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어느 주말 아침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나는 날씨. 가족들은 식사를 마치고 서로 접촉을 피한 채 각자의 방식으로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남편은 방에 누워 있고 나는 부엌에서 야채를 다듬고 딸애와 막내는 마루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남편이 마루로 나오며 주말인데 가까운 산에나 가서 점심을 하는 게 어때? 하고 말했다. 그러자 딸애가 그럴까요? 하면서 동생을 바라보자 동생도 좋아요 하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가족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사실 나는 움직이기 싫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차를 타고 한 시간씩 걸리는 산을 찾아가 오르는 것도 귀찮고 그런 곳에서 파는 음식이라고 해 봤자 뻔했다. 게다가 운전은 내 몫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가족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해요.
산행은 역시 내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우리는 무더위 때문에 지쳤고 비싸기만 하고 맛도 없는 관광용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을 때 먼저 철없는 막내의 푸념이 터져 나왔다.
이게 뭐야, 그냥 집에 있을 걸 그랬어!
딸애도 거들면서 아빠를 향해 한마디 한다.
그러게, 아빠 때문에 괜히 고생만 했잖아요. 이렇게 더운 날은 집에서 조용히 쉬는 게 최곤데……
나는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깜짝 놀랬다. 아니, 두 사람은 애초에 외출을 반겨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남편의 말이었다.
무슨 소리야, 나도 꼭 나가고 싶었던 게 아니라구. 너희들이 무료해 하는 것 같아서 한번 해본 소리일 뿐이야. 그런데 너희들이 다 좋다고 해서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구. 난 가족을 위해서 그랬던 거란 말이야.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가족들 간에 의사소통이 올바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그것은 각자의 자기표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빠는 가족들이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에서 지나가는 말로 ‘외출이나 할까’라고 했고. 아이들은 아빠가 정말로 외출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좋다고 했다. 그리고 다들 그러고 싶어 하기 때문에 나는 억지로 내 주장을 펼치지 않았다.
하지만 각자 자기 생각에 대해 적절히 표현했다면 사태는 달라졌을 것이다. 이처럼 표현은 아주 중요하다. 당신이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따라서 그 결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표현은 당신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에게, 어떤 수단을 이용해서, 어떤 효과를 가져 오는 것에 관한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당신의 표현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가에 있다. 표현의 기술을 익히는 이유는 바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 위함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바를 잘 따른다면 당신은 간단한 표현의 기술로 커다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부디 이 책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 본문 중에서

“어떤 상황에서 당신이 분노를 느꼈다고 생각해 보자. 화가 난다. 참을 수 없다. 그래서 상대에게 마구 비난을 퍼붓는다. 이렇게 하는 것이 솔직한 감정 표현일까?
내가 보기에 이것은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그저 감정의 발산이다.
표현이라는 것은 나 혼자 발산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소통하기 위한 방법이다. 따라서 이런 식의 발산은 감정은 있지만 표현은 없는 것이다.
올바르게 표현하려면 그것을 적당히 포장할 줄 알아야 한다.”
자, 그럼 당신을 어떻게 포장할 것인가?
--- 본문 중에서

“그래서 남자들은 모두 바보 멍청이라는 거예욧!”
이런 그녀의 표현을 듣고 있자면, 마치 도미노처럼 연달아 쓰러져 시체가 된 남자들이 그녀의 주위를 마냥 굴러다니고 있는 광경이 떠오르게 된다.
당연히 그녀에겐 남자 친구가 없다. 그녀가 말하는 남자들이 실제로 그런 결점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점이 없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렇게 말하는 그녀 자신에게도 결점은 있을테니까.
(중략) 그녀의 모습을 보면 오히려 자기의 결점을 남자라는 존재를 통해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런 여자들은 자기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는 욕구로 배우자를 선택한다. 그러다 보면 엉뚱한 남자와 결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령 자기가 노래를 못한다는 단순한 이유로 떠돌이 가수를 흠모해 결혼하기도 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를 만나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길 원하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은 새롭고 흥미로우며 실제적인 의사소통의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요미우리」신문