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모두에게 익숙했던 자산시장 환경이 뭔가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대한 잠재위험은 없는가, 기업이익이나 실물경기와 같은 기본체력이 선수(자산가격)의 활동을 얼마나 더 뒷받침해줄 수 있을까, 앞으로 날씨(금융환경, 위험요인)는 과연 괜찮은 것인가, 예기치 않은 폭풍이나 한파 가능성은 없는가? 이런 관점에서 냉정한 분석과 전망이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저희들의 이번 토론의 초점은 ‘지금까지와 현재’가 아니라 이를 토대로 한 ‘앞으로의 미래’가 되어야 하겠죠. 저는 지금 시점에서 경기와 금융시장을 한번 냉정하게 따져보고 싶어요. 사실 경기와 금융, 이 둘은 서로 맞물려 있지 않습니까? 특히나 지금처럼 세계 유동성이 팽창할 대로 팽창한 상황에서는요. 만약 경기가 점점 기우는 상황이라면 금융환경도 예기치 못한 곳에서 파열음을 낼 것이고, 경기는 그럭저럭 버티는데 금융환경이나 유동성 쪽에서 뭔가 뒤틀림이 생기면 경기나 기업실적도 꺾일 것입니다.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죠. --- pp.21-22
이러한 복잡한 거시 환경에서 우리는 무엇을 중심으로 전망을 풀어가는 게 지혜로울까요? 자산시장과 투자 관점에서요. 단순화해서 보면 저는 달러가 판단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세계 경기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달러 수요가 늘죠. 앞서 이야기한 미국 경기와 세계 경기의 양극화도 달러 강세 요인의 하나입니다. 금리 차나 통화긴축 강도의 차이, 자산시장의 성과 차이도 그 요인입니다. 그래서 저는 달러가 일종의 세계 모순지표, 불편지수, 차별화지수라고 봅니다. --- p.32
미중 갈등은 무역전쟁에 그치지 않고 고금리와 통화가치 절하 등 다양한 경제 영역에 걸쳐 나타날 것이다. 또 경제 영역에만 그치지 않고 2019년에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군사적 갈등과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 미국의 첨단산업 개방, 일대일로 국가들에 대한 IMF 원조, 인프라 투자 참여 등 정치와 외교, 군사, 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맞붙게 될 것 같다. --- p.101
저는 주택은 장기전에 들어갔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집값 담합을 하고, ‘똘똘한 한 채’라는 말도 생긴다고 봐요. ‘얼마 이하로는 팔지 말자’는 담합은 기업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는데, 경기가 좋아서 물건이 불티나게 팔려나갈 때는 담합을 안 합니다. 불황 때 하는 겁니다. 뭔가 안 팔릴 것 같고, 그래서 억지로 팔려고 다른 기업이 덤핑을 할 것 같고, 그럴 때 담합이 생기는 것이죠. 집값이 올라갈 때는 담합할 필요 없어요. 매수자들이 가격 덜 오른 곳을 찾아다니면서 가격을 올려주거든요. 그런데 2008년에 집값 떨어질 때 보니까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거나 사업에 실패해서 집을 헐값에라도 팔 수밖에 없는, 그런 경우가 많은 아파트에서 집값 하락이 크게 나타났고, 직장인과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는 집값 하락이 거의 없었어요. 최근의 집값 담합도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호가 중심으로 가격을 올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는데, 역시 수요가 취약한 약세장의 한 단면이라고 봅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접고 길게 봐야 한다면, ‘어디가 오를까? 내가 지금 어딜 사면 나중에 비싼 값에 팔 수 있을까?’라는 남의 눈에 좋아 보이는 집을 고를 단계가 아니죠. ‘나는 어디 살고 싶은가?, 나는 어디 살 수 있는가?’라는 나의 눈으로 집을 골라야 할 것인데, 이것이 ‘똘똘한 한 채’라고 봅니다. --- p.110
SOC 투자는 구경제의 부활을 의미한다. 건설과 철강, 기계, 석유화학과 전선과 전기, 통신이 수혜를 보게 될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신기술 기업에 가려졌던 미국의 전통산업이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과 그로 인한 블루컬러들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단 한 표도 도움이 되지 않는 실리콘밸리의 신흥 부자들로부터 전통적 지지층으로의 부의 이전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중략) 여기에 우리의 기회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산과 경쟁하고 있는 철강재의 경우 트럼프가 미리 쌓아둔 대중 무역 장벽 때문에 우리 제품이 의외의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다. 특수라는 것은 단기간에 집중적인 수요가 몰리는 것이다.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SOC 투자는 우리 제조업에 새로운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으며, 우리 투자자들에게도 새로운 형태의 투자 기회를 동시에 줄 것이다. 2019년 내내 우리는 미국의 SOC 투자의 향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 pp.194-195
선택은 둘 중 하나입니다. ‘금융 쪽을 보자. 미국을 따라가자, 금리 올리자.’ 이건 우리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에 기축통화 국가의 움직임에 우리를 맞추자는 겁니다. 국내경제가 안 좋아지겠지만 낡은 산업을 구조조정하고, 가계부채도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이것도 흔히 말하는 디레버리징, 즉 줄여가는 길이 있습니다. 다른 길은 ‘지금 와서 그걸 어떻게 해, 그건 다 망하자는 거잖아. 그건 말이 안 돼. 독자 노선으로 가자’와 같은 생각입니다.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나빠지고 자영업자도 더 힘들어지고 가계부채발 위기가 올 수도 있으니 금리는 그냥 두고 경기부양에 집중하자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이 두 가지의 선택지를 놓고 계속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pp.205-206
우리가 주목하는 향후 글로벌 금융환경의 5가지 특징과 예상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세계 교역의 위축과 구조적인 경기 불균등에서 비롯되는 세계 경제의 감속 현상(Decelerating)이다. 즉 세계 경기는 2019년 중 좀더 하향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달러의 방향성 변화이다. 세계 모든 중앙은행들은 딜레마(Dilemma)에 빠져 정책의 좌표를 잃고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셋째, 구조적인 달러 부족(Dollar deficiency) 현상이다. 넷째, 과도한 부채에 따른 소음 지속(Deleverage)과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 약화 가능성이다. 즉 2019년 중국 경제는 예상보다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다섯 번째, 채권시장에서의 가격 차별화(Divergence) 양상이다. 이 5가지 전망은 서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가령 어떤 요인에 의해서든(신흥국이든 선진국이든) 경기가 예상보다 더 약해질 경우, 달러의 약세 반전 시점은 뒤로 더 늦춰지고 이로 인해 부채 관련 소음은 더욱 커질 것이며, 이는 다시 경기 하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만약 중국의 부채 조정이 경기 둔화와 신용 경색, 글로벌 부동산시장의 조정으로 이어질 경우, 선진국과의 경기 불균등은 더욱 심해지고 신흥국 통화가치 회복은 지연되며 달러 경색은 지속될 것이다.
--- pp.266-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