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화나는 경우가 별로 없다거나 타인에게 그다지 화가 나지 않는다는 사람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를 낼 법한 상황에 자신을 다독이며 화를 잘 처리한 듯해도 ‘한순간의 화’ 단계에서 이미 화의 축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럼 ‘화’를 올바로 발산하고 뇌에 축적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것이 바로 이제부터 제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내용입니다. --- 「 들어가며」 중에서
화의 원인은 하나가 아닙니다. 더욱이 작은 신경질은 하루 중 일상생활의 다양한 상황에서 두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그 원인도 다양합니다. 화가 나면 화를 내는 응당한 이유가 상황에 맞게 존재합니다. 화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원인을 올바로 파악하는 것이 필수 조건입니다. 그리고 ‘보통의 화’에 비해 ‘작은 화’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 원인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다양한 화의 종류에 관해 설명하면서 ‘신경질이 나는 진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 「 1장. 알려지지 않은 화의 정체 ‘화가 나는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 중에서
영화에서 악당이 주인공을 괴롭히면 어느 순간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해서 너무하다며 정말로 화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사의 강압적인 업무 지시에 푸념을 늘어놓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일처럼 화를 내는 일도 있습니다. 이처럼 상대의 기분이 되어 화를 내는 것이 ‘공감’입니다. 그러나 상대에게 공감하고 내 일처럼 화를 내도 어차피 남의 일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습니다. 한편 비록 남의 일이라도 이야기를 듣고 신경질이 나면 상대의 화가 어떤 형태로 해결될 때까지 받아들인 화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 「 1장. 알려지지 않은 화의 정체 ‘원인 4.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받아들인다’
계속 화를 내면 긴장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긴장 호르몬인 ‘당질코르티코이드(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화라는 위험에 대비해 몸을 즉각 움직일 수 있도록 합니다. 긴장 호르몬이 분비되면 체내 혈당 수치는 상승합니다. 즉 화를 내는 일은 ‘몸을 설탕에 담가둔 상태’와 같습니다. 그래서 당뇨병 위험이 상승하고 수명이 단축됩니다. 호르몬 밸런스가 무너지면 면역력이 저하돼 암에 걸릴 위험도 커집니다. 화를 내는 것도 괴로운데 그로 인해 당뇨병이나 암에 걸린다면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 「 2장. 사례로 해결하는 다양한 화 ‘화를 제때 풀지 않으면 수명이 줄어드나니'」 중에서
화를 내는 상대에 주목하면 나의 뇌도 화를 느낍니다. 즉 나와 전혀 상관없는 타인의 화에 감염되는 것입니다. 작은 일에도 신경질을 내는 사람은 이것이 원인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의식적으로 ‘이 사람의 뇌를 흉내 내자/흉내 내는 걸 그만두자.’라고 조절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의 뇌를 무의식이 멋대로 흉내 내기 때문에 은연중에 누군가의 화에 동조해버리면 왜 이렇게 신경질이 나는지 혼란스럽습니다. 이때 느끼는 화는 어디까지나 타인의 화인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면 화의 원인을 자기 내부나 주위에서 찾게 됩니다. (중략) 예를 들어 직장에서 상사의 뇌에 화가 끓어오르는 경우, 상사에게 주목하면 나의 뇌가 상사의 화에 감염되어 신경질이 나기 시작합니다. 화로 인해 활발해진 뇌 부위는 ‘공포’로 활발해진 부위와 똑같습니다. --- 「 3장. 그래도 풀리지 않는 화를 진정시키는 법 ‘화는 감염된다?'」 중에서
타인의 화에 감염되는 것을 막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신경질적인 사람의 곁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것입니다. 감기에 걸린 사람의 근처에 의식적으로 다가가지 않는 일과 똑같습니다. 화가 난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도망치는 편이 가장 좋습니다. 타인의 화에 감염되기 쉬운 사람은 누군가 화내는 모습을 보면 ‘나 때문에 화를 내는 걸까’라고 생각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내가 그 사람의 화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점점 상대의 화에 감염되어버립니다. --- 「 3장. 그래도 풀리지 않는 화를 진정시키는 법 ‘화의 감염을 막는 방어술’
우리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화를 다른 감정으로 바꾸려 합니다. 가령 프로젝트가 윗선의 한마디에 백지로 돌아가자 실망해서 어깨가 축 늘어진 동료가 있다고 합시다. 그가 실제로 느끼는 감정은 ‘그동안 열심히 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는 윗선에 대한 화입니다. 그러나 화를 그대로 표출하면 회사에서 처지가 난처해질지 몰라 무의식중에 화를 낙담이라는 형태로 가공해버립니다. 섣불리 대들어서 회사에서 해고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키는 것입니다. 낙담은 내 안의 화와는 일치하지 않아서 끓어오르는 감정은 언제까지나 사라지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낙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를 짓밟다니 용서할 수 없어!’라는 낙담의 근원에 있는 화를 표현해야 합니다. --- 「 3장. 그래도 풀리지 않는 화를 진정시키는 법 ‘슬픔, 낙담, 두려움은 모두 화와 통한다!’
타인의 기분을 우선하면 타인의 상황을 너무 고려하게 되어 나의 화를 느낄 수 없게 됩니다. 나의 화를 느낄 수 없으면 나를 지킬 수 없게 되고 점점 불행해집니다. 그래서 먼저 나의 행복을 생각하고 필요할 때는 화를 내야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화란 위험 회피의 수단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신뢰 관계의 부재는 위험한 상태로 간주됩니다. 즉 누군가에게 화를 내는 것은 상대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유효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략) 신뢰 관계를 쌓은 상대와 함께 있으면 안심이 됩니다. 이것이 ‘나의 행복은 모두의 행복’이라는 말로 이어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