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마다 타히티는 어머니의 품처럼 고갱의 고독하고 쓸쓸한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주었다. 서정주의 〈자화상〉이라는 시에 등장하는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라는 구절이 아마 고갱에게 가장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바람과 구름이 되어 세상을 떠돌던 고갱. 그는 어쩌면 세상을 떠돌며 사는 보헤미안의 대표 아이콘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속에는 바람을 가득 품은 낯선 이방인의 그림자와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고독하고 외로운 느낌이 가득하다. --- p.73 중에서
도로 뒷길로 들어서면 서로 어깨를 맞닿고 있는 건물들과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얽혀 도시의 고풍스러움을 한껏 자아낸다. 집집마다 발코니에 내놓은 화분들이 고운 햇살을 받아 무지개처럼 빛을 발한다. 도저히 말과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느낌들이 건물 곳곳에 녹아 있는 마드리드는 고야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도시다. --- p.113-114 중에서
이때부터 캐럴은 사진의 모델이 된 앨리스 자매들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뱃놀이와 소풍을 다니면서 환상적인 동화를 들려주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1865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탄생한 계기다. 캐럴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아이들 사진에 집착했다. 그의 작품 중에서 유명한 작품들은 대부분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다. 그는 언제나 아이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어린 소녀들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였는데, 아마도 그가 누이들 틈바구니에서 자라났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 p.175-176 중에서
미로처럼 얽힌 골목마다, 앵두처럼 빛나는 붉은 지붕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화려한 건물마다 중세의 향기가 묻어날 것 같은 낭만의 도시 프라하. 달리는 차창에 비치는 건물들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구시가지의 작은 골목길에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의 음악이 흘러넘치며, 카프카의 문학적 열정이 투박한 박석 위로 나뒹군다. 시각과 청각이 환상의 조화를 이룬 프라하는 유럽에서 가장 고색창연한 도시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프랑스의 화가 로댕은 프라하를 ‘북쪽의 로마’라고 했으며, 카프카는 ‘나의 어머니’라고 불렀다. --- p.217 중에서
아버지의 강요로 성을 떠날 수 없었던 모차르트는 싫은 내색 없이 작곡을 하긴 했지만 뜨거운 열정 같은 건 없었던 것 같다. 군주의 명령에 따라 음악을 작곡하는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게 느껴질 때마다 그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꿈과 음악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곳에 들어서면 이처럼 고민과 방황으로 한숨짓는 가엾은 모차르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