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 부인이 최순영 회장 부인의 '남편구명' 로비를 부탁받고 총장 부인한테 옷 등을 사주며 로비를하고 옷값을 갚아달라고 통일부장관부인한테 요구했던 겁니다. 앙드레 김 가게에 가던 날, 김중권 비서실장 부인이 점심초대를 해 비서실장 공관에 갔어요.

이 자리에서 강 장관 부인이 '앙드레 김이 장관 부인들한테 옷도 싸게 해준다. 정말 애국자다'라고 말했습니다. 공관에서 나온 후 검찰 총장 부인등과 함께 앙드레 김 의상실로 갔어요.

앙드레 김 의상실에서 총장 부인이 옷 110만원짜리 살 때 흰 브라우스도 하나 입어봤습니다. 값이 50만 원이어서 총장 부인니 '너무 비싸다'며 사지 않으려 하자 장관 부인이 30만 원으로 가격을 낮추고 '내가 그동안 신세진 것도 많으니 이번에 선물로 사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장관 부인이 옷값을 지불한 것으로 기억납니다. 그뒤 총장 부인은 청와대 등의 조사를 받자 '그 블라우스만 보면 속이 상해 꼭꼭 싸서 구석에 처박아뒀다.'고 말했습니다.

앙드레 김에서 옷을 사던 날을 전후해 수입품 가게인 페라가모에 갔습니다. 장관 부인이 한번 구경하자고 해 총장 부인과 함께 간 거죠. 총장 부인이 스웨터를 하나 입어봤는데, 주인에게 '얼마냐'고 묻자 주인이 '1장'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100만 원이냐? 너무 비싸다'고 말하자, 주인은 '사모님들 순진하세요. 1000만 원이에요'라고 했습니다. 기가 막혀 빨리 나가자고 했는데, 장관 부인이 총장 부인한테 '아우야, 이 옷 너무 이쁘다. 내가 사줄게'라고 했습니다.

옷을 사지 않고 나왔는데 총장 부인과 함께 그 때 일을 얘기하면 장관 부인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강장관 부인이 '라스포사에 가보니 50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팔아 오버코트 한 벌 싸게 마련했다'고 말해 총장 부인 등과 함께 라스포사에 갔습니다. 총장 부인은 라스포사 상품권이 하나 있어 이것으로 옷을 살 생각이었습니다.

인적 측면에서의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를 견제할 수있는 시스템이라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갱니적으로 특별검사제나 재청신청 확대라도 제대로 시행하면 이런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거으로 본다. 이글을 쓰고 있는 동안 여야가 논란을 벌인 끝에 특검제 방안에 합의했다는 것을 전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어렵다. 수사대상을 단 2개 사건으로 제한한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특검제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것은 검찰이 이 제도의 성공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대검 청사 현관에는 해치의 청동상이 세워져 있다. 산양의 형상에 머리에 외뿔이 달린 이 해치는 상상의 동물로서 해태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악인을 가려내 뿔로 받아버리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예로부터 정의와 법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검찰은 엄정한 법 집행을 다짐하며 이 해치상을 세웠던 것이다.<br/><br/>우리 나라의 검찰은 특히 정치적 사건과 관련되어 오욕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권력의 시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어느 역대 정권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했다. 자발적인 형태로든 강요에 못 이겨서든 '정치적인'처신으로 인하여 신뢰와 위신을 잃어버린 상황이다. 그만큼 대내외적으로 개혁의 요구고 거세다.<br/><br/>정권에서마저 정치적 사건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다뤄줄 것을 요구하고 자체적으로도 정치적인 독립을 부르짖게 되었다. 잠시나마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검찰이 활기를 띠었던 것도 사실이다.<br/><br/>하지만 흔히 북풍, 총풍, 세풍이라 불리는 판문점 총격 요청 사건, 국세청 세도 사건 등 정치적 사건과 심재륜 대구 고검장의 항명 파동과 소장 검사들의 반란 법무부 장관 부인이 개입된 모피게이트,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의 발언 파문들 등 일련의 사건들이 터져나오면서 검찰은 마구 흔들리게 되었다. 온 나라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은 이러한 사건들 속에서 검찰은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복잡하게 얽히면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도다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br/><br/><해치의 눈물 - 1998년 10월 ~ 1999년 7월 국민의 정부 검찰 리포트>는 '검찰 사상 최대의 격변기'라는 지난 1년 동안의 검찰에 대한 기록이다. 현재 한겨레 신문사에 생활과학부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겨레 법조 팀장이었던 저자 이홍동씨는 가까운 거리에서 검찰의 모습을 냉정히 지켜보고 '최선(最善)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객관성을 철저히 유지하면서 한겨레 기자들의 메모, 대담, 인터뷰 등의 자료들도 풍부히 수집하고 정리해 집요하게 그리고 있다.<br/><br/>그는 검찰에 대해 '수십 년 동안 해오던 검찰의 습성은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는다. 법 논리보다 정권의 논리를 중시하던 사람들이 그대로 건재한다. 이들의 멘탈리티는 주군이 바뀌었다는 정도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줄 때가 많다. 인적 측면에서의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br/><br/>이제 많은 사람들이 검찰의 개혁을 말하게 되었다. 검찰도 자기개혁을 통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국범질서니 사회정화니 정치판 사정이니 하는 거창한 말은 집어 치우고, 진정한 탈권위의 검찰, 정치적 게임을 떠나 국민을 위한 법률 서비스에 주력하는 검찰의 진면목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br/><br/>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스스로를 개혁해 나가려는 검찰의 안타까운 노력과 그들의 아픔, 허위 의식, 아픔, 그리고 그 뒤에 감춰진 역설적인 수치심을 낱낱이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소문만 무성할 뿐 수사 발표나 청문회로도 밝혀지지 않은 최근의 정치적인 사건의 내막을 여러 각도에서 되짚어 보고 하나하나 정리해 가며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권력과 검찰과 언론의 이해 관계에 얽힌 복잡한 두뇌 플레이도 엿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