사치재로 여겨졌고 유리창이 많으면 ‘호화주택’이었으며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으로 입법화되었던 것이다. 창문세의 여파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집집이 유리창을 부수고 벽돌로 메우며 각 성마다 창문을 줄이는 대대적인 공사가 벌어졌다고 한다. 유리창 세금의 여파로 생산업자는 분명 줄줄이 도산했을 것이고, 상당기간 유리 문화는 정체되었을 것이다. 많은 창문업자가 도산했던 것은 당시의 유리창이 역시 사치재였기 때문이다. 사치재에 대한 소비세의 부과는 결과적으로 기업에 많은 짐을 떠안기는 결과를 가져온다. 반대로 필수품에 대한 세금의 부과는 수요자의 부담을 많게 한다. 이런 현상을 ‘세금의 전가’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두 사람의 분배 몫이 나누어지는가? 그래서 과연 우리는 얼마의 세금이 더 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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